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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고유의 멋을 찾아서
  • 이남영 기자, 최준혁 기자
  • 승인 2017.03.06 19:09
  • 호수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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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오백 지천년’, 한지의 천 년을 짚어보다


 대학생인 우리에게 떼놓고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대부분은 스마트폰 혹은 컴퓨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대학을 다니면서 매일 잡고 있는 것은 바로 ‘종이’다. 우리는 매일 책을 보고, 필기를 하며, 그렇게 종이와 마주한다. 이처럼 종이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교육, 건축, 예술 등 다양한 문화에서 활용되며 매력을 발산한 자랑스런 우리의 종이문화를 이끌어온 힘, 한지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의 자랑, 한지=한지의 시초는 마로 만든 종이였다. 고대부터 면면히 내려오던 한지는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 널리 이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한지는 그 어떤 양지보다 보존성이 뛰어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지로 제작된 ‘무구정광대나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은 오랜 시간동안 석가탑 안에 방치됐음에도 불구하고 보존 상태가 완벽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한지가 보존성에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이유는 산성, 알칼리성이 아닌 중성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문화재가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한지의 우수한 보존성을 잘 나타내는 말로 ‘견오백 지천년(絹五百 紙千年)’이 있다. 중국에서 사용하던 기록매체인 비단은 보존기간이 최대 500년 정도지만 한지는 천 년 동안 보존된다는 뜻이다.

 한지가 가진 내구성 역시 한지의 우수성을 잘 알려준다. 과거 한지로 만든 갑옷이 전쟁에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는데, 한지를 여러 장 겹치면 화살도 뚫지 못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지의 내구성을 나타내는 ‘매절도’라는 실험을 했었다. 종이를 접고 펴며 종이의 손상 여부를 파악하는 실험으로, 일반 양지가 3천 회 정도에 갈라지는 것에 반해 한지는 1만 2천 번 정도 반복해야 약간의 손상이 가는 정도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뛰어난 보존성과 내구성을 가진 한지는 우리나라의 기록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이에 차우수 한지진흥협회장은 “한지의 내구성, 보존성은 다른 종이가 따라올 수 없는 차이다. 이것이 한지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종이 중 최고인 이유다”고 말했다.

 과거에서 미래를 비추다=한지가 지닌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존재했다. 약 130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양지 공장이 들어서면서 한지의 급격한 쇠락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1974년, 서울에 있던 마지막 한지 공장이 문을 닫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한지의 기능성을 다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부활의 날개가 펼쳐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문화재 복원가 넬라 포지는 한지를 이용해 교황 요한 23세의 지구본을 복원했고,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적힌 종이를 복원하며 국립도서병리학연구소(ICRCPAL)에서 문화재 복원력에 대한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중요무형문화재로 ‘한지장’을 선정해 전통을 이어가고자 하고,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은 한지품질표시제를 통해 한지 제품의 인지도와 신뢰성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지로 유명한 전주, 원주 등 지역사회에서도 한지 축제를 열어 한지의 우수성과 문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지는 새로운 소재로서 미래에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한지를 부직포로 변환해 물티슈, 자동차 필터 등 친환경적인 소재로도 사용하며 대통령 기록물을 한지로 기록해 보존하는 등 우리의 생활 전반적인 부분을 한지가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05년부터 우리나라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한·미 공동으로 한지를 이용한 우주선 보호 장비, 로봇을 제작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는 한지만이 지닌 전기적 특성과 보존성을 이용해 전파장애를 막을 수 있고, 한지 소재 자체가 가볍고 비용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차 회장은 “한지의 고부가가치 사업 발전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다”며 한지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직 한지에 대한 지원과 제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한지사를 개발하거나 과학과 접목하며 중요한 소재로 발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원이 간헐적인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차 회장은 “정부가 한지 산업의 가능성을 알고 한지 전문가 육성, 닥나무 공급 등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성림 전주한지박물관 학예사 역시 “현 시대에 맞는 한지의 대중화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제도적 장치로 한지를 지원해 육성할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속에서 꽃 피운 한지의 매력

한지로 제작된 등
한지로 제작된 공예품
전주한지패션대전의 코스튬 플레이 패션쇼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새끼줄을 치고 그 사이에 신성함을 나타내는 한지를 끼웠다. 아이는 자라면서 한지로 만든 책을 보다가, 한지로 만든 옷을 입고 죽었다고 할 정도로 우리의 선조들은 한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현재에도 주위를 돌아보면 밤길을 은은하게 비춰주는 한지등, 차디찬 겨울바람을 막아주는 한지 벽지까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한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에 본지는 한지가 우리의 문화와 예술에서 어떻게 녹아들고 있는지 알아봤다.

 형형색색 녹아나는 아름다움, 미술=한지는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미술 소재였다. 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색지공예, 나무에 덧붙여서 만드는 지장공예, 한지를 꼬아서 만드는 지승공예, 한지를 여러 번 겹쳐 만드는 후지공예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지를 사용해 왔다. 이에 과거에는 한지공예기술을 실생활에 응용해 요강과 같은 생필품을 만들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한지를 응용해 다양한 미술 작품이 탄생했다. 한지로 반죽을 만들어 이용하는 지호공예의 방식을 응용해 기존의 그림에 덧붙이거나, 틀을 이용해 그림을 찍어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순지(백지)에 색을 입히면서 한지 특유의 질감을 드러내는 방법 역시 미술에서 사용되는 기법이다. 특히 한지는 공예 부분에 많이 쓰이고 있는데, 그 중 한지로 만든 닥종이 인형은 독자적인 고유문화로 세계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한지등, 한지함 등 한지로 만든 공예품들이 한지의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교 장두일 교수(미술학부)는 “한지가 지닌 흡수성과 보존성,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지 않는 가소성 등이 한지가 미술에서 쓰이는 이유다”며 “한지의 물성이나 특징을 이용해 새롭고 창의적인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가 지닌 새로운 가능성, 의류 패션=과거 기록에 따르면 한지 옷은 “가볍고 따뜻하고, 얇고 부드럽다”고 적혀 있을 정도로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한지를 이용해 만든 옷이 통풍이 잘되고 촉감이 좋으며, 보온에도 좋다는 것이 그 이유다. 최근에는 한지를 응용해 제작한 ‘한지사’가 새로운 옷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지사는 한지를 얇게 자른 후 꼬아서 만든 것으로 향균성, 통풍성 등 한지의 특성을 잘 살린 천연섬유소재다. 이 직물을 이용해 한복, 양말, 속옷 등 다양한 옷을 제작할 수 있었고 이 옷들이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전주, 원주 등에서 개최된 ‘한지 패션쇼’에서는 모델이 한지를 소재로 한 옷을 입고 워킹을 하는 등 한지가 세계 패션 분야에서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줬다. 특히 오스카상 시상식 참여로 유명한 목은정 교수가 한지원단을 이용한 한복으로 패션쇼를 하는 등 전세계에 패션을 통해 한지의 우수성을 잘 알리고 있다.

 하지만 한지를 이용한 패션이 아직 상용화된 것은 아니다. 한지가 전통적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원단이 비싸고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한지 원단에 대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디자이너들도 해당 원단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한지 원단 공급에 있어서 보급형 한지의 개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지 옷을 제작한 이무열 패션디자이너는 “한지는 가격이 비싸고 가공 방식이 까다롭지만 친환경적이고 동양적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학생과 디자이너들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한지를 대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선조들의 지혜를 이어받은, 한지 건축=한지가 가장 많이 활성화된 부분으로 건축을 빼놓을 수 없다. 한지가 가진 통풍성, 보온성, 내구성 등의 기능이 건축 분야에 활발히 사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옥이 쇠퇴하고 양옥과 아파트가 유입되면서 한지의 입지 역시 줄어들게 됐다. 하지만 최근 새집증후군, 아토피 등 현대식 건축소재가 지닌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친환경적 소재인 한지가 건축 소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지 장판의 경우, 한지를 여러 겹으로 쌓은 뒤 옻칠을 해 만들기 때문에 냄새 제거, 보온에 탁월하여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기능적 요소로 인해 세계적으로도 한지가 건축 소재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 열리는 ‘페이퍼월드’에서는 한지관을 따로 마련해 한지로 만든 매트, 벽지 등을 전시하여 건축 소재로서 한지의 가능성을 알렸다.

 또한 한지는 예술성을 위해서 건축 부분에 사용되기도 한다. 은은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햇빛의 양을 조절하는 등 인테리어의 한 부분으로도 한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교 장두일 교수는 “한지가 지닌 아름다움은 한지창, 한지등, 벽지 등 건축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고 전했다.

 이처럼 우리의 삶 속에서 한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문화 예술 속에 녹아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한지처럼 한지가 지닌 우수성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다양한 곳에서 팔방미인과 같은 매력을 보여줄 것이다.


대학생, 한지와의 아름다운 만남


 한지 공예, 한지 그림 등은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지 관련 학부(과)가 존재하고 한지를 통해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학생이 만들어가는 한지 문화=과거부터 대학생들은 한지를 알리고 전파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한 학생은 한지를 이용해 UN사무총장의 관저를 꾸며 한지의 위상을 세계에 전파했다. 또한 많은 대학생들이 한지로 의상을 제작해 여러 번의 패션쇼를 개최해 한지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현재에도 한지를 지키기 위한 대학생들의 예술활동과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예원예술대학교 한지조형디자인학과의 경우, 학과 동아리 내에서 한지 제작을 해 전시회를 개최하거나 소품을 만드는 등 한지와 관련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특히 학과 내 동아리에서는 한지를 홍보하기 위해 전주한지축제에 참여해서 한지 소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한지의 다양성을 알리고 여러 체험활동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예원예술대학교 한지조형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복솔비 씨는 “학과 내 동아리에서 한지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현대와 어우러질 수 있는 한지 소품을 제작해 해당 작품들을 매년 5월마다 독일아트페어에 출품하고 있다”며 한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서경대 모델의상연구소의 경우, 한지를 이용한 의상을 제작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한지를 이용한 드레스, 한복 등의 의상을 제작하면서 전주, 여수 등 국내의 패션쇼를 참가하고 해외의 패션쇼에 한지로 만든 의상을 선보여 전 세계로 한지 패션의 아름다움을 전파했다. 이에 대해 심희윤 씨(서경대학교 모델의상연구소)는 “한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다른 전통들이 잘 보존될 수 있게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교 역시 한지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3일, 우리 대학교 박물관에서 전시된 ‘지정자 닥종이 인형전’은 1970~80년대의 우리 일상생활 풍경을 테마로 한 닥종이 인형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가까운 과거의 일상생활 풍경을 한지로 재현해 더욱 친근한 느낌을 갖게 한다. 해당 전시회 작품 작가인 지정자 작가는 “전시회를 통해 대학생들이 한지에 관심을 갖고 한지의 매력에 푹 빠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지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에 대해 송금숙 해동공예가협회장은 “한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이 생각 외로 많은 것 같다. 동아리, 전시회 등을 통해 한지 공예를 창작하고 비평하며 문화유산을 연구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열악한 한지 환경, 대학생의 관심이 필요해=대학생들이 한지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도 하락, 한지 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 감소 등으로 인해 한지를 이용한 예술 활동을 펼치기에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한지와 관련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지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닥섬유의 안정적 공급과 한지 원가 경쟁력 확보 등이 필요하지만 대학생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대학생들은 한지 공예를 위한 한지와 본인이 원하는 색조차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워졌다. 김솔 씨(예원예술대학교 한지조형디자인학과)는 “한지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어도 다양한 색깔을 가진 한지를 구할 곳이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송금숙 회장은 “우리의 문화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발전 지원금과 연구비용이 있어야 많은 대학생들이 우리의 것을 더 잘 알고 지켜나갈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다수의 취재원들은 무엇보다도 대학생들이 한지의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길 원했다. 한지에 관한 문화예술 활동에는 크게 전통적인 한지 제작와 현대적인 한지 제작으로 구분되는데 전통은 전통답게, 현대는 현대답게 여러 가지 다른 재료를 혼합하거나 현대 생활에 어우러지도록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김미화 닥나무융복합협동조합 이사장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지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미한다면 한지가 세계적인 한국문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기대한다”며 한지에 관한 대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한지의 본고장, 전주를 가다


 ‘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이 있을까? 누군가는 종이를 발명한 채륜을, 또 다른 누군가는 책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양지가 보급되기 전 우리나라 종이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한지’다. 그 중 전주는 닥나무가 많이 재배되는 지역으로 한국 한지 생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한지 중에서도 ‘전주 한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다. 본지의 기자는 최근까지도 한지를 문화·예술적으로 풀어나가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한지의 고장, 전주를 다녀왔다.
외부 취재는 처음이라 떨리는 마음으로 전주행 버스에 올랐다. 가장 먼저 도착한 전주한지박물관은 한지 제지회사 ‘전주페이퍼’가 운영하는 곳으로, 박물관과 공장이 함께 있었다. 박물관에는 총 4개의 전시관이 있는데, 그 중 한지역사관을 먼저 방문했다. 이곳은 한지가 어떻게 발명됐는지, 한지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쓰여 왔는지에 대해 전시하고 있으며 특히 한지가 쓰이는 방법이 5가지로 나뉜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한지미래관에서는 한지가 미래에는 어떻게 쓰일지, 한지가 다양한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한지의 쓰임에 따라 다양한 이름과 재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한지생활관은 한지가 우리의 생활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전시하고 있었다. 한지박물관에서 한지 장판, 한지사로 만든 옷, 스카프, 넥타이 등을 살펴봄으로써 한지가 생활 속에서 고유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기능성도 갖춘 소재라고 생각하게 됐다. 실제로 한지로 만든 옷을 만져보니 질기면서도 서늘한 촉감이, 다른 옷감보다 좋은 느낌이었다. 기획 전시실에 전시된 미술품을 보면서 미술도 한지를 이용해 더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시실을 모두 둘러본 후 본지 기자는 한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기 위해 한지 제작 체험을 했다. 한지는 100가지의 과정을 거쳐 복잡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본지의 기자가 한지 제작 과정을 다 체험할 수는 없고, 한지를 뜨는 마지막 부분만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제작 과정을 설명하시던 선생님은 기자가 어설픈 모습으로 한지를 제지하자 열정적으로 도와주셨다. 우여곡절 끝에 만든 한지를 만져보니 스스로가 대견하고 뿌듯했다.

 본지의 기자는 한지 등 수공예 문화를 알리기 위해 개최된 ‘전주 핸드메이드 시티 위크 2017’을 보기 위해 전주한옥마을로 이동했다. 거리에는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이 가득했으며. 행사의 일환으로 한지를 실로 풀어낸 한지사를 이용한 손수건, 지갑 등을 파는 곳도 보였다. 또한 거리 곳곳에는 한지를 이용한 공방도 있어 한지가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볼 수 있었다.

 첫 외부취재 일정을 모두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온갖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짧은 시간 더 많은 것을 보지 못해 떠나는 길은 아쉬움만 남았다.
 

닥나무 껍질로 만든 닥섬유, 닥풀, 물이 섞여 있는 원료를 발틀에 채운다.
섬유가 고르게 퍼지도록 멈추지 않고 전후좌우로 흔들어 준다.
발틀에서 발을 분리한 뒤, 발을 이미 만들어진 부직포에 옮겨 붙인다.
표면을 가공하고 다듬기 위해 탈수기에서 물기를 제거해 말린다.

    

한지의 본질을 지키는 박민영 작가를 만나다

작품 채장수
작품 연날리기

 
 ‘한지’라고 하면 단순히 종이로 치부하고 마는 사람이 대다수다. 하지만 한지의 재질과 우수성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한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한지공예가다. 한지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우리 대학교 출신 한지공예가 박민영 작가(응용미술84)를 만나 한지공예가로서의 삶을 들어봤다.

 처음 한지에 관심을 가지고, 한지공예가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아버지께서 고가구, 목공예 일을 하셨어요. 옛날부터 옛것에 관심이 갔고 자연스럽게 한지를 접하게 됐죠. 한지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작품에 적용해 우리의 전통문화예술을 계승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한지공예가가 됐어요.

 한지공예가로서 가장 좋았을 때가 있다면 언제였나요?
 작품을 구상했던 것이 생각대로 표현됐을 때 가장 기뻐요. 그리고 수강생 혹은 상담자가 강의나 상담을 할 때 한지공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기뻤어요. 되돌아보니 스스로의 변화도 많았어요. 한지 공예를 하면서 판단의 깊이가 깊어지는 등 제 자신이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한지공예가로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있다면 언제였나요?
 한지공예 분야가 기타 예술분야에 비해 인식이 부족할 때에요. 특히 작품을 전시할 장소, 홍보 등 여건이 부족할 때의 아쉬움도 있었죠.

 한지라는 소재의 어떤 점이 좋으셨나요?
 민족 정서와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전통공예소재라는 점과 그 자체의 화려함보다는 마음속의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한지공예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옛것에 대한 이해심, 선인들에 대한 존경심을 키울 수 있어요. 전통의 기교, 기법을 계승발전시킬 수 있고요. 전통 가치를 보고 이해함으로써 개인의 가치 확립에도 도움을 줄 수 있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우리 조상의 슬기와 풍취, 생활의 참 멋이 듬뿍 담긴 한지문화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다시 과거와 현재를 조화롭게 이어줄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우리만이 가진 고유한 문화예요. 무한한 가능성과 쓰임새를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이어 받은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자긍심을 가지고 오래도록 맥을 이어 전통의 본질을 지키고 새로운 모습을 창작하면서 소중히 보관해 나가야 할 거에요.

 대학생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은 점차 그 맥이 약해지는 종이공예 분야에 학생들 중에서 전문적인 공예인이 많이 배출돼 한지문화가 그 멋과 특성을 잃지 않고 세계적인 한지공예미술로 발전되기를 바라요. 그리고 각 교육기관, 공공기관이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전문 전시장을 보다 확보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듣고, 보고, 대화하는 연결의 장이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이남영 기자, 최준혁 기자  skadud2532@ynu.ac.kr, cjh0524@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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