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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군기 문화, 대체 언제까지
  • 이경희 기자, 최무진 기자
  • 승인 2016.05.09 14:17
  • 호수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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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군기 문화, 대체 언제까지

 지난 24일, 한 지상파 방송에서 ‘학내 군기 문화’에 대한 내용이 방영돼 대학가는 학내 군기 논란으로 이슈가 됐다. 이러한 문제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며,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타 대학교의 상황을 알아보고 우리 대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만연한 학내 군기 문화=지난 24일, 한 지상파 방송에 방영된 사건은 학내 군기 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은 신입생 김 씨가 고층건물에서 추락하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 어딘가에서 비명이 들려 달려간 도서관 직원과 응급 요원의 증언에 따르면 김 씨의 턱에는 깊게 난 상처가 있었고, 오른쪽 발목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투신을 한 김 씨는 자신이 왜 추락했는지, 그게 사고였는지 투신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추락 전후 14분간의 기억이 사라진 것이다. 단순 자살시도인 줄 알았던 이 사건, 그러나 그 뒤에는 학과 선배들의 가혹 행위가 있었다.

 투신 당일, 김 씨는 오후 3시부터 학과 행사에 참석했다. 학과 교수들과 선배들이 신입생과 인사를 나누는 행사였지만, 이 자리에는 인신공격과 욕설이 난무했다. 전통과 친목이라는 명목 아래 벌어지는 물리적·언어폭력의 장이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1학년 학생의 제보에 따르면 늦깎이 대학생인 김 씨와 나이가 같거나 어린 선배들이 김 씨에게 꼬투리를 잡기 일쑤였다고 증언했다. 김 씨의 투신은 비뚤어진 군기문화와 선배들의 괴롭힘이 주원인이 아니었을까?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들은 또 있다. 부산의 모 사립대 축구동아리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액땜 의식이라는 명목으로 음식물이 섞인 막걸리를 신입생에게 뿌렸고, 해당 사진이 SNS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선배들은 강의실 바닥과 천장에 미리 비닐을 깐 뒤, 신입생 10여 명을 일렬로 세우고 먹다 남은 음식물을 막걸리에 섞어 신입생에게 뿌렸다. 이 행사는 이를 통해 1년 동안 동아리에 액운이 끼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매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전북 모 사립대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3월 SNS에 신입생 환영회에서 신입생들에게 막걸리를 뿌렸고, 이에 교수도 동참했다는 글과 사진이 게시돼 논란이 일었다. 이 학교는 신입생 20여 명에게 반팔과 반바지 차림을 하게하고 교수부터, 학과대표, 부학과대표가 돌아가며 막걸리 100여 병을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한 사립대 체육학과 역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얼차려를 지시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신입생 수십 명을 한데 불러 모아 얼차려를 시키고, 학과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며 아르바이트 금지, 휴대전화 이모티콘 사용 금지 등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들을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일이 끊임없이 발생함에 따라 2014년 교육부는 ‘대학생 집단연수 운영 안전 확보 매뉴얼’을 포함한다. 이는 음주, 폭행 등을 예방하고자 사전교육을 실시하라는 매뉴얼이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러한 매뉴얼을 발표했음에도 음주나 폭행 등의 대학 내 군기문화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최근 OT 등 학과 행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대학에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해당자에 대한 징계 등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행사는 가급적 당일에 끝내고 이틀 이상 진행할 때는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했다.

 질서와 군기 사이=우리 대학교 A학과는 매주 전 학년을 한자리에 모아 공식일정을 안내하는 학과 모임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회장의 일정에 동행자가 필요했고 그 모임에서 동행자를 구했다. 남학생 후배들이 자발적으로 가겠다고 나섰고, 학회장이 미안한 마음에 도시락 등을 준비했지만 일정 당일, 후배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학회장은 화가 난 나머지 다음 학과 모임 때, 모임 장소의 불을 끄고 밖이 보이지 않도록 입구를 칠판으로 막은 뒤 얼차려를 부여했다. 이 모임에서 학과의 모든 학생이 얼차려를 받는 일이 있었다.

 한편 B학과와 C학과는 비정기적으로 여학생만 모아 학과 일정을 진행했다. 이 일정에는 머리 묶기, 액세서리 금지 등 복장에 대한 암묵적인 규제가 존재했고 지금도 그 규제는 존재하고 있다. B학과의 한 학생은 “이 일정을 진행하는 동안 고개를 들면 선배들이 왜 고개를 드냐며 다시 고개를 숙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수차례 오랜 시간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어 목디스크에 걸린 학생도 있었다. C학과의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C학과의 한 학생은 “뉴스에서만 접하던 학내 군기를 직접 겪어보니 무섭다”며 “남학생보다 여학생에게 군기가 더 심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2013년 우리 대학교에서는 졸업생과 선배들이 신입생을 폭행한 사건이 알려져 해당 학과의 당시 학회장과 졸업생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외에도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후배들을 집합시켜 큰 소리로 인사를 시키는 학부(과)부터, 학회비를 내지 않는 학생들에게 학회비 납부를 강요하고, MT 불참비를 거두는 학부(과)까지 학내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꼭 필요한 질서나 규칙은 있어야 하지만 강제적으로 요구할 것이 아니라 왜 필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내 군기' 해결책은 없나?

 명백한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질서와 규칙이라는 명목 아래 학내군기는 해결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이에 우리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내 군기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우리 대학교 학생 99.4%가 학내 군기 제보 안 해=본지는 지난 26일, 우리 대학교 학생 325명을 대상으로 학내 군기 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325명 중 91.1%(296명)이 ‘학내에서 군기 문화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지금까지 학교를 다니며 군기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며 “예전보다 학내 군기가 많이 개선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학내에서 군기를 직접 경험한 한 학생은 “선배들이 인사를 큰소리로 하라고 강요했고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리걸음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학내에서 군기 문화를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56.6%(184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대부분 SNS를 통해 알게 됐다고 답했다. 실제 군기 문화를 목격한 한 학생은 “음식점에서 D학과가 얼차려를 하는 모습을 봤다”며 “D학과의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 대학교 학생 325명 중 99.4%(323명)이 ‘학내 군기에 대해 제보를 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직접 경험·목격한 적이 없거나 보복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제보를 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학생은 “피해자를 보호해주고 가해자에게 엄격한 처벌을 해야 하는데 이런 일은 피해자가 오히려 더 피해를 보는 것 같다”며 “제보하면 가해자를 퇴학시켜줄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학내에서 군기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봤음에도 보복의 두려움, 무관심 등의 이유로 제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자신의 학부(과)가 아니라서 관심이 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반응을 보인 한 학생은 “학내 군기 문화도 그 집단의 문화”라며 해당 집단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군기 문화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우리 대학교 학생 325명 중 58.5%(190명)은 그 이유를 ‘대물림’(전통, 보복)이라고 답했다. 이 중 한 학생은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 자신도 겪었기 때문에 후배한테도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개개인의 인성(24.3%), 위계질서(24.3%), 군대의 군기 문화 답습(5.2%)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는 “이러한 문화는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던 한국 문화가 군대의 군기 문화와 합쳐져 생겨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보지 않고 학내 군기 문화와 같은 부정적인 부분만 이슈화시키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을 보였다.

 또한 ‘학내 군기 문화를 단절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과 관련한 물음에 325명 중 45.8%(149명)가 ‘답습 단절’을 꼽았다. 이어 학칙으로 해결(20.3%), 헌법으로 해결(15.1%), 피해자의 제보로 인한 개선(13.5%) 등이 있었다. 답습 단절을 꼽은 한 학생은 “자신이 겪었을 때 불합리하다고 생각한 것을 왜 대물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러한 가치관이 바뀌어 대물림이 단절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은 교수(교육학과)는 “폭력이 폭력을 통해 사라진 적은 없다. 처벌과 같은 방법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비폭력적인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허 교수는 어른들의 지나친 방관은 안 되지만 또한 지나친 간섭도 좋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사회와 어른들은 학생들을 믿고 학생들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어 “좋은 전통과 좋지 못한 전통을 잘 구분해 전승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학내 부조리, 우리 대학교는?

 지난 3월 17일 우리 대학교 한 멘토링 프로그램 뒤풀이에서 선배가 후배 여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러브샷 벌칙을 강제적으로 지시한 적 있다. 이와 관련해 해당 학과 3명의 학생이 중앙도서관 지하 1층에 사과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이 사건에 대해 곽병철 총학생회장(신소재공4)은 “우리 대학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도록 중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 나도 당했기 때문에 답습해도 해도 괜찮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총학생회 측에 따르면, 올해 총학생회 측에 제보된 학내 군기 문화와 관련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병철 총학생회장은 “학생회는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하기에, 만약 학생회 측에서 잘못을 저지른다면 강력한 제재를 가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로 하여금 불편한 일을 당했을 때 총학생회를 찾아가면 해결된다는 인식을 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중앙감사위원회 역시 학내 부조리 신고를 접수 받고 있다. 최우뚝 중앙감사위원장(수학4)은 “부조리 발생을 막기 위해 보고체계를 갖춰 단과대 학생회장에게 학내 군기 문화 신고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학내 군기 문화와 관련해 올해 중앙감사위원회 측에 제보된 사례는 2건으로 밝혀졌다. 이 사례에 대해 중앙감사위원회 측은 신고자의 정보가 “신변 보호를 위해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우뚝 중앙감사위원장은 “학내 부조리 사건이 발생하면 각 입장을 조율해 원만히 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모 대학교에서는 동아리 학번제와 관련한 군기에 대한 글이 SNS에 게시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신승규 총동아리연합회장(기계공3)은 “우리 대학교 중앙동아리도 선후배 간 구분을 위해 학번제·기수제가 존재하지만, 익명 소리함에 부조리 신고가 접수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총동아리연합회 측은 학교에서 성폭력예방 프로그램처럼 학내 군기 문화 예방 프로그램을 신설해 학우들을 참여시킨다면 부조리 발생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SNS에 게시된 신입생 환영회 막걸리 사건은 타 대학교 사범대에서 발생한 일이다. 이에 우리 대학교 박민제 사범대 학생회장(한문교육3)은 “학내 군기 문화를 따르는 행동을 예의를 지키는 것처럼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며 “부조리 근절을 위한 선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범대 측은 운영위원회 회의 때마다 학내 부조리를 막기 위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그는 “내가 먼저 학내 군기 문화를 고치려는 인식을 하고, 부조리를 근절하려는 자세를 취한다면 불미스러운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체육학부’ 군기 문화는 타 학부(과)에 비해 차원이 다를 정도로 심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이종석 체육학부 학회장(체육4)은 “색안경 끼고 체육학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서운하지만, 이런 인식 또한 체육학부가 바꿔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체육학부 측은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것만 받아가야 하는데, SNS를 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종석 체육학부 학회장은 “지나가는 체육학부 학생에게 학내 부조리를 겪은 적 있냐는 질문을 했을 때 ‘없다’라는 말이 쉽게 나올 자신이 있다”며 “체육학부를 바라보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내 군기 문화에 관해 야간강좌개설학부 측은 “학생회 및 선배는 학생을 통제하는 입장이고, 후배는 선배를 따르는 입장이다 보니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적절한 선에서 선배가 후배를 통제하는 것은 괜찮지만, 사적 이익을 위해 후배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유승엽 야간강좌개설학부 학생회장(행정3)은 “야간강좌개설학부 학생회장 및 학회장은 서번트리더십을 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번트리더십이란 리더가 구성원을 섬기는 리더십을 말한다. 이어 그는 항상 후배를 존중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아닌 서번트리더십의 자세로 후배를 대한다면 학내 부조리는 근절할 것”이라고 전했다.

‘극한 직업’ 선배를 만나다

 사실 알고 보면 선배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선배도 각자 사정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늘은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행사 시간, 장소, 규칙을 카카오톡으로 수없이 공지했다. 하지만 걱정스럽다. 꼭 당일 날이 돼서야 “선배 저 늦을 거 같아요” 혹은 “어디로 갈까요?”와 같은 질문을 하는 후배들이 꼭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럴까? 염려스럽다.

 역시 불안한 예측은 틀린 적이 없다. 단톡에는 불쌍한 표정의 이모티콘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로봇 같던 녀석에게도 없던 애교가 생기는 순간이다. 누구는 밤잠이 없어 일찍 오는 것이 아닌데 집도 코앞이면서 지각이라니. 휴.

 지각도 모자라 옷차림이 가관이다. 슬리퍼는 좀 아니지 않나? 행사에는 학번이 꽤 차이 나는 선배도 오신다. 그 선배가 이 모습을 볼까 봐 걱정이다. 또한 우리 행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킬까 봐 두렵다. 후배에게 지적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 알려주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그럴 것이다. 조심스레 다가가 말을 건넨다. 잔소리라고 느끼지만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똥을 씹은 표정이다. 좋은 의도로 지적하는 것인데, 후배가 내 맘을 이해해주지 못해 서운하다.

 MT 시즌이 왔다. 본격적으로 MT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대학생활의 잊지 못할 추억을 후배에게 만들어 주고 싶다. 되도록 후배 모두가 참여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선약 등으로 MT에 참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온갖 수식어를 동원해 감언이설로 설득했지만 끝내 거절한다. 단합이 안 돼서 아쉽다.

 MT 당일에는 웬일로 모두 제시간에 모였다. 일정을 알려주기 위해 후배들 앞으로 나갔다. 그런데 너무 떠든다. 질서가 없다. 초등학생이 소풍 가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일정 공지를 빨리 끝내고, 본격적으로 출발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생각하는 대로 되는 일이 없다.

 숙소에 도착해 술자리를 가졌다. 후배의 편의를 위해 음식을 가져다주고, 청소까지 우리가 끝냈다. 후배는 놀기만 할 뿐 도울 생각은 없어 보인다. 호의가 계속되니 권리인 줄 아는 것일까. 신나게 놀고 있던 도중 교수님도 놀러 오셨다. 교수님은 반갑게 우리에게 인사를 해주셨다. 그런데 후배들이 교수님을 보고도 본체만체하며 모른 척 지나간다. 교수님 표정이 씁쓸해진다. 술에 취한 것도 아니고 맨 정신에 저런 예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집단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려면 규칙이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집단의 안정성을 위해서 구성원은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규칙을 준수하는 학생은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학생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규칙을 준수하는 학생을 일정 부분 우대하는 차등을 둬야 한다. 하지만 규칙을 강압적 군기라고 매도하고, 차등을 군기 문화에 순응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다수의 구성원을 만족하게 하기 위한 시스템이 소수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는 것이 당황스럽다.

 나는 규칙을 긍정적으로 여겼고, 성실히 행했다. 그래서 내가 했던 것을 하지 못하는 후배들이 가끔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심지어 나약해 보이기도 한다. 이런 규칙에 대해 의문을 갖고 학내 부조리라고 매도하는 후배가 원망스럽다. 관행이라고 무조건 나쁘게 보지 말고 그 본질을 봤으면 좋겠다.

이경희 기자, 최무진 기자  lkh1106@ynu.ac.kr, yu4191@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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