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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정부와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 이경희 기자
  • 승인 2016.09.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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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정부와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최근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에서는 총장의 일방적인 사업 진행으로 인해 재학생과 졸업생이 농성을 벌였다. 학교는 왜 이토록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까?

 이화여대, ‘평생교육 단과대 사업’ 논란=지난 7월 28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계획을 폐기하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화여대 학생들은 시위를 시작했다. 그들은 당일 회의에 참석했던 평의원 교수와 교직원 5명을 본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했고, 5명의 교직원은 결국 46시간 만에 경찰의 도움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시위 사흘째인 같은 달 31일, 시위 중인 학생들을 진압하기 위해 학교 측이 1,600명의 경찰을 투입했고, 이에 모든 매체들이 이화여대에 집중했다.
지난달 1일, 본관에는 시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학생들이 시위장을 찾았다. 결국 이화여대 총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평생교육 단과대’ 설립을 중단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일, 교육부가 이화여대의 평생교육 단과대 사업 철회 의사를 받아들이겠다는 보도 자료를 발표했지만, 학생들은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많은 대학이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이유는?=현재 박근혜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대부분의 대학은 몇 년째 등록금을 동결 및 인하하고 있다. 등록금 수입은 대학의 중요한 재정수단 중 하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점점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이 감소할 경우, 사립대 1곳당 약 185억 원의 등록금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 예상된다.

 이처럼 대학의 수입은 줄어들고 있지만 전임교원 확보, 교직원 수당 증가 등의 이유로 지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학교 운영이 어려워지자 대학들은 정부지원금을 제공해주는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에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많은 대학들이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대학은 고등교육을 가르치는 곳이기에 일차원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교가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세붕 기획부처장(건설시스템공학과)은 첫 번째 이유로 “교육부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은 나름의 의미가 있으며 현 시대에서 요구하는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선정돼 정부지원금을 받으면 재정적인 부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교 역시 등록금을 5년째 동결하고 있다. 하지만 장학금은 100억 원 이상 증가했고, 게다가 전임교원 확보율을 늘리기 위해 50억 원 이상을 투입해야 했다. 이 상황에서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정부지원금을 받아 자금을 충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화여대의 ‘평생교육 단과대 사업’ 사태는 학교와 학내 구성원 사이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일은 비단 이화여대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교의 상황은 어떨까? 대학교의 3주체인 교수·직원·학생의 의견을 들어봤다.

 우리 대학교가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형일 교수회 사무국장(언론정보학과): 등록금 수입만으로 학교를 운영해야 하는데 등록금이 5년 동안 동결됐고, 대학구조개혁으로 신입생들의 수도 감소해 등록금 수입이 계속해서 줄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재단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우리 대학교는 재단으로부터의 수입을 기대할 수 없다. 이에 대학재정지원사업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김상수 직원노동조합 위원장: 필요악이라고 본다. 교육부의 대학 자율성 통제 정책의 일환으로 보지만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 A씨: 등록금 동결로 인해 우리 대학교의 재정이 어렵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들어왔다.  등록금 수입 외에 다른 수입 통로를 찾아야 하는데 그 통로가 대학재정지원사업뿐인 것 같다.

 이러한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본부와 교수·직원·학생 측은 소통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주형일 사무국장: 소통은 총장 및 보직자와 같이 일을 직접 하는 사람들의 스타일, 성격, 성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재정운영을 하는 본부와 학문을 연구하는 교수 측은 이해관계가 다르다. 이에 항상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본부와 교수 측의 큰 갈등은 없었다.
  김상수 직원노동조합 위원장: 과거부터 본부와는 소통이 잘 되지 않는 편이다. 대체로 본부라 하면 보직 교원들을 지칭하는데, 직원의 대표인 직원노동조합과는 항상 부딪히고 판단을 같이하려 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를 의도적인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보직교원들은 조직의 생리를 대체로 잘 모르고 대부분 단기간 행정부서의 수장으로 오기에, 행정업무와 조직 전체 관리에서는 아마추어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학생 A씨: 잘 모르겠다. 총학생회와 같은 학생회 간부는 본부 측과의 소통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학생회 간부가 아닌 학생들은 본부와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본부 측과 소통한다고 느끼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 생긴다.

 본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상수 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이 있듯이 ‘교육 및 연구는 교수에게, 행정은 직원에게’라는 말을 되새기길 바란다.
 학생 A씨: 지난해에는 총장 및 처장들과 함께 얘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학생들은 이런 시간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총장 및 처장들과 소통하고 궁금증을 풀 기회가 없다. 올해도 이와 같은 시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더 나은 ‘대학’을 위해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진정 대학의 발전을 위한 길일까? 지난 6월 교육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육부가 진행하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이 대학의 교육과 연구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70.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교육부가 진행하는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대학은 단기간에 학사개편을 하는 등 급박한 행정 추진을 하게 돼, 이 때문에 이화여대의 평생교육 단과대 사업 논란이 일어났다는 지적이 있다.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빌미로 대학을 통제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대부분 체계적 분석이나 전망 없이 졸속으로 사업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올해 초 대학가의 가장 큰 이슈였던 프라임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사회수요 중심의 자율적인 대학 체질 개선을 통해 학생의 진로 역량 강화와 인력 불일치 해소를 목표로, 연간 2,000억 원씩 3년간 지원해 총 6,000억 원 이상을 지원한다. 사업 일정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사업 신설 발표가 나고 그해 9월 교육부 예산이 편성됐다. 이어 10월에 사업 기본계획 마련 및 제1차 공청회가 열린 뒤, 12월에야 ‘대학 전공별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이 발표됐다. 이종배 국회의원은 “사업 구상과 예산 반영이 다 끝난 뒤에야 사업의 근거가 되는 산업수요 자료가 발표됐다”며 사업진행이 순서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데도 목표 설정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업계획 공고에서부터 대학 선정까지의 과정이 짧아 졸속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다양한 평가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위한 준비기간이 짧고 사업 공고 후 2~3개월 만에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라 대학과 학내 구성원과 소통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사립대의 경우, 특정한 사업에 선정돼야만 재정지원이 이뤄지다 보니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고 소모적인 과열양상을 띄고있다”며 “최근에 발표한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방향 시안’의 경우 구체적인 내용 대신 방향성만 담겨 있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개선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은 대학재정지원사업이 대학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사업 구성이나 예산 운용에 있어서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함에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3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 교육부 예산안’에 따르면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산학협력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대학 자율성이 보장된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을 늘릴 계획이다. 한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이영 교육부 차관 역시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있어 사회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에 지원을 확대하고, 대학 자율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학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 또한 대학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그동안 정부가 사업의 목적을 정해 놓다 보니 대학별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대학을 획일적으로 만든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사업의 평가지표를 간소화하고 정량지표를 줄이기로 했다”며 “2017년 이후 신설·개편되는 사업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한 성과지표를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이를 심사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경희 기자  lkh1106@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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