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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회 천마문화상-심사평(소설)]
  • 노상래 교수(국어국문학과)
  • 승인 2016.11.28 21:13
  • 호수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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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천마문화상 소설 부문에는 총 25편의 작품이 응모됐다. 그래서 어느 해보다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해이기도 했다. 예년에 비해 은풍했으나 열매는 그리 튼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품 수에 비해 수작을 길어 올려야 할 두레박이 자꾸만 비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응모작의 숫자만큼이나 소재는 다양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이래로 더욱 주목을 받게 된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좀비물을 연상케 하는 작품도 있었으며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작품도 있었다. 그렇지만 대다수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잘 반영해주는 소재들이었다. 다이어트, 섭식 장애, 폭식, 군대 폭력, 학교 폭력, 가정 폭력, 이성 교제, 삼각관계, 섹스, 낙태, 브랜드, 자살, 취업, 소석 창작의 고통 등에 관심을 가졌다. 버스에스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주는 상황을 그린 생각과 관련된 소재도 있었다. 응모작 가운데 눈에 띄게 수준이 낮은 작품은 없었다. 동시에 이목을 부여잡은 작품도 없었다. 선정작을 택하기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수상작 선별 기준을 되새기며 어렵게 몇 작품을 선정할 수 있었다. 「꽃 찾으러 가야지」의 경우 나른한 오후 어느 날 상큼함이 기대될 때 벌컥 마신 레몬주스의 밋밋한 맛에 실망한 기분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스토리 전개의 느슨함 때문일 것이고, 그것이 사건 중심의 서사 전개 대신 과도한 설명적 묘사가 원인일 것이다. 「당산의 세계」는 이야기 구조를 구축하는 능력과 자칫 식상해지기 쉬울 소재를 추리소설 형식으로 풀어나간 참신함은 돋보인다. 하지만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힘은 부족해 보인다. 기법의 참신함이 서사의 긴장감을 담보해주지는 않는다. 서사 전개의 느슨함, 행과 행 사이의 과도한 띄움이 시각상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도 긴장감 약화의 원인일 것이다. 「폭식미식」의 경우 캐릭터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압축의 미가 부족해 절정을 향해가는 긴박감의 약화를 초래했다. 여타 작품과 마찬가지로 잦은 묘사가 사건의 긴장감을 떨어뜨린 탓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작품들에 비해 문장의 완성도는 높아보였다.

 좋은 소설 쓰기에 대해 되새김질해 본다. 좋은 글은 기본에 충실할 때 가능해진다. 탄탄한 플롯, 절정을 향해가는 압축된 긴장감,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좋은 문장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좋은 문장은 결벽증적일 만큼 문법에서 신경을 써야 가능하다. 시와 달리 소설은 문장 단위로 읽힌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노상래 교수(국어국문학과)  pressyu@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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