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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혐오’합니다
  • 지민선 기자
  • 승인 2016.06.07 15:01
  • 호수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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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란 무엇인가

 “살女주세요, 살아男았다.”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이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지난 17일 강남역에서 새벽 1시경에 23세의 여성이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근처 식당에서 일하던 34세의 남성이었다. 1시간가량 화장실에 숨어있던 그는 화장실을 이용한 여성을 타깃으로 삼아 살해했다.

 이러한 사건이 언론에 나타나자 화제가 된 단어는 ‘여성혐오’이다. 범인이 “여성에게 무시 당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의 대립구도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에 여성들은 불특정 다수의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고 갔고, 이에 맞서는 남성들은 여성들을 비난했다.

 혐오는 어디에서 왔는가=‘혐오표현에 관한 헌법적 고찰’에 따르면 혐오는 인류의 역사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이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에서 혐오범죄를 규제하면서부터이다. 1980년대 미국에서는 유색인종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해 많은 대학이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을 제정했고, 이 규정의 합헌성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혐오’와 관련한 용어가 널리 알려지게 됐다.

 지난달 26일 정부는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 발언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광림 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요즘 온라인상에서 남녀 간 성적 대결 양상으로 인해 성적 수치심이나 폭력을 유발시키는 행동이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현재 사회 속에서는 남성 혹은 여성 혐오가 만연하며 이런 컨텐츠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우리 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남성혐오, 여성혐오와 관련한 앙케이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117명 중 98명(83.8%)의 학생이 ‘혐오 컨텐츠를 접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19명(16.2%)이 ‘접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우리 대학교 학생들 역시 성적 혐오 컨텐츠에 많이 노출돼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되는 혐오, 무엇인가=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일부 남성들은 ‘나는 잠재적 가해자입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어 SNS에 게시했다. 무의식중에 여성이 ‘잠재적 피해자’로 낙인찍힌 사회적 구조를 바꾸지 못했던 남성들의 자책이 담긴 운동이었다.

 지난 17일 중앙일보에서 5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9%가 ‘한국은 여성이 살기 위험한 나라’라고 답했다. 또한 밤에 다니기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장소 1위는 ‘원룸 밀집지역 골목길’이고, 2위는 ‘건물 내 남녀 공용화장실’이었다. 밀폐된 건물이나 어두운 골목길 등에서 범죄의 위험을 느끼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26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유시민 의원은 “왜 여성이 범행의 대상이 됐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에 대한 범죄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 여성은 사회에서 상대적 약자에 해당한다. 분노를 표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여성을 ‘혐오’하기 때문이라기보다 자신의 분노를 표출할 상대적 약자를 찾다보니 여성을 선택한 것이다. 김영교 ‘사람들’ 동아리 회장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 여성을 ‘잠재적 피해자’로 일반화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분노하기보다는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적극적 개입자’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본질을 흐린 언론=일각에서는 ‘언론이 너무 여성혐오를 부각하지 않았나’ 하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박주원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지배층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로 인해 청년 남성, 여성은 피해를 받게 되고 때문에 상호간에 불만이 쌓이게 된다. 이를 풀기위해 이성에게 그 불만을 표출하게 되고 그것이 ‘혐오’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언론은 이런 사회구조적 문제를 보지 못한 채 단편적인 혐오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회는 여성과 남성의 대립에 초점을 맞춰야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기업, 언론 등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불만을 해소 시켜줘야 한다. 박 교수는 서로 비난을 할 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대학교의 추모물결

 

지난달 17일 강남역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같은달 19일 지하철 영남대역에서는 여성혐오범죄반대 및 추모운동이 진행됐다.

 서울 강남역에서 시작된 ‘포스트잇 추모’는 사회곳곳으로 퍼져 우리 대학교까지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는 우리 대학교 동아리 ‘사람들’이 주최한 것으로 화장실 옆 자유게시판에 추모글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홍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했으나, 이 추모운동이 끝난 후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당시 ‘가해자는 남성 6명을 지나쳤다’, ‘새벽 1시 나는 자고 있었고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등의 내용을 담은 포스트잇이 부착됐다. 포스트잇에는 추모글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범죄에 노출돼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글도 있었다. 이를 목격한 김재경 씨(천마인재3)는 “이런 추모운동으로 인해 여성의 인권보장에 한걸음 나아갈 수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교 ‘사람들’ 동아리 회장은 “우리 대학교 학생들 중 다수는 밤길을 걷는 것을 두려워 할 것이다.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없애기 위해 여성을 사회적 약자가 아닌 동등한 사람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람들’에서는 6월 매주 화요일, 목요일 오후 7시 중앙로 역 2번 출구에서 추모자유발언대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를 통한 ‘혐오’ 알아보기

 영화 <소셜포비아>

   
 

 “에고는 강한데 그 에고를 지탱할 알맹이가 없는 거”

 이 영화는 한 군인의 자살에 ‘레나’라는 여성이 악플을 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악플에 분노한 사람들은 레나의 신상정보를 털고 그녀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그녀의 집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자살을 한 후였다. 남성들의 폭언에 고통받던 그녀는 자살을 택한 것이다.

 소셜포비아는 단순히 여성혐오를 나타내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한 사람을 ‘혐오’하게 되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고 간단하게 진행된다는 것과 혐오도 쉽게 선동이 가능하다는 것, 또 그 표현으로 인해 아무런 죄책감 없이 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소셜포비아를 총감독한 홍석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인터넷 상의 심한 남녀 간의 대립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짱구는 못말려: 로봇아빠의 역습>

   
 

 “아내여! 딸이여! 아빠에게… 아빠에게 사랑을!”

 이 영화는 ‘아빠의 권리찾기’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속 여성들이 ‘불쌍하고 지친’ 남성을 괴롭히는 ‘생각 없는’ 여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짱구의 아빠를 비롯한 가장들은 이기적인 여성들에게 치여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살아간다.

 직장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짱구 아빠는 우연히 기계몸을 가지게 된다. 이 무적의 몸을 갖고 남성은 그동안 자신을 모욕적으로 대하던 아내를 ‘집에서 놀기만 하는’ 아내, ‘집안일은 안하고 쏘다니기만 하는’ 아내로 정한다. 이에 물리적 힘에 눌린 여성은 그에게 당하기만 하고, 기세등등한 남성들은 계속해서 여성을 비난하고 괴롭힌다.

지민선 기자  jms5932@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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