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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움으로 물드는 삶의 변화채식으로 만드는 건강한 삶의 채움
  • 하지은 기자
  • 승인 2016.09.26 17:52
  • 호수 1629
  • 댓글 0

균형있는 채식과 건강

 영양과잉의 시대라고 불리는 현대에 고기 섭취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채식주의자’들이다. 최근 윤리적, 종교적, 영양적 이유로 채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학 내에도 채식 동아리를 만들어 대학생들이 채식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러나 채식은 영양학, 윤리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논쟁 중인 식생활이다. 이에 개인의 선택을 넘어 윤리와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채식’의 세계에 대해 알아봤다.

 채식의 정의와 효과, 유의사항=채식인을 나타내는 ‘Vegetarian’이란 말에서 ‘Veget-’의 라틴어 어원은 ‘Vegetus(=lively, fresh)’이다. 따라서 원래 Vegetarian의 정의는 곡류, 채소류, 과일류 등과 같은 식물성 급원식품만을 섭취하거나, 대부분 그것으로 이뤄진 식이를 하는 사람(비건)을 말한다. 여기에 살아있는 동물에서 생산되는 우유를 포함하는 형태의 채식인(락토)이 있고, 거기에 달걀까지 섭취하는 채식인(락토 오보)도 있다. 더 확장된 개념으로 어패류까지 섭취하는 형태(페스코)와 가금류까지 섭취하는 형태(폴로)도 Vegetarian에 포함된다. 또 육류를 주 1회 미만으로 가끔 섭취하는 형태도 semi-vegetarian(플랙시테리언)이라고 한다. 이러한 채식의 분류는 자신의 생활 방법, 환경, 건강 상태에 따라 개인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분류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채식이 영양적인 면에서 어떤 효과가 있느냐하는 것은 어떤 형태의 채식을 어떻게 실행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유진 교수(식품영양학과)는 “기본적으로 채소나 과일에는 수분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항산화 작용을 하는 미량 영양소의 공급을 받을 수 있어 피부의 노화를 더디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채식 식단을 짤 때 영양과 맛을 모두 살리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제한하는 식품이 많을수록 영양소 부족이 나타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균형있는 식단’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더욱이 완전채식을 하면서 식물의 열매부분만을 섭취하고, 뿌리와 줄기부분은 먹지 않는 ‘Fruitarian’의 경우 전반적으로 영양이 부족하기 쉽다.
 
 채식으로 인해 부족하기 쉽다고 알려진 요오드, 비타민 B12 등은 해조류를 통해, 오메가3 지방산은 들기름과 들깨가루 등을 통해 공급받을 수 있다. 또 육류에도 부족한 칼슘과 철분은 시금치나 푸른 잎채소에 많이 함유돼있으므로 데쳐서 먹으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하고 균형 있게 짜인 채식 식단을 실천한다면 비만을 비롯한 당뇨병, 고혈압, 암 등과 같은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채식과 우리 신체구조의 관계=채식과 우리 신체 구조상의 관계도 흥미롭다. 육식을 즐겨 먹어온 서양인의 장 길이는 식물성 식품의 섭취가 많은 아시아인에 비해 짧다. 이에 대해 이유진 교수는 “동물성 식품은 장내에서 부패가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노폐물을 빨리 내보내기 위해 장이 짧고, 채식을 많이 하면 상대적으로 흡수율이 낮고 배출 속도가 빠른 식물성 식품의 흡수를 높이기 위해 장이 길게 진화돼 온 것이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장의 길이가 긴 아시아 사람들이 식물성 식품을 적게 먹고 동물성 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했을 땐, 음식물이 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대장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육류소비와 함께 급증하고 있는 대장암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신이 모르는 세계

 채식 인구가 점점 늘어나지만, 채식에 대한 잘못된 편견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잔재해 있다. 이에 우리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채식에 대한 궁금증을 앙케이트로 알아보고, 채식 전문가들과 함께 그 문제들을 풀어보며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생들은 “채식을 하면 마른 체형으로 바뀌던데 생활하기 힘들지 않나요?”,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면 아예 채식을 하지 않나요?”등의 여러 질문들을 해줬다. 채식주의자이자 국내 최초 ‘여성 비건 보디 빌더’였던 도혜강 씨와 이유진 교수(식품영양학과)의 답변을 들어보자.

 채식에 대한 오해와 진실=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볼품없이 마른 몸이 될까봐 채식을 꺼려하는 다이어터들도 있다. 그러나 채식으로 근육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오해다. 근육을 형성하는데 필수요소인 단백질은 동물성보다 식물성일 때 오히려 더 뛰어난 근육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또 지구력 저하에 대한 걱정과 달리 채식의 피로 회복 효과는 월등하다는 것이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도혜강 씨는 “육식을 포함한 혼식인은 근육의 폭발적인 힘을 내지만 금방 지치고, 채식인은 상대적으로 민첩하고 지구력이 상당히 좋다”고 했다.
한편, 채식을 하면 생활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힘들 것 같다는 인식도 있다. 도혜강 씨는 “채식이라고 하면 푸성귀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텐데, 도정이 덜된 현미밥은 양질의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모두를 골고루 갖추고 있어 섭취 시 체력이 상당히 좋아진다”고 전했다.

 또한 종교적 이유로 채식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고기를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불교의 경우, 중국, 한국에 퍼져 있는 대승불교 스님들은 직접 조리를 해 먹으니 고기를 먹지 않고 가려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미얀마 등지에 퍼져있는 소승 불교는 개인의 깨달음을 위한 종교이기 때문에 걸식을 한다. 따라서 먹는 것을 가려 먹을 수 없기에 고기를 먹기도 한다.

 흥미로운 채식 이야기=앞서 채식에 관한 영양학적 인터뷰를 하던 중 이유진 교수는 독일 유학 시절의 채식에 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전했다. 어렸을 때 돼지 캐릭터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7살 이후로 고기를 먹어본 적 없는 독일인 친구가 있었다고 했다. 하루는 그 친구랑 밥을 먹으러 갔는데 빵 안에 베이컨이 있는지 모르고 둘 다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유진 교수는 고기 냄새가 확 올라와 역해서 그 빵을 먹지 못했는데 그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먹더라는 것이다. 채식을 오래하면 고기 맛을 아예 잃어버려 고기의 맛과 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유진 교수 또한 “채식을 2001년부터 해오고 있다. 한번은 고기를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할 때가 있었는데, 더 이상 예전의 그 맛있는 고기 맛이 나지 않더라”고 했다.

 한편, ‘푸딩 베지테리언’ 같이 육류를 제외한 가공식품만 먹는 채식도 있다. 과일, 채소의 섭취보다는 단순히 육류를 뺀 가공식품으로 식사하는 것으로, 영양학적으로 채식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유진 교수는 “채식은 일반적으로 식단에서 고기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다양하게 골고루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고 과자와 같은 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것은 진정한 채식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하기자의 도전기!

 평소에도 필자는 채식에 관해 관심이 있었다. 어느 날 바다에서 금방 잡은 생선의 배를 갈라 그 자리에서 회를 떠먹는 모습을 tv프로그램에서 보고, 살아있는 것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일순간 들었던 적이 있다. 탄력 있는 몸체를 순식간에 튕기며 생동하는 모습의 생선을 날카로운 칼로 한순간에 그 생명성을 잃게 하는 모습에서 이상한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언젠가 채식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이번 채식주의 기획을 준비하며 채식에 직접 도전해봤고, 처음엔 야심차게 완전 채식인 ‘비건(began)’을 선언했다. 

 시골에서 자라며 육식보다는 채식을 했고 가공식품은 거의 먹지 않았기 때문에, 필자에게 채식 위주의 식단은 어렵지 않았다. 바쁜 신문사 생활을 하며 신선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쉬웠다. 이참에 바쁜 일상 속에 잊고 있던 싱그러운 삶에 대한 회귀를 바랐다. 그러나 ‘비건(began)’을 너무 쉽게 봤다. 수업과 취재 등으로 틈이 없는 생활에서 요리를 직접 해 먹기란 쉽지 않았다. 파프리카, 키위, 사과 등 간단한 식재료도 바쁜 와중에는 손질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았다. 첫 날의 양배추 쌈이 결국, 요리랄 것도 없는 마지막 채식 요리였다.

 마감 주, 신문사 기자들이 우르르 미대 뒤에 밥을 먹으러 간다고 나서기에 조금 흔들렸지만, 노란 빛깔의 달걀말이와 반찬으로 나오는 제육볶음의 감칠맛을 상상하는 순간 마음을 돌렸다. 그러나 가서 비빔밥만 먹으면 되지 않겠냐는 한 친구의 말에, 사실 괜스레 혼자 있기 싫었던 마음이 동해 결국 같이 가게 됐다. 아니나 다를까, 각종 양념 냄새가 뭉근히 퍼진 식당에 들어서자 평소엔 싫어하던 햄조차 맛있게 보였다. 공복 상태가 길어지니 각종 음식 냄새가 선명해졌다. 무한리필인 달걀말이와 햄을 맛있게 먹는 친구들 옆에서 콩나물, 상추, 밥, 고추장으로만 밥을 먹었다. 

 식당에서 밥 먹을 시간이 없으면 하루 종일 쫄쫄 굶게 됐다. 동기들은 이쯤 되면 ‘채식’이 아니라 ‘단식’을 하는 것 같다며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뭐라도 채워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희망을 갖고 편의점에 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품 성분표를 꼼꼼히 살펴보니 내가 건더기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진공 포장된 옥수수와 황도, 고구마와 망고 말린 것이 전부였다. 가공 식품에는 동물성 유지나 고기 분말, 계란이 들어 있어 먹을 수 없었다. 심지어 젤리의 젤라틴도 돼지고기로 만든 것이었다. 성분표를 한참 읽다가 겨우 황도 하나를 사와, 신문사에서 3시쯤 첫 음식물을 섭취했다. 단 것도 선호하지 않던 내가 이토록 달콤함에 푹 빠지게 되다니! 

 채식을 하려다 삶이 피폐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중, 식품영양학과의 이유진 교수님을 인터뷰하고 와서 잘못된 방법으로 채식을 했음을 깨달았다. 이번 채식은 실패했지만 늘 시간에 쫓겨 모니터 앞에서 조미료 범벅의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던 식습관을 반성하게 됐다. 앞으로 세 끼를 건강하게 꼬박꼬박 챙겨먹는 것부터 실천해보려 한다. 며칠 동안의 채식 흉내내기였지만 현재 내 주변의 먹거리를 돌아보게 됐다.

 자두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톡 터지는 달콤함과 생 양배추를 아삭아삭 씹으면 베어나오는 달큰하고 쌉싸름한 맛- 식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던 여유로운 시간들도 그리워졌다.

채식주의자로 살아간다는 것

 우리나라는 채식 위주의 식단임에도 불구하고 서양보다 채식 인구가 낮으며, 그 수치는 1%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취재원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이 녹록치 않음에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채식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채식=바삭한 껍질을 베어 물면 육즙이 흘러나오는 치킨, 불판에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 등 세상의 온갖 맛있는 것들을 뿌리치고 채식인들이 채식을 하는 이유는 뭘까? 채식을 하는 동기와 계기는 가지각색이지만 동물에 대한 연민, 생명 존중, 건강 증진, 친환경적 삶에 대한 욕구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유진 교수(식품영양학과)는 “대량 생산 체제 속에서 과도하게 도축된 가축들이 경제적, 환경적, 윤리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낳기에 한국은 동물권 운동, 윤리적 이유 등으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법적으로 저촉되지 않는 가축도살법 중 돼지나 소가 새끼를 낳을 때, 암컷을 죽 세워 놓고 정자를 주입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윤리적으로 옳지 못하다”고 했다.

 채식, 생명사랑, 환경보호, 착한소비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월간지 ‘비건’의 편집장이자 채식주의자인 이향재 씨는 “채식은 단순히 풀만 먹는 게 아니라 과도한 육식으로 오는 인류의 질병, 환경파괴, 먹거리 왜곡 등 인류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출발점이자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했다. 이처럼 채식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다.

 녹록치 못한 한국에서의 채식, 그리고 채식인의 인권=얼마 전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폭력을 그려낸 것처럼 한국의 채식주의자들은 크고 작은 폭력에 직면해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육식문화로부터 큰 압력을 받고 있으며,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국에는 기본적으로 육수에 멸치, 고기가 많이 들어가 있고 여럿이 같이 먹으면 메뉴를 통일해야 하는 문화가 있어 채식을 하기 힘든 환경인 것이다. 심지어 한 신문사 인터뷰에서 고려대 재학생 유소현 씨(21)는 최근 부모님께 채식을 하는 것을 설득하기 위한 보고서 10장을 썼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채식 운동인 도혜강 씨는 채식인들의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혼자 조용히 채식을 실천하려는 은둔형 채식인이 있는데, 자신의 신념만 고집하기보다 채식인 스스로 당당하고 즐겁게 어울려 채식을 할 수 있는 방법도 고안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채식인의 인권에 대한 문제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의견이 많았다. 박지민 고려대 채식주의 학회 ‘뿌리:침’ 회장은 “일상생활에서 채식을 하는 나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해야 하지만, 신념에 따른 선택권을 잘 보장받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개인의 신념에 공감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어른들이 식사 메뉴를 결정하는 문화가 강한 한국에서는 더더욱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인의 귄리를 위한 푸른 움직임

 대학 내에서 채식인들은 엠티, 뒤풀이 등 많은 행사에서 그 존재를 고려 받지 못하고 식사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지성의 공간에서도 식생활을 존중 받지 못하는 것에 부당함을 느낀 대학생들이 대학 내에서 채식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 채식 동아리 ‘콩밭’은 전국 최초로 대학교에 채식 식당을 만들었고, 동국대에서는 2011년부터 채식뷔페가 도입됐다. 특히 고려대의 채식주의 학회 ‘뿌리:침’은 현재 오프라인,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비채식인의 인식 개선’이 주된 활동목표인 ‘뿌리:침’은 육식주의 이데올로기 사회에서 채식인의 존재를 가시화하고, 왜곡되지 않은 채식 문화를 알리기 위해 학생들이 만든 단체다.

 채식식당의 부재와 필요성=우리나라는 서양에 비해 육류섭취량이 적음에도 채식식당이나 급식에서 채식메뉴를 찾기는 더 어렵다. 시간적, 공간적인 이유로 외식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학생이나 직장인 채식인들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이유진 교수(식품영양학과)는 “한국과 달리 독일에서 유학 했을 땐 학교 식당에 소수 채식인을 위한 메뉴가 늘 있었기에 채식 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고 했다.

 박지민 고려대 채식주의 학회 회장도 “앞으로 국제관 식당에 채식 식단 도입을 요구할 생각이다”며 “학교는 채식주의자 학생의 먹을 권리, 선택권을 보장하는 메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꼭 채식주의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아도 메뉴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의 경우, 학교에서 채식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낀 교내 채식 동아리가 생활협동조합과 협력해 교내에 채식 식당을 만들었다. 당시 채식 동아리 ‘콩밭’의 회장이었던 강대웅 씨는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채식 식당에 대한 설문조사와 지속적인 캠페인 등을 벌여 채식식당 필요성에 대한 근거 자료를 마련했고, 이 결과를 지속적으로 생협 사무국과 공유했다”고 했다. 채식 관련 행사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아지자 학교도 점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에 서울대에 채식식당이 탄생하게 됐다.

 우리 대학교에 채식 식당이 생긴다면?=타 대학교는 위와 같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대학 내에 자유로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교의 상황은 어떨까?

 현재 우리 대학교의 학생식당, 자연계 식당의 메뉴는 육류 위주이며 인문계 교직원 식당은 주 5일에 15번의 메뉴 중 평균 3번 정도의 채식메뉴가 나온다. 인문계 교직원 식당의 장은미 영양사는 “급식은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개인 성향을 다 고려할 수 없어 완벽한 채식을 하기는 곤란한 점이 있다. 교직원들은 채식 메뉴에 호응이 좋은 반면, 채식 메뉴가 있을 때 학생들 식수를 보면 학생들은 채식을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 대학교에 채식식당이 생긴다면 어떨까? 이에 대해 장은미 영양사는 “학생들 복지를 위해선 필요하지만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어 정식 코스의 하나로 채식을 제공하는 방법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인문계 교직원 식당의 점심식사 B코스인 건강 도시락(healthy giving)은 칼로리가 제한돼있고 현미밥, 채소, 어느 정도의 단백질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 채식식당이 부재한 상황에 대해 타 대학교와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타 대학교 같은 경우 채식식당을 생성·운영할 때 거의 생활협동조합이 주체가 된다. 생활협동조합은 이익을 식사의 질 향상에 100% 투자하지만, 우리 대학교처럼 기업이 입점해 있는 경우엔 이윤 창출이 기본적인 목적이기 때문에 소수를 위한 채식 식당을 운영하기 어렵다. 그러나 장은미 영양사는 “채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당연히 운영자는 그에 대한 공급을 할 것이다”고 했다.

 이에 본지에서 우리 대학교에 채식 식당이 생기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앙케이트와 로드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학생식당의 메뉴에 대해 ‘지방, 탄수화물에 많이 노출돼 있다’, ‘기름지다’등의 의견을 보이며 그에 대응한 식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이유였다. 구다은 씨(피아노과3)는 “평소 학생식당의 메뉴를 보면 자극적인 메뉴가 많은데, 채식식당이 교내에 생긴다면 밖에서 비싸게 식사를 해결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채식 식당을 이용할 의향이 없다고 답변한 사람들은 육류를 선호하고, 자주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한편 맛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찬반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당장 우리 대학교에 채식 식당을 만드는 것은 힘들겠지만, 기존 식단에서 채식 위주의 식단 제공을 바라는 구성원들의 의견이 많은 만큼 보다 적극적인 학생들의 관심과 권리 요구, 학교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은 기자  hje1128@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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