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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로를 거닌 사람] 꿈을 가진 사람들이 확고했으면 좋겠어요
  • 지민선 기자, 곽미경 준기자
  • 승인 2016.11.28 20:53
  • 호수 1632
  • 댓글 0

 

 군대 음식이 맛없을 것이란 편견은 버려라! 군대 음식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일으킨 우승한 씨(식품영양2). 그는 취사병으로 복무하며 군대 내에서 적용할 수 있는 요리책을 출판했다. 그런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군 입대 전에 어떤 생활을 하셨나요?

 제 어릴 적부터의 꿈은 요리사였어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요리사인 아버지 밑에서 계속 일을 하고, 뷔페나 음식점 주방을 전전하며 경험을 쌓았죠. 그러던 중에 입대하게 됐어요.

 언제부터 요리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어릴 때부터예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외출하면 항상 아버지가 있는 호텔로 갔어요. 아버지는 정갈한 흰 옷, 흰 앞치마, 흰 모자를 착용하고 계셨어요.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요리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진로를 정하게 된 것 같아요.

 군 복무 중 ‘취사병 길라잡이’라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됐습니다. 이 책은 어떤 책인가요?

 ‘취사병 길라잡이’는 군 식당 내 청결, 위생 관리방법부터 대량의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레시피가 담긴 책이에요. 이 책은 군대 내에서만 유통돼 취사병들이 음식을 만들 때 참고하는 책이죠.

 책을 펴내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제가 취사병이 됐을 때는 이렇다 할 레시피가 없었어요. 선임들이 말로만 알려주거나 간략한 군대 표준 조리법이 전부였죠. 거기엔 생략된 것이 많아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이것을 보완하고 싶었어요.

 계급이 오르면서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생기기 시작할 무렵, 대대장님께서 저를 부르셨어요. 조리법을 글로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죠. 다방면으로 지원도 해주시고 집필 기간 동안 많은 도움을 주셨었어요. 작성하는 데는 4개월이 걸렸고 수정·보완하는 데 한 달 정도 걸렸어요.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제가 속한 부대가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 집필을 시작했는데 막상 하다 보니 담아야 하는 내용이 너무 많아 지치기 시작했어요. 부대 음식은 같은 음식이 반복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아요.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양이 어마어마했죠.

 국은 60여 가지나 있고 반찬, 밥, 디저트 등도 마찬가지였어요. 중간 정도에 접어들었을 때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전역도 가까워지는 상황이라 조금 나태해지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주위에서 ‘지금까지 잘 해왔다’, ‘열심히 한 것이 아깝지 않냐’라고 격려해주셔서 잘 마무리하게 됐죠.

 가장 힘들었을 때 힘이 됐던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군인이 출판했다고 하니 ‘시간이 많이 남아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취사병은 휴일 없이 매일 일을 해요. 쉬는 시간이 있더라도 곧이어 다음 식사를 준비해야 하죠. 때문에 군 복무를 하며 책을 쓰는 것이 저한텐 조금 버거웠어요. 그럴 때마다 동기들이 “네 음식은 먹어보면 너의 솜씨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만큼 맛있다”고 말하며 저를 다독여줬어요.

 또한 간부님들은 직업군인이다 보니 아침과 저녁을 외부에서 사 먹을 수 있었어요. 제가 취사병을 하기 전엔 아무도 부대에서 저녁을 해결하지 않았는데, 취사병이 되고 난 후 간부님들이 절반 넘게 저녁을 신청했었어요. 이런 크고 작은 것들이 저를 힘나게 했어요.

 출판한 책은 군 사단 사령부뿐만 아니라 전국 부대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들었어요.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어요. 이런 상황이 올 것이란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부대 후임들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전국 부대에서 활용하고 있다니. 솔직히 아직도 믿기진 않지만 기분은 좋아요. 군 생활하면서 무엇인가 하나 해낸 것 같고 군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해요.

 책을 펴내고 난 후 가장 뿌듯했던 적은 언제인가요?

 전역 전 마지막 휴가 당시 군대 내 기자에게 전화가 왔었어요. 그러더니 대뜸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보라는 거에요. 어리둥절해서 보니 제 사진과 관련 기사가 메인화면에 떠 있더라고요. 어안이 벙벙하고 많이 놀랐었어요. 친구들한테 캡쳐해서 보내주니 합성사진으로 장난하지 말라고 말을 하더군요.

 그 후로 저와 관련한 기사가 더욱 퍼졌었어요. 라디오에서도 연락이 왔었고 중앙일보, YTN 등에서도 취재를 요청했었어요.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는데 기사를 스크랩하고 영상을 돌려보니 실감이 났죠. 괜스레 뿌듯해서 뉴스를 반복해서 보기도 하고 기사도 스크랩해뒀어요.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럽지만 지인들에게 자랑도 많이 했죠. 포털사이트에 제 이름을 검색하면 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도 신기했고 ‘내가 어떻게 이 일을 해냈지’하는 생각에 혼자 으쓱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신경을 쓸 걸 하는 생각은 들어요. 이왕 하는거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싶었고, 더 신경을 쓰고 싶었지만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아 좀 아쉬웠어요.

 메뉴별 조리법뿐만 아니라 취사병 업무까지 책에 담겨져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취사병들이 전부 요리에 열정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군내의 병력이 부족하다보니 입대 전 요리에 관심이 있던 사람은 일부였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요리와 취사병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저로서는 굉장히 불편했어요. 후임들은 같이 일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금세 다른 병과에 가버리니 일의 능률도 떨어졌죠. 그래서 효율적으로 취사병 업무를 알려주기 위해 글로 정리했고 매뉴얼을 만들었어요. 군대에서 위생검열을 진행하는데 그것에 맞는 청소 방법 등도 함께 적어놨고, 사사로운 할 일까지 기록했어요.
 

사진출처 우승한


 군대 음식 조리방법은 일반음식 조리방법이랑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군대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군대 음식이 맛없다고들 하는데 처음엔 재료가 좋지 못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맛이 나올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조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양이 많으니까 대충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전 오히려 양이 많아서 맛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입대하기 전에도 뷔페 전문점 같은 곳에서 단체 음식을 많이 조리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많으니 대충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죠. 제가 대충하는 순간 부대 내의 많은 사람들이 맛없는 밥을 먹게 되기 때문에 더 노력하게 됐어요.

 청결 또한 중요해요. 제가 만든 음식으로 부대 사람들이 식중독과 같은 병에 걸리면 부대의 전투력이 감소하니까요.

 본인이 가장 자신 있는 요리가 있나요?

 감자탕과 갈비찜, 이 두 가지에요. 손을 많이 거쳐야 하는 것들은 대부분 자신 있죠.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들은 조리법대로만 하면 맛있어요. 하지만 군대에서는 그 과정이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조리법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요. 갈비찜 같은 경우는 전날에 핏물을 빼고 한번 삶아 요리를 하면 더 맛있죠. 아무리 복잡한 요리라도 그 전에 조금만 더 신경 쓰고 고생하면 먹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해요. 그 모습을 보니 요리가 더욱 재미있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자취생들에게 추천할만한 음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자취생들에게는 쉽게 상하지 않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가장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양념깻잎이 가장 적합한 것 같아요. 제가 군대에 있을 때도 좋아했던 음식이고요. 식자재비가 별로 들지 않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요.

 양념깻잎 하면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저희 부대원이 250~300명 정도였는데 대량으로 양념깻잎을 만들어야 하니 일일이 양념을 묻히지 않고 그냥 버무려져서 나왔었어요. 하지만 저는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양념을 한 장 한 장 다 묻히려고 했어요. 깻잎이 그렇게 많을 줄 상상도 못 했었는데 깻잎만 네 박스더라고요. 처음엔 한 장씩 정성스레 양념을 묻히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두 장, 다섯 장, 열 장씩 하다가 마지막에는 층층이 깔고 양념 붓고를 반복했어요. 얕봤다가 고생했었죠.
 
 본인이 가장 닮고 싶은 멘토가 있다면 누구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훌륭한 셰프들도 많지만 저는 아버지를 가장 닮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요리사인 아버지를 보고 꿈을 키워왔기 때문이에요. 제가 요리를 한다고 처음 말씀드렸을 때는 반대하셨지만, 지금은 많이 도와주시고 지원해주세요. 아버지는 오랜 기간 동안 요리를 해오셨고,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세요. 국무총리상도 받으셨죠. 그래서 아버지가 제 멘토이자 롤 모델이에요.

 본인이 매스컴에도 노출되고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저희 아버지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에요. 또한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계시고, 여러 곳에서 수상도 하셨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시지 않는 것 같았어요. 어머니는 항상 저에게 “너는 알아서 잘하니까”라고 말씀하셔서 “잘했네” 한마디 하실 뿐이었죠. 하지만 부모님께서 모임에 나가셔서 제 자랑을 하고 다니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감동을 받았었어요. 또한 누나가 제 자랑을 엄청 하고 다녀요. 친구들에게도 ‘승한이가 이랬다’더라 하면서 많이 얘기한다고 들었어요.

 요리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단어로 표현하자면 ‘전부’예요. 왜냐하면 요리사말고 다른 길은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생활기록부에 제 꿈은 전부 요리사라고 적혀있어요. 그렇기에 저는 요리가 전부라고 생각해요.

 대구에서 식당을 차릴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요?

 모든 요리사의 종착지가 창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아요.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어요. 제 버킷리스트이긴 하지만 임대를 해서라도 마음 맞는 친구랑 무엇인가를 팔아보고 싶긴 해요. 저와 생일이 같고 전역일도 하루 차이 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와 함께 가게를 차리자고 얘기한 적은 있어요.

 가게를 차리게 되면 단순매출이 목적이 아닌 경험을 키우고 싶어요. 하루하루 식단을 바꿔가며 그날 만들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재료가 소진되면 하루 장사를 마치고 놀거나 내일을 생각하자고 말했어요. 또 푸드트럭도 생각해봤어요. 핫도그에 빠네 파스타를 넣어서 여성을 공략하거나, 고기에 치즈를 올린 남성 공략용 음식도 생각했죠.

 현재는 학생 신분이고 돈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지만 나중에 꼭 한번 도전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쿡방이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라 막연히 ‘요리사나 해볼까?’하는 생각으로 도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제가 6년 가까이 아버지 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다른 주방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해봤지만, 이 일은 열정페이의 끝이에요. 일의 양도 상상 이상으로 많고 건강도 쉽게 나빠지죠. 제가 아르바이트를 할 때 주위에서 ‘왜 이런 걸 하려 하냐’, ‘다른 길을 생각해봐라’하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티비에서 보는 멋진 셰프의 모습이랑 실제 요리사의 모습은 정말 달라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꿈이 확고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대개 금방 그만두게 될지도 몰라요. 그런데 본인이 뜻이 있고 정말 하고 싶다면 뭐든지 다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저 역시 일이 힘들긴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고 조리복을 입고 거울을 볼 때면 기분이 좋아져요. 정갈한 모습이 정말 요리사가 된 것만 같기 때문이죠. 모두 확고한 꿈을 가지고 구체적인 목표를 잡았으면 좋겠어요. 힘든 상황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는 의지가 생길 수 있게 말이죠.

 

 독자들의 ‘나도! 나도!’


 군대에서는 정말 밥을 삽으로 하나요?

 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공사용 삽이 아닌 조리용 삽이 따로 있어요. 요즘은 군대에도 쌀을 자동으로 씻어주는 기계가 나왔지만, 이는 병사수가 많은 부대에만 도입된 상황이에요. 제가 다니던 부대에는 삽으로 밥을 했었어요.

 책 출판 후 금전적 수입은 있었나요?

 명예만 있고 금전적 수입은 없었어요. 개인적 이익을 위해 출판했더라면 저작료가 있었을 텐데 군대 내에서 했기 때문에 그런 건 없었어요. 라디오 인터뷰를 할 때는 부수적으로 돈을 주고 다른 인터뷰어들은 고맙다며 기프티콘으로 줬었어요.

 군대 내에서 책을 출판한 거라 교정과정이 궁금해요!

 처음에는 부대 내에만 공유하기 위해 시작했기 때문에 딱히 교정과정을 거치지 않았어요. 문서작업 프로그램에서 기본적으로 고쳐지는 것만 수정해 제출했었죠. 처음에는 소량으로 인쇄하려고 했으나 소문을 타고 상급부대에까지 전해져 전 군대에 보급하기 위해 출판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출판하게 됐죠. 그 후 군대 내에 교정을 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 분들의 도움을 받아 글을 고쳤어요.

 군대는 대부분 자율배식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인기 많았을 것 같아요

 한 번은 급식으로 감자탕이 나온 적이 있었어요. 자율로 배식을 하는 상황이었는데 넉넉하게 했다고 생각한 감자탕이 금세 동이 나버렸었어요. 그래서 선임과 어떻게 할지 논의 했었어요. 그래서 즉석식품으로 된 사리곰탕에 라면스프를 넣어 감자탕과 비슷한 맛을 냈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요리 비법이 뭐냐’며 물어봤었죠. 그 당시엔 넉살 좋게 넘어갔는데 지금 그 상황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와요.

지민선 기자, 곽미경 준기자  jms5932@ynu.ac.kr, hd32222487@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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