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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저격 독립잡지, 전성시대를 열다
  • 이남영 기자, 하지은 기자
  • 승인 2016.03.28 11:49
  • 호수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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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저격 독립잡지, 전성시대를 열다

 최근 소수 출판사의 잡지가 출판가를 강타하고 있다. 기성 잡지에 대한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개성 강한 잡지들이 새로운 전성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화면으로 읽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즘, 종이로 읽는 잡지에 관한 관심은 괄목할 만하다. 이에 출판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개성 강한 잡지의 세계를 살펴봤다.

 다양한 독립잡지의 세계=지금도 맥을 이어가고 있는 개성 있는 잡지들이 태동하는 시기였던 90년대에 통신사에서 나온 ‘TTL’이나 음악 잡지 ‘서브’를 부모님의 추억창고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는 그렇게 기존에 없던 참신한 시도로 스트리트 매거진이 쏟아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IMF 경제 위기가 닥치며, 그런 개성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 밀리고 말았다. 하지만 최근에 잡지는 출판계에서 다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문학, 젠더, 과학, 빅사이즈 패션, 1인 덕후 등 그 종류와 분야가 다양해 독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출판시장에서 불고 있는 新 잡지 돌풍에 대해 이종백 출판부 실장은 “기존의 잡지는 광고의 영향을 크게 받아 교양과 심층성의 비중이 작았지만, 독립출판물은 젊은 층의 새로운 시각으로 트렌드를 앞서가는 동시에 심도 있는 내용도 다룰 수 있어 출판계에 새로운 자극을 준다”고 했다. 자본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텍스트는 독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만, 영세적 한계를 뛰어넘는 개성적 콘텐츠가 통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또 이에 대해 올해 16주년을 맞은 독립잡지 ‘싱클레어’의 김용진 편집장은 “2000년에 첫 호가 나왔을 당시엔 독립잡지라는 구분이 없어 기성잡지들이랑 비교가 돼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독립출판물 서점이 전국에 50여 개로 늘어나 유통이 쉬워졌다”고 했다.

 대구·경북의 문화콘텐츠를 기록하다=대구·경북에서의 독립 출판물 가짓수는 현저히 적지만 꾸준히 존재하고는 있었다. 특히 대구·경북권 대학생들이 모여 1년 9개월 정도 매월 발행한 ‘모디’라는 잡지의 존재가 눈에 띈다. 현재는 개인 사정으로 발행이 중단됐지만, 대학생들 스스로 모여 대구·경북 문화의 태동과 발전 과정을 기록한 도전은 당시 기성 언론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던 만큼 여전히 소중한 기록물로 남아 있다.

 ‘모디’는 학생들을 스텝으로 모아 재능기부 형태로 제작했으며, 지원 사업에 신청해 자금을 조달했다. ‘모디’의 편집장이었던 김애란 씨(27세·NGO 활동가)는 “다양한 생각을 하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김 씨는 “대구·경북에 대학도 많고 학생도 많은데 교류가 없는 게 안타까워 학생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자 하는 생각에 ‘모디’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김 씨의 말처럼 잡지를 통해 대학생들이 교류하고 대구·경북의 다양한 문화와 사람에 대해 알리고 기록할 콘텐츠의 부재는 아쉽다. 이종백 출판부 실장도 대학생들만의 생각과 지역의 특수성을 담은 콘텐츠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는 독립잡지=독립잡지는 생각보다 쉽게 출판할 수 있다. 최근에는 셀프 퍼블리싱을 하는 대학생들도 늘어났으며,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출판 방법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애란 씨는 “디지털화되는 세계에서 내 생각을 아날로그적으로 보관하고 싶은 욕망이 새로운 잡지가 계속 나오는 이유”라며 대구에서 진행되는 북메이킹 클래스나 독립잡지 세미나에 가보는 것을 권유했다. 또한 올해 대구에는 출판산업진흥센터가 생겨 우리 지역 젊은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예정이다.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성과 추구 방향을 확실히 해서 그 분야의 트렌드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싱클레어’의 김용진 편집장은 “생각보다 많은 시도가 기존에 있으니 독립출판서점 1, 2군데만 가봐도 참고할 ‘선배 작업’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또 “교정, 교열, 유통 등 기본적인 과정은 최대한 정성껏하고, 경제적 비전을 세워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자책 매출이 감소했지만, 종이책 매출이 상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독립잡지의 1세대라고 말할 수 있는 ‘싱클레어’의 김 편집장이 “시대가 어두울수록 자신을 행복하게 지키는 활동이 필요하다. 머무름과 사색이 일상에 침투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잡지는 요즘처럼 다각화된 시대에 인문학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 독립잡지의 발자취를 따라서

   
▲ '브라켓'

                                   <시각전문예술잡지, ‘브라켓’>
 대구의 문화를 사랑한 외국인 3명이 지역문화를 알리기 위해 발행한 독립잡지, ‘[B]racket(이하 브라켓)’. 브라켓은 2012년부터 약 4년 동안 잡지를 발행했으며, 현재는 대구에 현존하는 유일한 시각전문예술잡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첫 편집장이었던 외국인 3명은 당시 대구에 있던 많은 문화 활동과 재밌는 작품들에 놀라움을 느꼈지만, 이러한 문화들이 알려지지 않고 방치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독립잡지를 만들어 내외국인에게 지역의 문화예술을 알리고자 발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3년, 잡지 창간자들이 모두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 잡지의 발행이 중단될 뻔했다. 이에 그 당시 라이터(writer)였던 정세용 편집장은 “이대로 잡지가 사라지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며 “첫 편집자들이 떠난 후, 편집장 자리를 맡아 현재까지 브라켓을 운영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켓의 발행체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정 편집장은 일 년에 네 번씩, 약 20명의 사람들이 잡지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했다. 기존의 잡지들보다 더 나은 잡지를 만들기 위해 회의를 거듭했고, 지난해 7월에 정 편집장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첫 잡지가 발행됐다.

 현재 브라켓은 전국의 약 40곳의 기관에 잡지들을 무료 배포중이며, 전문적인 작가들의 지식으로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잡지를 볼 수 있다. 정 편집장은 “브라켓은 세계적으로 작가의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잡지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 ‘시인보호구역’

                                   <시인이 만든 잡지 ‘시인보호구역’>
 ‘시인보호구역’ 독립잡지는 지역 내 의미 있는 문화공간과 예술가들의 소식을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시인보호구역’ 독립잡지 역시 운영자금, 홍보, 인력 부족 등으로 알려지지 못한 지역예술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발간됐다. 하지만 처음 계획했던 지역 중심의 구독자 보다 타 지역 정기구독자가 훨씬 많았다. 이에 정훈교 발행인은 “타 지역 정기 구독자를 위해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문화예술 부분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른 독립잡지와 차이점이 있다면 ‘시인들이 잡지를 직접 발행하는 것’이다. 잡지를 발행하는 시인들은 모두 문화공간과 인디문화에 관심이 많아 평소에 눈여겨본 문화들로 잡지를 꾸리고 있다. 시인보호구역은 독립잡지뿐 아니라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다양한 서적들을 발행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녹아있다고 밝혔다.

 정 발행인은 잡지를 발행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 ‘발행비용’을 꼽았다. 잡지 발행비용이 발간하는 사람들의 사비로만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돈을 벌기보단 사람 자체를 소개하려고 하니, 소개할 지역문화공간이 적다는 것도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발행인은 ‘시인보호구역’ 잡지뿐만 아니라 문학 서적 등도 출간할 계획이며 일반인들도 저자가 될 수 있는 방안 역시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역에 알려지지 않은 인문예술이나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길잡이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The Pollack’

                                        <독립출판물 서점, ‘The Pollack’>
 The pollack(이하 더 폴락) 독립출판물 서점은 대구에 처음 만들어진 독립출판물 서점이다. 독립출판물 만을 유통시키고 판매하는 이 서점은 대구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독립출판물 서점이다.

 더 폴락의 개장 배경에 대해 최성 운영자는 대학동기 5명이 모여 만든 서점이라고 했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동기들은 그들만의 아지트가 있기를 원했다고 한다. 이에 가벼운 동아리방 개념으로 어떤 가게를 설립할지 고민해 나온 것이 독립출판물 관련 가게였다. 그 당시 전국적으로 약 여섯 곳의 독립출판물 서점이 있었지만, 대구에는 한 곳도 없었다. 이에 5명의 친구들이 뜻을 모아 만든 ‘아지트’ 공간이 현재의 더 폴락이다.

 독립출판물 서점을 운영하면서 느낀 독립잡지만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최 운영자는 “개인의 공감을 잘 끌어내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독립잡지는 개인이 만든 잡지이기에 기존의 잡지들보다 질은 떨어질 수 있지만, 편집자의 감정이 들어가 있어 독자의 공감을 쉽게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또 독립잡지의 특성상 개인이 소량의 잡지만을 제작한다. 때문에 품절돼도 다시 발행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독립잡지만의 희소성을 지닌다. 앞으로 더 폴락 서점의 운영계획에 대해 최 운영자는 “독립출판물 서점을 더 확장해나갈 계획이다”며 “여러 문화예술관련 책들을 수집하고 서점을 운영하기 위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 역시 계획 중이다”고 밝혔다.

‘악스트’ 백다흠 편집장과의 인터뷰

 소설을 위한 문예지인 ‘악스트’는 창간 한 달도 안 돼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어 인기를 끌었다. 이에 창간호부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악스트’의 백다흠 편집장과 인터뷰해봤다.

 악스트는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프란츠 카프카의 말에서 따온 것으로 안다. 악스트는 무엇을 그리도 깨고 싶은 것인가? 기존의 불합리한 것에 대해 말하고 싶은 욕구가 느껴지기도 한다.
 악스트 창간호 중 편집위원인 소설가 백가흠 씨는 “우리가 들고 있는 도끼가 가장 먼저 쪼갤 것은 문학이 지루하다는 편견입니다. <악스트>는 지리멸렬을 권위로 삼은 상상력에 대한 저항입니다”라고 했다.​ 이 말을 조금 뒤집어보면, ‘문학이라는 매체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문학 안에서 좀 더 자유롭고 신선한 상상력을 기대한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호에서 작가 듀나의 인터뷰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쟁점에서 한발 물러서 본다면, 그만큼 소설과 소설가에 대한 독자들의 애정이 크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 같다. 이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 듀나 씨의 인터뷰 후 SF 독자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관계자로서 책임 있는 반성을 했다. 의도가 어떻든 간에 좀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했음을 배웠다. 질문에서처럼 악스트가 소설과 소설가, 독자의 이야기장이 되는 잡지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동시에 배웠다.  

 악스트가 독자들에게 어떤 잡지로 존재하기를 바라는가?
 문학, 그것도 소설을 좀 더 편하고 매력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잡지였으면 좋겠다. 더불어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되기를 바란다.

이남영 기자, 하지은 기자  skadud2532@ynu.ac.kr, hje1128@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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