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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그 오묘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 조규민 기자, 하지은 기자
  • 승인 2016.03.14 12:24
  • 호수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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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스며드는 향의 풍성함

 향수의 라틴어 어원은 ‘연기로 통한다’이다. 고대인들은 신과 인간이 교감하는 매개체로 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향은 은근히 우리 삶에 들어와 무한한 상상력을 갖게 해준다. 이에 향이 우리 삶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 알아봤다.

 기억과 감정, 행동을 지배하는 향의 세계=동물의 후각적 판단은 주로 사냥에 쓰인다. 하지만 사람의 후각체계는 냄새를 담당하는 뇌 뿐 아니라 기억과 감정을 주관하는 뇌의 영역인 변연계에 신호를 보낸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문제일 후각융합연구센터장은 향기를 ‘기억의 창고를 여는 열쇠’로 표현하며, “향기와 어떤 기억이 어우러지면 감정의 동요가 생기기도 하고 그때의 기억이 더 선명해지기도 한다”고 했다. 이렇게 특정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기억하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한다. 이 현상은 M.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래됐는데,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과자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향기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실행한 향기 행동 실험을 보면, 미세한 꽃향기가 있는 방에서 쓴 글에는 향기가 없는 방에서 쓴 글보다 ‘행복’과 관련된 단어가 약 3배 정도 더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행동에 있어서도 공기만 있는 방에서보다 향이 담긴 방에서 적극성을 보인 비율이 더 높았다. 우리가 하는 무의식적 행동들이 사실은 향기에 대한 학습적 기억을 바탕으로 구현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백화점 1층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의 향이 사람들의 경계심을 풀어주어 동시에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효과가 그 해석과 이론들을 증명해준다. 

 우리가 이성에 끌리는 이유는 시각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그 외에 특히 후각이 감정의 많은 부분에 관여한다. 이성을 유혹한다는 페로몬 향수와 같은 제품이 화제가 된 사례도 있다. 그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남성의 페로몬 중 하나로 알려진 안드로스테놀이 땀방울과 결합한 후 공기 중에 퍼져 나가 여성들을 유인한다는 연구도 있다. 실제로 남성의 땀 등의 체액에서 원료를 얻어 만든 여성향수도 있다. 이처럼 다른 감각과 달리 감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향기 감각은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중요한 감각인 것이다.

 후각적 언어로 교육, 예술을 구현해내다=향에 대한 심리학적·뇌과학적 해석을 토대로 이를 교육이나 예술에 접목하기도 한다. 향기연구소 SENTORY는 후각으로 느끼는 냄새를 소재로 하여 다채로운 교육,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이다. 향기연구소의 센티스트 김아라 대표는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후각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성인들의 경우에는 다양한 선입견과 객관적인 관점에서 향에 대해 표현하는 반면,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 틀에 한계가 없다”며 대상별 향에 대한 반응차이에 대해 말했다.   

 또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후각교육은 언어와 학습력, 표현의 발달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후각교육과 예술전시를 연계한 사례도 있다. 학생들은 빈 캔버스 앞에 앉아 코끼리의 소리와 젖은 흙내음과 푸른 풀내음이 어우러진 풍경을 상상하는 체험을 했다. 실제로 코끼리도 시력이 좋지 않아 소리와 냄새로 소통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주변을 감싸는 다양한 냄새를 차분하게 인지하고 그 냄새의 방향과 거리감, 형태, 색 등을 머릿속으로 스케치해보면, 그동안 경험했던 풍경들이 훨씬 풍성한 무언가를 전해줄 것이다”며 향에 대한 재인지의 효과에 대해 말했다. 이토록 향의 세계는 예민하고 아름답다. 지금, 눈을 감고 모든 감각을 코에 집중해 주변의 향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향기로 그림을 느끼는 전시 체험

 

   
▲ 향기로 코끼리를 상상해보는 후각교육프로그램

향, 마케팅을 품다

 감성마케팅은 청각, 후각, 미각 등의 감성에 자극을 줌으로써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마케팅의 한 기법이다. 그중 후각에 단련된 향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일상생활에 자리 잡았으며, 향이 쓰였던 용도와 방법 등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꾸준히 변천됐다. 최근엔 향기를 활용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향기 마케팅(아로마마케팅)이 유행이다. 국내에선 2000년대 중반부터 향기 마케팅을 이용한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현재 통계청이 표한 자료에 따르면 향기 시장은 2011년부터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 공간에 향기를 가득 채우는 공간연출제품이다.
사진제공 에바센스
 
 향기 마케팅으로 인해 얻는 효과=
향기는 오감 중에서 감성기억을 가장 잘 자극하는 감각이기 때문에 ‘기억’이란 부분에서 브랜드를 인지시키는데 탁월하다.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설 때 좋은 향기가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인지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당상품, 공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실제로 브라운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향기가 있는 매장에서 평균 30분 정도 더 머무른다고 한다. 이에 향기 마케팅 전문 업체 ‘에바센트’ 안애진 대표는 “향기는 재차 매장 방문을 유도하게 되고, 부가적으로 매장 내 불필요한 냄새를 제거하여 쾌적한 공간조성, 항균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1회 ‘향기제품 IDEA 마케팅 공모전’에서 충북대 학생들은 향의 농도, 강도 조절이 가능한 큐브 모양의 디퓨저를 만들어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에 참가한 홍성관 학생은 “실제 고객들은 디퓨저의 디자인보다 향의 강도, 농도에 불편해한다”며, “향기 마케팅에서 제품의 디자인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개인의 특성, 기호에 맞는 향을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향기 마케팅은 매장뿐만 아니라 패션쇼,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강당이나 극장 같은 곳에 향기 마케팅을 적용할 경우 넓은 공간 특성상 양이 많이 드는 자동분사기를 사용하기보다 향공조기*를 설치하여 향을 퍼뜨리게 한다. 불특정 다수가 공존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특정한 향을 사용하긴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상쾌하고 쾌적한 향을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병원도 향기 마케팅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병원의 접수대, 병실, 복도에는 라벤더 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심신안정 및 불면증 예방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 향기 마케팅과 관련된 국내시장의 규모는 5,000억에 이르며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디퓨져 쇼핑몰 ‘에이스 위드’ 김민국 담당자는 “현재 미용실의 경우 약품 냄새를 싫어하는 고객들이 많은데 ‘아로마 매대’를 설치해 약품 냄새가 아닌 향기가 나게 하는 등의 향기 마케팅을 실행하고 있다”며 “차후에 대학교,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의 공공장소에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향기 마케팅의 숙제=아직 국내에서는 향기 마케팅이 관심을 얻어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향기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매장에 디퓨저를 놔둘 때 아무리 고급스러운 향이 난다고 해도 여러 향을 한꺼번에 놔두면 고객들은 이를 기피하게 된다. 향이 공간 전체에 배이게 되므로 향의 효과와 농도 등을 이해하여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이에 ‘에이스 위드’ 김 담당자는 “후각은 다른 감각과 다르게 쉽게 피로해져 향을 맡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향이 강렬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인할 수 있지만, 매장 안에 들어왔을 때 향을 맡지 못하거나 향이 강한 지역을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향공조기(향 공급장치): 대규모 건축물에서 향기를 필요로 하는 곳에 향기를 공급하는 장치

향에 빠진 사람을 만나다

   
▲ 플리마켓에서 캔들을 판매 중인 김경민 씨(건축3)


 2주에 한 번씩 주말마다 대구 시내의 플리마켓에서 캔들을 만들어 파는 학생이 있다. 향기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한다는 김경민 씨(건축3)를 만나 그의 향기 나는 삶에 대해 들어봤다.

 캔들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평소 향에 대해 관심이 많고 캔들 피우는 것을 좋아했다. 여러 캔들을 사용하다보니 크기를 조절하고 향도 더 다채롭게 섞어보고 싶어 직접 만들어 쓰게 됐다. 처음에는 선물하려고 많이 만들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프리마켓에서 판매도 하고 있다.

 캔들을 판매할 때 구매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보니 완성도는 떨어진다. 그러나 시중에 판매하는 것보다 향이 더 다양하고, 오일 함량이 높아 그냥 두기만 해도 향이 많이 퍼져서 구매자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신다. 남자분들은 돌체앤가바나 라이트블루처럼 평소에 익숙하게 맡을 수 있는 향을 선호하는 것 같다. 여자분들은 옷가게에서 자주 맡을 수 있는 블랙체리를 많이 구매해 간다.

 캔들을 만들어 판매하며 가장 기분이 좋았던 적은 언제인가?
손님이 캔들을 구매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선물해주고 싶다는 말을 할 때가 가장 좋았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내가 만든 향기로부터 생긴다는 것이 뿌듯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향과 추천해주고 싶은 향은?
빅토리아 시크릿의 러브 스펠 향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살짝 남성스럽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한 단향이 플로럴 향과 어우러져서 좋다. 이름 그대로 사랑의 마법처럼 맡아 보자마자 좋았다. 추천해주고 싶은 향은 ‘핑크 샌드’라는 향이다. 코튼과 플로럴이 합쳐진 향인데 따뜻한 봄처럼 달달한 향이다. 이름만 봤을 땐 생소해서 잘 구매하지 않는 향인데 추천해드리고 싶다.

 향기 나는 사람이 되기 위한 팁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향수는 답답해서 많이 뿌리지 않는다. 자주 입는 옷이나 옷방 근처에 캔들을  둬서 향이 베이게 한다. 그렇게 하면 향이 은은하게 베여 자극적이지 않고 향기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향기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향기로 인해 하루의 분위기가 결정되기도 하고,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영화 <국화꽃 향기>에서 남자 주인공 박해일은 여자 주인공 장진영에게 “선배의 머리카락에선 국화꽃 향기가 나요”라는 말을 하며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눈으로 보이는 것 못지않게 향기가 사람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조규민 기자, 하지은 기자  jgm0607@ynu.ac.kr, hje1128@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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