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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제겐 호흡과도 같죠!
  • 장보민 기자, 하지은 기자, 구예은 준기자
  • 승인 2016.09.12 17:03
  • 호수 1628
  • 댓글 0

뮤지컬은 제겐 호흡과도 같죠!

 우리 대학교 성악과 출신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무대에서 활동 중인 대구 출신의 뮤지컬 배우가 있다. 그는 뮤지컬 배우 홍본영 씨로, 일본 극단 ‘사계’를 거쳐 중국 상하이에서 배우이자 보컬 교사로 활동 중이다. 올해로 활동 12년 차인 그는 오페라와 뮤지컬을 넘나들며 해외에서도 주연급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페라 가수를 꿈꾸던 그가 뮤지컬 배우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성악과를 졸업했는데, 뮤지컬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에 다닐 때 지도교수님이셨던 이현 교수님이 저에게 뮤지컬 배우를 권하셨어요. 하지만 그때까지 저는 뮤지컬이 무엇인지 몰랐고 본적도 없었어요. 교수님 덕분에 그 이후로 관심을 갖게 됐죠.
 그러던 중, 여행인줄 알고 교수님을 따라 일본으로 갔다가 극단 ‘사계’에서 오디션을 보게 됐고 합격했어요. 그래서 2004년 말부터 바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이현 교수님과의 관계가 궁금해요.
 이현 교수님은 제가 뮤지컬 배우로서 첫발을 내딛을 수 있게 길을 열어주신 분이에요. 사실 제가 뮤지컬에 관심을 가졌을 때만 해도 성악과를 졸업해 뮤지컬계로 진로를 정하는 사람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교수님의 선견지명은 제게 큰 도움이 됐고, 지금도 여전히 다들 저를 부러워해요. 지금도 제가 작품 활동의 공백 기간이 있으면 챙겨 주세요. 저도 교수님의 감사에 보답하기 위해서 교수님이 부르시면 해외에 있더라도 꼭 찾아뵙죠. 교수님께 늘 감사하고 평생 열심히 보답하고 싶어요.

 뮤지컬로 진로를 바꾸면서 힘들지는 않았나요?
 뮤지컬 발성을 하는 게 힘들었어요. 성악 발성으로만 노래하다가 뮤지컬 발성으로 바꾸려고 하니 성대에 무리가 왔어요. 성대결절에 걸리고 한동안 말도 못했어요. 노래하는 사람에게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것은 참 절망적인 일이었어요. 그래서 발성을 바꾸는 데까지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혼자 떠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오디션에서 합격한 후, 한국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얘기했더니 부모님도 허락해 주셔서 주저 없이 일본으로 떠났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제가 모험심이 강했던 것 같아요. 어떤 기회가 생겼을 때, 고민하기보다는 도전해 보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오랜 고민 없이 일본에서의 활동을 결심했어요.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했던 노력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한번은 뮤지컬 <아이다>의 ‘암네리스’라는 이집트 공주 역할을 맡은 적이 있어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잘 나간다는 생각을 가진 공주이기 때문에, 늘 어깨와 가슴을 펴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몸짓을 취해야 했어요. 하지만 저는 거북목처럼 턱이 앞으로 나와 있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 60cm 자를 옷 안에 넣은 상태로 생활했어요. 당시 턱을 넣기 위해 자세를 불편하게 하고 있으니까 상반신에 무리가 와서 약을 복용하기도 했어요. 힘들었지만 며칠 고생하니 자세가 교정돼 있었어요.

 해외 활동을 하며 힘든 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겨냈나요?
 사실 해외에서의 활동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어요. 고향을 떠난 생활은 외로웠고 조금만 혼나도 ‘내가 한국인이라서 혼내나?’라는 자격지심을 느끼기도 했어요. 하지만 ‘의지의 한국인이니 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외국생활을 견뎌냈던 것 같아요.
 하루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힘들어서 운 적이 있어요. 그때 갑자기 뜬금없이 기사 아저씨께서 “아가씨, 지금 아가씨가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들을 보내고 있는지 아세요?” 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땐 힘들어서 아저씨의 말에 공감하지 못했어요. 훗날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의 시간들이 아름다운 순간들로 기억될 거예요”라는 아저씨의 말을 떠올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저의 모습이 아름답게 비칠지라도 정작 나 자신은 그걸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때 일이 ‘현재를 즐기면서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어요.

 

중국에서 뮤지컬 <상해탄> 공연 중인 모습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최근에 한 <상해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상해탄>의 ‘팡옌윈’ 역할이 처음에는 힘든 역할이었지만 막상 하고 나니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저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하진 않았지만, 하고 싶은 역할보다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배우마다 각자의 색깔이 있기 때문에 무작정 원하는 역할보다 자신에게 맞는 색깔의 역할을 찾아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외국과 한국 뮤지컬계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현재 우리나라 뮤지컬은 발전하고 있는 단계에요. 하지만 연기력은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세계 각국도 우리나라 배우들의 연기를 인정해 주고 있어요. 그 중 영남대 출신도 많고요. 하지만 작품성은 외국이 더 발전돼 있어요. 외국의 경우 예술교육이 체계화돼 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예술교육을 받고 자라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예술교육보다 입시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는 상황이니, 예체능계의 인재들이 배출되는 수부터 외국과 차이가 나는 것 같아 아쉬워요.

 국내 뮤지컬의 아쉬운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우리나라의 경우, 배우의 다양성이 부족한 것 같아요. 유명 배우가 여러 작품에 자주 출연하는 것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라나는 후배 뮤지컬 배우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이 적어지는 것 같아요.
제작자들이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보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애쓴다면, 국내 뮤지컬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좋은 작품이 있다면 배우는 거기에 맞춰서 열심히 연습할 것이기 때문이죠.

 외국활동을 하다가 한국에서 <투란도트>라는 작품을 하게 됐는데, 귀국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모국어로 공연하고 싶었어요. 제가 일본에서 작품 활동할 당시엔 한·일 관계가 좋지 않아 한국인이라는 것을 숨겼고 이름도 본명을 사용하지 못했어요. 나는 한국인이고 ‘홍본영’인데 무대 위에 있는 나는 한국인도, ‘홍본영’도 아니라는 것이 슬펐어요. 그래서 귀국하게 됐고 <투란도트>라는 작품을 만나게 됐죠. 외국에서 공연할 때보다 관객 수는 적었지만 한국인들이 보내주는 환호는 더 감동적이었고, 모국어로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어요. 무대에 서게 되면 나라마다 다른 문화적 차이를 느낄 때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고 연기할 수 있어 좋았어요. 제가 숨만 쉬어도 한국 관객들은 반응해 준다는 사실을 느꼈죠.

 본인에게 <투란도트>라는 작품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제가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뮤지컬 <투란도트>의 관계자셨어요. 그래서 교수님이 제게 공개 오디션을 볼 수 있도록 추천해 주셨어요. 오디션 당시, 연기할 때 얼음공주 ‘투란도트’의 마음에 감정이입이 돼 노래하다 울어 버렸어요. 그 실수 때문에 당연히 불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저의 감정선을 높게 평가해 주셔서 합격했어요.
 <투란도트>를 준비하면서 뮤지컬 배우로서 보다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외국에 있을 땐 주도적으로 연기하지 못하고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모습대로 연기했거든요. 반면 <투란도트>를 할 때는 저에게 필요한 부분을 직접 찾아보고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딤프(DIMF)에 초대가수로 참여하며 대구와 상해의 교류를 위해 힘쓰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나요?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 ‘딤프’는 감동 그 자체였어요. 국제 뮤지컬페스티벌이 대구에서 열린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웠고 이것은 저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어요. 딤프에서 초대해주셔서 참여했는데, 감사하게도 대구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딤프를 통해 국내 뮤지컬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대구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중국에서도 딤프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래서 상해시 관계자와도 논의하는 등 대구와 상해가 딤프를 통해 활발히 교류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딤프가 세계적인 페스티벌이 될 수 있기를 바라요.

 무대에서 연기하며 관객과 하나가 된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무대에 서면 강한 조명이 비추고 있어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연기하지는 못하지만 관객과의 호흡은 늘 느껴져요. 사람들은 대게 이걸 기싸움이라고 말해요. 1,000명과 1명이 맞대응하는데, 배우가 조금이라도 자신감 없이 연기하면 관객은 공연에 집중하지 못해요. 따라서 연기를 하면서 관객이 저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마음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면 말할 수 없는 짜릿함을 느껴요.

 무대에 서면 늘 타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는데, 그러한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요?
 연기의 신은 없다고 생각해요. 죽도록 노력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계속된 노력으로 자신감이 길러지면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의 자신감은 즉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나는 노력이 필요해요.

 최근에는 교육자 활동도 하고 있는데, 지도하는 역할을 해 보니 어땠나요?
 지금까지 연습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지만 가르치는 입장이 돼 보니 아직 저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들에겐 ‘배우라면 이 정도는 연습해야 해’라고 말하지만, 저 또한 그만큼의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관객 분들은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 공연을 보러 오시기 때문에, 배우는 끝없이 연습해 완벽한 연기를 보여 드려야 해요. 끝없는 연습을 통해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더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배우가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배우에 앞서 먼저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유명한 배우들을 보면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껴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평생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 같아요. 관객에게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배우가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진실성을 갖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뮤지컬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뮤지컬은 저에게 호흡과도 같아요. 사람은 쉬지 않고 호흡해야 살 수 있는데, 뮤지컬이 저에게 꼭 그래요.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죠. 이제 뮤지컬 없이는 못 살 것 같아요. ‘저 배우의 연기는 진짜다’라고 기억되는 것이 저의 바람이에요.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앞으로 뮤지컬을 10년 정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에게 30대는 활발한 시기에요. 발성이나 연기가 무르익을 시기에 더 많은 작품들을 접해 보고 싶어요. 또한 뮤지컬 배우로서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저처럼 험난한 길을 걷지 않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포기하지 않는다면 모든 걸 이룰 수 있어요. 고3때 성악을 시작해 이미 남들보다 한발 늦은 상태였고, 영남대에 재학 중일 때도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그럴 때마다 ‘한 발씩만 앞으로 나가자’고 생각했어요. 그럼 며칠 뒤엔 열 걸음 나가 있을 거라고 믿었죠.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했던 막연한 생각들이 뮤지컬 배우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확고한 신념만 있다면 못할 게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어요.

독자들의 ‘나도! 나도!’

 최근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과 함께 무대를 꾸민 것을 봤어요. 그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브래드 리틀은 딤프에서 처음 만났어요. 같이 듀엣하는 파트너가 브래드 리틀이라는 소식을 듣고 너무 행복했어요. 대선배님과 함께 한다는 생각에 무대에 서기 전부터 긴장이 됐어요. 하지만 리허설 무대를 해 보니 긴장은 사라지고 이전에 한 공연과는 차원이 다른 황홀함을 느끼게 됐어요.
 당시 부른 곡이 남자 파트너의 리드가 필요한 곡이었는데, 브래드 리틀이 호흡을 잘 맞춰 줬어요. 때문에 노래하는 동안 주변에 누가 있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무대에 빠졌어요. 본 무대에서도 저는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무대에 집중했고, 그때의 경험은 뮤지컬 배우 인생에서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간직될 것 같아요. 브래드 리틀도 저와의 무대에 만족해했고, 다음에 또 무대에 같이 서자고 약속해 ‘너의 목소리가 보여’라는 프로그램에서 또 함께 하게 됐어요.

 추천해 주고 싶은 뮤지컬 노래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노래는 뮤지컬 <엘리자벳> 중 ‘난 나만의 것’이라는 곡이에요. 요즘 청년들은 자신보다 세상의 시간표에 맞춰 살아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내 인생은 나의 것 나의 주인은 나야 난 자유를 원해’라는 곡의 가사처럼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자아를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추천하고 싶어요. 

장보민 기자, 하지은 기자, 구예은 준기자  hje1128@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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