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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열전 - 맛집을 찾아서1
  • 조규정 기자
  • 승인 2009.11.04 18:33
  • 호수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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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는 지리적 특성상 매운 음식이 발달했다. 그 중에서도 떡볶이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한 때 궁중음식이었던 떡볶이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국민 간식에서 세계인의 간식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요즘이다. 대구지역에 어떤 유명한 떡볶이집이 있는지 투어를 떠나보자.

달콤함과 매콤함의 조화 '달고떡볶이'

   
달고떡볶이 배미옥 사장과 일손을 돕는 아주머니
지하철 2호선 두류역 7번 출구에서 30m쯤 가면 왼편에 시장골목이 나온다. 골목을 가다보면 갈림길 중간에 삼정사우나가 있다. 그 오른편에 신내당시장이 펼쳐지고 거기에 달고떡볶이(이하 달떡)가 자리잡고 있다.

달떡은 배미옥 사장이 1980년에 시어머니가 하시던 장사를 물려받아 02년도에 현재의 장소로 옮겨 더욱 번창하고 있다. 장사가 잘 되는데 체인점이 없다는 게 이상하다. "만두를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여기서 소비되는 만두를 만드는 것도 버거워요. 주변에서 체인점을 내달라는 사람이 많지만 다 거절하고 있어요" 배 사장의 말을 들으니 돈 욕심보다는 최고의 맛을 추구하는 배 사장만의 철학이 느껴진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 반까지다. 의외로 손님은 초․중학생보다 고등학생과 일반인이 많다고 한다.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로 보이는 한 무리가 가운데 테이블에서 허겁지겁 점심을 해치우고 돌아간다.

맛있다고 소문난 떡볶이집은 꼭 찾아가 본다는 김세련 씨(33)는 이날이 두 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떡볶이를 먹는데요. 이곳 떡볶이는 단맛이 돌고 양념배합도 잘 된 것 같아요. 입이 심심하면 생각나는 곳이죠"

접시 한 사발에 노릇하게 튀긴 만두를 네 개 깔고 그 위에 떡볶이와 국물을 끼얹는다. 이 한 사발이 믿겨지지 않지만 단돈 천 원이다.

달떡은 달콤함이 특징이다. 매콤함도 있지만 결코 단맛을 뛰어넘지는 않는다. 대구의 여느 떡볶이에 비해서 덜 자극적이고 달콤함과 매콤함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 떡볶이는 무조건 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노릇노릇하게 튀겨내어 바삭함이 살아있는 만두는 그 속에 당면을 머금고 거기에 떡볶이 국물이 어우러지면서 홍합과 수육, 묵은지의 환상적인 삼합처럼 삼위일체가 되어 미각을 자극한다.

배 사장은 "비록 천원짜리 음식이지만 재료는 국산만을 고집한다. 거기에 향신료를 전혀 쓰지 않고 정성을 담아 만든다"며 맛의 비법은 좋은 재료와 정성이라고 했다. 달떡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30여 년 전통의 마약떡볶이 '신천 윤옥연할매집'

   
윤옥연할매 떡볶이집
중독성 있는 매운맛으로 일명 '마약떡볶이'로 불리는 떡볶이집이 있다. 바로 대구은행역 부근 신천시장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신천 윤옥연할매 떡볶이(이하 신천할매떡볶이)다.

대구에 있는 수많은 떡볶이집 중에서 2대를 이어오며 한결같은 매운맛을 보여주는 곳은 많지 않다. 1대 사장인 윤 할머니는 지금도 매일 아침 직접 양념을 만든다. 며느리인 2대 변인자 사장은 윤 할머니에게 양념비법까지 전수받았지만 아직까지 윤 할머니가 손수 양념을 만들기에 30여 년간 한결같은 맛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신천할매떡볶이의 맛이 궁금했다. 변 사장은 기자에게 한 번 떡볶이의 맛을 느껴보라며 떡볶이와 국물을 한가득 담아 건넨다. 떡을 집어 입에 넣으니 불같은 매운맛이 입안을 감싼다. 얼얼함이 정신까지 혼미하게 만든다. 이때 얼음을 띄운 과일맛 음료수를 따뤄 마시면 극강의 매운맛을 음료수가 상쇄시켜준다. 떡볶이의 양이 적어보였으나 먹다보니 생각보다 배가 불렀다. 국물의 양이 많아 상대적으로 떡의 양이 적어보인 것이다. 이 매운 국물까지 싹싹 비워서 마신다는 사람이 있다니 실로 대단하다.

   
윤옥연할매 떡볶이집의 일명 '마약떡볶이'
신천할매떡볶이의 매운맛은 단순하지 않다. 변 사장이 살짝 언급한 비법(육수에 명태와 밴댕이 등이 들어간다고 한다)과 "엄선된 재료를 사용하여 최고만을 담았다"는 자부심이 담긴 깊고 여운 있는 매운맛이다.

친구와 신천할매떡볶이를 찾은 이정해 씨(30)는 고1 때부터 지금까지 무려 15년간 이곳을 찾은 단골이다. 이 씨는 "매운 맛이 중독성이 있다. 그러니 마약떡복이라고 하지 않는가? 비오는 날이나 우울한 날 신천할매떡볶이가 당기는데 특히 술 마시고 난 뒤에 해장으로 최고"라고 말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단골이다.

신천할매떡볶이를 찾는 발길은 끊이질 않았다. 특히 손님의 70%는 포장을 해가는데 그 중에는 멀리서 일부러 찾아온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한 손님이 이것저것 시키며 얼마냐고 묻자 변 사장은 대뜸 '6만 원'이라고 답한다. 손님은 능청맞은 표정을 지으며 "비싸서 다음부터 못 사먹겠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6천 원을 변 사장에게 건넨다. 마치 오랜 친구의 말장난 같았다. 신천할매떡볶이집에는 30여 년 세월의 푸짐한 인심과 따뜻한 정이 쌓여있었다.

조규정 기자  wooya44@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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