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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회 천마문화상-우수작(시)] 소금 치는 밤
  • 김유신(국사4)
  • 승인 2016.11.28 21:09
  • 호수 1632
  • 댓글 0

1.
살갗처럼 붙어버린 것은
둑길을 달려도 달려도
지워질 줄을 몰라 나는
얼른 웃옷을 벗어 들고
집으로 내달렸다
엄마 엄마 오늘도 옷에 소금냄새가 나
쪼그려 앉아 무딘 칼로
오징어 배를 따던 여자는
맨몸으로 대문을 넘어오는
제 아들의 찡그린 얼굴을
물끄러미 보기만 했다
마당에 내던져진 티샤쓰는
그날따라 새하얗다

2.
그 밤 나는 내가 잠든 사이
엄마가 옷에 소금을 치는 게 아닐까
몰래 방 문틈 사이로
마당을 내어다 보았다
어둠 위에 쪼그려 앉은 여자는
새하얀 티샤쓰를 오징어처럼
연신 주무르고 있었다
찰박찰박 물이 대야에
자꾸만 부서지는데
그 소리가 꼭 파도 울음 같아
나는 문틈 사이로 보이는 풍경을
통째로 훔쳐 달아났다
이불 저 깊은 곳에서
아무도 몰래 그 풍경 꺼내보면
빨랫줄에 십자가처럼 걸린
내 티샤쓰와 거기다
얼굴을 묻고 선
여자의 모습이 피어났다
철썩 철썩 멀리서 누군가
우리 집 마당에 소금을 칠 때마다
여자의 머리 위로
가을볕처럼 쏟아지던 밤
숨을 크게 들이쉬면 이불 속은
온통 소금냄새였다

김유신(국사4)  pressyu@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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