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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확실성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를 접하는 것이 두렵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나라 안팎이 시끄럽고 불안하다는 말이리라. ‘시끄럽다’는 말은 동의와 합의보다는 이견과 갈등의 표출이 그만큼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이고, ‘불안하다’는 말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가늠하고 예측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심리적 반응이다. 많은 학자들은 우리가 당면한 오늘날의 이 혼돈과 불안의 시간을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라고 말하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 경제학자 갤브레이스가 쓴 저서의 이름이다. 갤브레이스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뒤 자본주의는 30여년에 걸쳐 황금기를 구가했고, 케인스의 일반이론은 세계 각국의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설명하는 주도 원리로 그 힘을 발휘하였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과 오일쇼크가 발발한 이후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실업률이 증가함으로써 공공지출의 증대를 통한 유효수요의 창출을 주장하던 케인즈경제학은 시장에서 설득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특히, 베트남전 패배, 중국과 수교, 소련과의 화해 등으로 냉전의 질서가 무너지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갤브레이스는 진리라고 믿어왔던 가치와 신념이 흔들리고, 이성과 합리성에 근거한 담론조차 의심되는 시기를 ‘불확실성의 시대’로 명명하였다. 그런데 갤브레이스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던지는 불안을 마냥 토로하기 위하여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갤브레이스는 불확실성은 언제나 있었으며, 인간의 지성은 늘 그 해답을 찾아왔다고 강조한다.

 불확실성의 위기를 극복하는 해답으로 갤브레이스는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첫째가 주체적 시민의 역할이다. 그는 먼저,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를 언급하면서 주체적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이는 마치, 역사란 무엇인가를 쓴 E. H. Carr가 20세기를 가장 큰 혁명적인 변화를 겪는 시대라고 말하면서, 그 시대 사람들의 과학기술에 관한 비관론적 위기감에 대하여 개인화의 증대를 통한 자기의식의 강화와 이성의 확대를 희망으로 제시한 것과 유사하다. 다시 말해서, 갤브레이스는 사회 공동체 성원들의 주체적 각성과 자기 성찰을 통한 시민들의 합리적 선택과 적극적 정치참여가 불확실성으로부터 오는 불안을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한편, 갤브레이스가 제시하는 위기 해소의 두 번째 해답은 리더십에 있다. 그에 의하면, 불확실성의 시대에 위기를 해소했던 위대한 지도자들에게는 그 시대 국민의 주요한 불안과 정면으로 대결하려는 마음가짐이 공통적으로 있었고 그것을 열정적으로 실천했다고 한다.

 탄핵정국, 사드배치, 북핵 등을 둘러싼 한국사회의 소용돌이를 지켜보면서 누군가는 구한말의 시대적 상황이 연상된다고 한다. 분열과 갈등을 통한 당파적 이해와 이득에 몰두하다가 결국 나라를 잃어버린 조상들의 어리석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식민역사의 아픈 편린들이 곳곳에 남아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를 분열케 한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Nietzsche)는 각 시대의 고귀한 정신의 총량에 따라 역사가 좋아지기도 하고, 때로 나빠지기도 한다고 믿었다. 불확실성의 파고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한반도의 유구한 역사를 온전히 보존하고, 영예로운 ‘한강의 기적’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우리 모두의 고귀한 정신은 과연 무엇일까? 분열일까? 통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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