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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우리 머루의 우수성 입증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 윤해근 교수(생명응용과학대학 원예생명과학과)
  • 승인 2017.04.03 15:17
  • 호수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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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온 봄, 새학기, 신입생들로 북적이는 대학 캠퍼스만큼이나 우리나라 산과 들에도 과실 나무의 새로운 움직임으로 바빠지고 있다. 한반도는 남북으로 길게 위치하고 바닷가에서부터 해발이 높은 산림지역까지 분포하여 풍부한 자생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과수류의 유전자원 중에서 자생 포도인 머루가 산과 들에서 자생하고 있다. 머루는 으름, 다래, 산딸기, 돌복숭아, 아그배 등과 함께 우리나라 재래종 과실 중의 하나로 산이나 들에서 먹거리를 구하던 시절에는 최고의 과실 중의 하나였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와 같이 고려가사 「청산별곡」의 구절로 묘사될 정도로 우리 조상들로부터 깊이 사랑받으며 우리의 생활과 추억 속에 깊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요즘에 나오는 크고 맛있고 오래가는 과실과 비교해서는 품질이 불리하지만, 최근에는 건강식품으로 소비자 관심이 증가하여 세간의 중요한 먹거리로 자리하고 있다. 


 포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낙엽 과수중의 하나로서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호주, 중국 등지에서 6,700여 만 톤이 생산된다. 포도 품종은 4,000여 종류에 이르며 포도는 유럽계포도, 미국계포도, 아시아계포도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포도를 주로 포도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에서 생산되는 포도의 대부분은 고품질의 포도주 생산에 유리한 유럽종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포도는 4천 년 전에 쓰인 성경에도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오래된 과실이다. 포도와 포도주에 대한 묘사가 성경에 300여 회나 넘게 걸쳐 언급된다. 서양인들에게는 우리의 쌀과 막걸리 만큼이나 친숙한 과실이며 생활속에 늘 함께한 과실이다. 포도와 포도주는 주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생산되었으나 최근에는 포도 생산에 적합한 기후를 보이는 미국, 칠레, 아리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중국 등지에서도 고품질의 포도와 고급 포도주를 생산하고 전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포도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 이후에 도입되어 재배된 기록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5만 원 권 지폐에 있는 신사임당의 포도도에 나타나는 포도로, 이는 유럽종 포도나무의 특성을 보인다. 조선시대의 백자에 새겨진 그림에서도 유럽종의 포도나무 잎의 문양을 발견할 수 있다. 자생머루는 과실이 검은 색인데 조선시대 연산군이 진상품으로 청포도를 즐겼다는 기록도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유럽종 포도가 도입되어 재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00년대 이후 근대과수산업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의 기후에 적합한 ‘캠벨얼리’와 ‘거봉’ 등과 같은 미국계 포도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대부분이 생식용으로 이용되지만 품질은 다소 뒤떨어진다. 최근에는 외국과의 교류확대로 인해 외국 포도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있으며, 칠레와 미국 등지에서 수입한 포도의 국내 유통 물량이 증가하여 시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유럽종 포도에 상당히 친숙하게 되었다. 최근에 칠레나 미국에서 수입되는 당도가 높고 산미가 적으며 씨가 없는 포도는 대부분이 유럽계포도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일본 등지에 자생하는 아시아계 포도는 40여종에 이르며, 우리나라에는 머루, 새머루, 왕머루, 까마귀머루 등 4종 이상의 머루가 자생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머루는 장식소재로 활용되었다. 신라시대(7~10세기)의 암막새 기와에서 야생종 포도인 머루 덩굴 무늬를 발견할 수 있으며, 수막새 기와에는 포도송이 무늬가 돋을새김으로 표현되어 있다. 백제시대의 왕릉 고분에서도 머루 종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는 포도가 삼국시대부터 매우 귀하게 여겨진 과실이자 상류층에서 즐길 수 있었던 과실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게 한다. 

 모든 식물체는 자연 상태에서 다양한 병원균, 병원체 및 해충에 노출되어 있다. 자생종인 야생식물은 병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스스로 진화하였으며, 인접한 생명체와 함께 공진화하여 왔다. 자생머루도 국내에서 진화하여 왔으며, 우리나라에 주로 발생하는 병해와 해충에 강한 성질(저항성)을 나타낸다. 자생하는 머루는 유럽종 포도에 비해 우리나라 토양환경에서 양호하게 성장하고 기후에 적응하는 성질이 강한 우수한 특성을 보인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상기후의 출현으로 인해 포도 성숙기에는 고온현상이 나타난다. 고온에서는 과실의 당도 증진과 과피의 착색에 문제가 생기는데 머루는 성숙기에 고온에서도 당도가 높고, 착색이 양호하여 진한 포도색을 내는 특성이 있다. 머루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도 적응성이 매우 강한 포도 유전자원이다.

 유럽에는 ‘프렌치파라독스(French Paradox)’라는 말이 있는데, 포도주를 많이 마시는 프랑스 사람들이 주변 국가에 비해 평균수명이 길며, 포도주를 마신 사람의 수명이 포도주를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 길다는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는 포도주 안에 존재하는 ‘레스베라트롤’, ‘레스베라트롤유도체’와 색소를 구성하는 페놀화합물 등의 다양한 기능성 성분이 동맥경화억제, 항상화효과, 심장병발생억제 등의 생리활성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실 껍질의 색이 진한 우리나라의 자생머루는 ‘레스베라트롤’을 비롯한 기능성 성분이 유럽종 포도에 비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는 특성을 보인다.



 최근 국내의 소비자는 당도가 높고 신맛이 적은 포도, 씨가 없는 포도, 껍질채 먹을 수 있는 포도, 새끼손가락 모양과 같이 포도알의 모양이 독특한 포도, 껍질의 색이 특이한 포도를 선호하게 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친환경 포도와 단순한 디저트용 먹거리가 아닌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과실과 포도의 소비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포도를 생산하는 농가에서는 고품질의 특성을 지닌 품종과 함께 병해충에 강해서 적은 량의 농약을 살포하여 친환경으로 생산이 가능한 품종을 원하고 있다. 이는 농가의 경영비를 절약할 수 있으면서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과실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포도 생육기에 고온이 나타나는데, 고온에서는 과실의 착색이 불량하고 당의 함량이 저하되며 과실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생산자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후변화 등의 불량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강한 품종을 선호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포도 육종가와 연구자들은 고품질의 친환경인 과실과 기능성이 높은 과실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포도 생산자들이 요구하는 수확량이 많고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고자 다양한 육종목표를 설정하고 유용한 육종소재를 활용한 육종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생명응용과학대학 원예생명과학과 과수학연구실에서는 머루의 자생자원을 수집하고 보존하면서 우량 형질을 지닌 육종소재를 선발하고자 정부로부터 농업생명자원관리기관으로 지정받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우리 머루에 대한 관심과 활용도를 향상시키고자 농촌진흥청, 국공립연구기관 및 다른 대학 등의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수행하여 국제적으로 공인된 연구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머루를 활용한 포도 육종연구, 특정형질의 유전연구, 병해저항성 유전자 탐색, 기능성 성분 분석, 유전체(유전자) 분석 및 유용유전자 발굴 등의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과수는 초본류의 식물과 달리 육종과정이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나무를 유지하는 데 많은 면적이 필요하다. 따라서 육종 요율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여 머루 전체 유전체를 분석하여 분자생물학적인 기술을 도입하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머루의 유전체 분석연구를 통해 포도의 유전체의 크기가 450Mb임에 반해 머루 유전체 크기는 510Mb임을 알게되었고 머루가 유럽종인 포도에 비해 다양한 유용 유전자가 반복적으로 분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머루는 병해에 강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 때문에 머루 전사체(transcriptome) 분석을 통해 병저항성 및 방어반응과 관련된 유전자를 다량으로 개발하여 구조와 발현특성을 구명하고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여 왔다. 이는 친환경 과실 생산이 가능한 내병충성 품종육성에 중요한 정보와 유용한 육종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머루에는 ‘프렌치파라독스’에 관여하며 기능성 성분인 레스베라트롤 등의 스틸벤화합물이 미국종이나 유럽종 포도에 비해 많이 함유되어 있고, 물질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대량으로 발현한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하였다. 최근에는 기능성 물질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개발하고 활용도를 높이는 연구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과실의 착색불량과 당도저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포도나무와 과실의 전사체 분석을 통해 당도를 향상하고 과실의 착색을 촉진하는 데 관련된 유전자를 대량으로 발굴하였다. 국내에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유전자의 구조 분석 및 기능에 관한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에 적응성이 강한 새로운 포도 품종육성 연구와 고품질의 포도 생산을 위한 연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과수학연구실에는 여러 과정의 대학원생이 머루, 포도를 비롯한 과수를 이용하여 병해저항성, 기능성, 기후변화 저항성을 주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자신의 역량도 배가시키고 있다. 대학원 졸업생들은 국립연구소, 국가기관, 개인연구소 등에서 연구역량을 발휘하고 있는데 한 예로 방글라데시 유학생은 고국으로 돌아가 대학교수, 국립연구소 연구원으로서 자신의 나라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 활동을 통해 도출된 연구결과는 국제학회지와 국내의 유명학술지에 게재되어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 공로로 한국육종학회에서 우수연구상을 수상하였고, 학술발표회 우수발표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다. 또한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뉴저지주립대학교, 일본의 오카야마대학, 중국의 상해교통대학, 운남대학, 중국농과대학 등과의 국제공동연구와 학생교환을 통해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고 진일보한 연구결과 도출을 꾀하고 있다.

 현재 우리 고유의 자산인 머루의 이용 가치를 분석하고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유용한 유전자와 유전체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는 기능성이 추가된 고품질의 특성을 지닌 새로운 포도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재료를 제공하고 있다. 머루를 활용하여 개발한 우수한 포도 품종은 수입산 포도와 경쟁할 수 있고, 해외 수출의 확대가 가능하여 국격 신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윤해근 교수(생명응용과학대학 원예생명과학과)  pressyu@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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