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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로를 거닌 사람] 청년 화가, 안동일 씨를 만나다
  • 황채현 기자
  • 승인 2017.04.03 15:59
  • 호수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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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대구미술관이 신인작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2017 Y artist project'에 선정됐습니다. 소감이 어떠한가요?
 영광이에요. 좋은 장소에서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서 기분이 좋아요. 홍보비용 등 작품 전시에 필요한 부가적인 비용을 지원해줘서 작가로서 이로운 부분도 있어요.  

 작년 삼성미술관 리움에 출품한 작품 중, '우리의 팔도강산'과 ‘우아한 세계’는 1960~70년대 한국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1960~70년대 한국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무엇인가요?
 1952년 출생이신 아버지의 청춘이 담겨있는 시절이 1960~70년대에요. 그 시대는 아버지의 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아버지의 생각을 보여주기도 하죠. ‘우리의 팔도강산’은 1960~70년대 당시의 상징물이 깃든 우표를 이용했는데, 이는 아버지께서 살았던 당시의 시대상황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어요. 저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아버지의 청춘을 담아냄으로써 아버지와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어요.

 ‘우리의 팔도강산’과 ‘우아한 세계’ 작품을 준비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시대적 배경이 1960~70년대인 만큼 참고자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참고할 자료도 많고 한 시대적 상황을 작품으로 나타내야 하다 보니 작업과정도 길 수 밖에 없었죠. 그래도 작업과정이 길었던 만큼 뿌듯함이 커서 괜찮았어요.

 본인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떤 한 작품을 꼽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모든 작품이 저에게 중요한 작품이에요.

 대학시절, 동양화를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회화뿐만 아니라 사진이라는 매체로 예술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사진으로도 작업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학교에서 사진 강의를 들으면서 사진을 접하게 됐어요. 이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여러 곳에 사진을 찍으러 다녔죠. 원래 회화 기법으로 작업을 많이 하지만, 작품을 표현할 때 사진 기술이 작품의 의도를 더 잘 나타낼 경우, 사진을 사용해요.

 회화와 사진뿐만 아니라 도전해보고 싶은 예술 분야가 있나요?
 영상 제작을 배우고 있어요. 대학 시절, 정식 작품은 아니었지만 영상 촬영을 이용해 작업한 적이 있어요. 나중에 영상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화가의 꿈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평소 어떤 일에 집중을 잘하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유일하게 집중력이 높아질 때가 학창시절 미술시간이었어요.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은 정신없이 그림에 빠졌죠. 그러다 보니 선생님의 권유로 미술대학 입시를 준비하게 됐고 자연스레 화가의 길을 걷게 됐어요.

 화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요?
 주변의 반대도 당연히 있었죠. 하지만 반대만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응원하시는 분들도 계셨죠. 화가라는 직업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은 직업이다 보니 ‘그렇게 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래?’라는 주변의 걱정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무작정 걱정만 하기보다 저를 믿어주셨어요. 부모님으로부터 열심히 하라는 응원을 많이 받아 힘이 됐죠.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화가라는 직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화가의 길이 불안한 적은 없었나요?
 예술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는 경제 활동이 어려우니 경제적인 안정이 뒷받침 돼야 예술을 할 수 있다는 편견이 있어요. 그런데 제 주변의 예술인들을 보면 집안이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아요. 대부분 본인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직접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예술 활동을 이어가요. 주변 친구들 중 경제적인 이유로 예술 활동을 중단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 영향으로 흔들린다거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서 불안감을 느낀 적은 없었어요.

 화가의 길을 걸으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난 후, 최종적으로 전시를 할 때 느끼는 감정도 행복하지만 제일 행복한건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을 때에요.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유명 대형마트 매장 주변의 풍경을 촬영한 적 있어요. 흔히 사람들은 대형마트 주변에는 주차장이 있고 아파트가 밀집돼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고요. 하지만 대형마트 주변의 경치를 촬영한 후, 자세히 관찰하니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의 색깔, 특성이 있더라고요. 어떤 곳은 마트 너머에 강산이 있기도 하고, 어떤 곳은 주변에 작은 가게가 숨어있기도 했어요. 이후 대형마트 주변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어요.

 뿐만 아니라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했던 시절, 고층빌딩,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등 대구의 도심과 서울의 도심이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두 도시 간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더라고요. 그 후, 어떤 것에 대한 획일화된 사고방식보다 미시적인 차이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반면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작업을 하는 과정 중에는 항상 힘든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본인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건데 뭐가 힘들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물론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제 생각대로 그리는 그림인 만큼 그 그림에 대한 답이 없어서 어려워요.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기 때문에 작업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뇌가 상당해요. 그래도 작업을 끝내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을 때 느끼는 보람이 크기 때문에 힘든 걸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 화가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 것 같나요?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이제껏 ‘화가를 안했다면 무엇을 하고 살았을까?’, ‘화가를 그만두면 어떤 일을 하고 살지?’라는 고민을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화가로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누구 한 명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아요. 왜냐하면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기술이나 방법마다 본받는 화가들이 다르거든요. 어떤 화가 한 명만을 닮으려고 하기보다 다양한 화가들의 배우고 싶은 부분을 본받으려고 노력해요. 굳이 어떤 화가 한 명만을 선택하고 싶지 않아요.

 화가를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도 아직 성공한 화가가 아니고,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가 아니어서 조언을 해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학생들 개개인이 하고 있는 고민과 생각에 차이가 있을 텐데 함부로 ‘이건 이렇다’라는 조언을 해주기가 부담스럽고요. 그래도 한 가지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책을 많이 읽으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평소에 미술 관련 서적을 많이 읽으면 화가의 길을 걷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거에요.

 현재 여러 지역을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작품 활동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회화, 사진, 영상공부 등 작업을 할 때 필요한 실용적인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공부를 꾸준히 할 계획이에요.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이 세 가지 기법으로 작품을 표현했을 때 어떤 차이점이 나타나는지, 어떤 방법으로 표현해야 작품이 더 잘 표현되는지 등을 공부하고 있어요.

 화가로서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솔직히 말해서 화가는 배고픈 직업이에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제가 만족할 수 있는, 후회 없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스스로의 만족도 중요하지만 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그려내고 싶어요.

 나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나요?
 제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작업을 하는 화가의 삶, 가장으로서의 삶, 아들의 삶 등 제게 주어진 여러 역할이 있는데, 그 역할을 어떤 한 가지로 표현하라고 하는 것은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유명한 화가도 아니고 널리 알려진 작품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어떤 조언이나 가르침을 줄 수는 없어요.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이 저한테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저도 학생들한테 배울 부분이 있으면 배우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친 기자들의 이야기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안동일 동문은 겸손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주목 받는 청년 화가로 지목되고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도 그에게는 자만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본인은 아직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라며 남을 향한 조언을 최대한 아꼈다. 또한 자신의 말이 행여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레 선택해서 말을 꺼냈다. 말하는 도중 생기는 몇 초의 정적은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대답하려는 안동일 동문의 진중함이 묻어났다.

 안동일 동문의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는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나타났다.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까봐 일부러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 그의 섬세함 덕분에 그의 작품에 대해, 그리고 미술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그의 작품 전시회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기자와 취재원이 아닌 감상자와 작가의 사이로 그의 작품에 좀 더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황채현 기자  hch5726@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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