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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나눈 '수저계급'
  • 곽미경 준기자, 박승환 준기자, 홍정환 준기자
  • 승인 2016.11.28 20:57
  • 호수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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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계급사회

 지난 10월 한 설문조사 기관에서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을 표현한 단어 가운데 응답자 중 85%가 ‘수저계급론’을 선택했다. ‘수저계급론’은 부모의 재력을 물려받아 태어날 때부터 사람 간의 계급이 나뉘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수저계급론이 생겨난 배경은?=수저계급론은 부모의 재산에 따라 자식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결정된다는 영국 속담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다’에서 파생됐다. 윤길주 시사위크 부사장은 “사회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교육제도가 기득권 층에 유리하게 흘러가면서 사회 지도층이 자녀에게 부를 대물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암묵적 계급 구조가 고착화되고, 이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수저계급론이라는 단어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한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과)는 현 정권의 정치 질서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과 교육제도의 형평성 붕괴를 수저계급론의 배경으로 꼽았다. 부유한 아이들은 학벌위계에서 높은 대학에 입학하고, 가난한 아이들이 낮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과 같이 구조화 된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수저계급론을 등장하게 했다는 것이다.

 수저계급론,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러한 수저계급론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 그 중 하나인 공정성에 대한 불만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신경아 교수는 “대개 자신이 노력한 만큼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는 공정성 있는 사회를 원하는 데, 이번 ‘정유라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공정성이 무너진 사회에 분노하고 있고, 그 표현 방식 중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 수저계급론인 것이다.

 이범 교육 평론가는 ‘부모의 영향력’을 언급했다. 한국은 예전에 비해 계층이동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지고 자녀 숫자는 줄었다. 이 때문에 자녀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결정하는 데 부모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수저계급의 미래는?=최근 ‘최순실 게이트’, ‘정유라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 사회는 변화의 물살을 타고 있다. 두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수저계급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은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신경아 교수는 시민들은 더 이상 고착화된 정치 구조를 두고 볼 수 없어 변화의 물살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로 민주주의 사회 질서 구조에 대한 의문을 꼽았다. 계급이 없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수저계급’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시민들로 하여금 우리나라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조성주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은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공정하게 대우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저에 좌절하는 청년들

 수저계급론이 사회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청년들의 마음이 동요했다. 학벌과 스펙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은 “아무리 노오력해도 헬조선은 안 된다”며 현실을 비관했고,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로 결정된 태생적 ‘수저장벽’을 개인의 노력으로 넘어설 수 없다고 탄식했다.

 개천은 말라서 아무도 못 살아요=과거에는 어려운 집안 환경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사법고시에 합격하거나 벤처기업 CEO 등이 됐다는 사람들의 사례가 이따금 사회에 알려졌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처럼 개인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의사의 자녀가 의사가 되고, 법조계에 종사하는 친인척이 있어야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등 개인의 노력보다 태생적 배경이 성공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더 확산됐다.

  우리 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사회에서 수저계급을 체감하신 적이 있나요?’라는 물음으로 앙케이트를 실시한 결과 총 116명 중 ‘있다’에 77.6%(90명)가 응답했고, ‘없다’에 22.4%(26명)가 응답했다. 절반 이상의 학생이 수저계급을 체감한다고 답한 것이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 수저계급을 실감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자판기 커피를 먹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값비싼 브랜드 커피를 손에 들고 지나갈 때’, ‘마음만 먹으면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친구를 볼 때’,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돈 걱정을 하지 않는 친구를 볼 때’, ‘동기인데 명품(시계, 가방 등)을 갖고 다니는 것을 볼 때’, ‘자신 명의로 된 자동차가 있는 대학생을 볼 때’ 등의 답변이 주를 이뤘다.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는 “성공을 위한 합법적인 수단이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학생들의 탄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지난해 12월 서울대학교 학생이 ‘정신적 귀족이 된 것처럼 금(金)전두엽을 가진 듯했지만,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전두엽 색깔이 아닌 수저 색깔’이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 학생은 특목고를 졸업하고 대통령 장학금도 받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노력보단 수저계급을 더 중시하는 사회에 좌절했고 결국 돌아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됐다. 이처럼 청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수저계급을 극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좌절의 이유 중 개인적 측면의 요인으로 허창덕 교수는 ‘학생들의 자조’를 꼽았다. 사회 불평등은 이전부터 존재한 문제지만, 현대의 청년들이 유독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자조하기 때문에 수저계급론이 청년들의 삶 속에 깊게 뿌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자기 탄식이 많아질수록 삶에 대한 의지가 약해지고, 이것이 심화되면 사회에 대한 화로 표출되는데 ‘묻지마 범죄’와 같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조성주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은 “청년들이 흙수저로 이야기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생각해 사회의 공정성과 민주주의를 의심하고 결국 사회적 불신에 빠질 위험이 높아진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허창덕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분위기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저계급론의 원인 중 하나인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의 가치 기준을 명확히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저계급론을 말하다


 부의 상속으로 인해 사회 계급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닐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 대학교 외국인 유학생 김벽옥(정치외교4·중국), 플랏하넙후산(국제통상3·우즈베키스탄), 이든(새마을국제개발1·가봉), 응웬유이응옥(국어국문3·베트남)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수저계급론이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가 사회적 계급을 설정한다는 신조어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 다양한 자조적 표현이 있는데, 자국에도 이런 표현이 있나?

 김벽옥: 중국 고전소설 홍루몽에는 주인공이 입에 떡을 물고 태어났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 표현이 금수저와 비슷한 말로 쓰인다. 재벌 2세를 뜻하는 ‘부이대(富二代)’라는 말도 있다.

 플랏하넙후산: 우즈베키스탄에는 부자를 칭하는 말은 있지만 ‘수저계급론’과 같은 표현은 없다.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재산보다 Family name이 더 중요하다.

 얼마 전 정유라 사태가 일어나 논란이 됐다. 대학에 특혜 입학했고, 과제를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아도 좋은 학점을 받았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SNS에 ‘돈도 실력이다. 부모를 원망하라’는 망언을 해 학생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플랏하넙후산: 나쁜 일이긴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 또한 일반 사람이었다면 이만큼 논란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대통령과 연관돼 일이 커진 것 같다.

 이든: 한국의 대학입학 시험처럼 가봉에서도 입시를 위한 ‘바칼로레아’라는 시험이 있다. 자녀가 잘 되길 바라는 부자들은 돈을 주고 시험 정답을 미리 구매하기도 한다. 외국에서도 이러한 비리는 종종 발생하며 이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응웬유이응옥: 베트남에서도 국가 고위직 간부를 아버지로 둔 아들이 세금을 횡령했는데도 형량이 낮아 국민이 분노한 적이 있다. 이 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지만 정부로 인해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일이 많다.

 ‘수저계급론’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구성원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든: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향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따라서 주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금수저’인 것에 안주하거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보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플랏하넙후산: 필요에 따라 부모님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저 계급은 사회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정유라 사태와 같은 문제는 그 한 명의 문제가 아닌 그의 편의를 봐준 모든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

 김벽옥: 사람들과 토론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마음껏 이야기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그렇게 토론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응웬유이응옥: 사회에 경제적 계급이 생겨 고착화 된다면 그것을 없애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계급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차별을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곽미경 준기자, 박승환 준기자, 홍정환 준기자  pressyu@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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