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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회 천마문화상-우수작(시)] 가자 수족관
  • 이정환(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2)
  • 승인 2016.11.28 21:13
  • 호수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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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뒤바뀌어 뛰어내리고 있는 밤이에요
언덕에 의자를 두고 앉아 마을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바다를 향해 미끼를 던지는 낚시꾼의 눈동자 같아요
당신들의 발아래서 촉발되는 불꽃들이 시야 너머로 흩어져요
전이되는 것이야 말로 온도의 속성 아니겠어요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물고기처럼 뛰어올라요
애꿎은 물방울들만 파편처럼 놀라 흩어지네요

나의 도시는 당신들의 눈동자가 내리 꽂히는 그 곳
그래요, 단 두 음절로 나의 도시가 이야기되네요
수족관처럼 갇혀 있는 우리의 도시 위로 루어들이
자꾸만 아이들을 낚아 올라가고 건물들을 잠기게 하네요
어제는 병원 위에 달린 십자가를 건져갔어요
기도문은 한낱 휴전선언처럼 무너져 내린지 오래에요
내가 믿는 건 오직 나에게 다가올 죽음
당신들이 믿는 건 우리가 아이들을 납치했다는 소문
소문을 빙자한 당신의 노래에 여전히 불꽃을 쏘아 올리고
우리는 언제나 사람을 해치는 유해어종으로 지정되죠
둘러싼 장벽을 넘어 수평선이라도 바라보고자 할 땐
이미 그 선 너머엔 낭떠러지처럼 무덤이 즐비해 있어요

우리는 수중도 지상도 아닌 벽안의 어종(魚種)
통곡의 장벽에는 물결 친 지느러미 무늬만이 싸여가요
울음조차 파동으로 밖에 전달할 수 없는 기이한 법칙
그 어디에도 전달되지 않는 공명을 울리느라 아가미에는
바람이 차고, 숨을 헐떡이다 건물처럼 무너져 가요
우리는 끝까지 파란 눈의 물고기들

이정환(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2)  pressyu@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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