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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거부하다
  • 곽미경 기자, 박승환 기자
  • 승인 2017.05.15 22:26
  • 호수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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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꼭 해야 하나요?

 1999년, ‘비혼’이라는 단어가 신문에 처음 등장하면서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 줬다. 미혼과 기혼으로 나눠진 사회에서 비혼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결혼에 대한 인식은 왜 달라졌을까?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결혼=먼저 비혼은 ‘자발적으로 결혼을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주체적인 결정이라는 부분에서 ‘아직 결혼하지 않음’이라는 뜻을 가진 미혼과 구분된다. 통계청에서 실시한 ‘가구원 삶의 방식과 가족가치관에 대한 생각’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것도 괜찮다’라는 항목에 ‘보통’ 및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2005년 39.7%에서 2015년 49.3%로, 10년간 10% 가량 늘었다.

 이렇듯 결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을 연재하고 있는 오찬호 작가는 이를 ‘경제적 사정, 인간관계의 문제, 성 불평등’이라는 세 가지 원인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비혼족이 증가하는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혼남녀의 증가 ▲자녀 양육비에 대한 부담감 ▲높은 주거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상위 3위를 차지했다. 

 또한 결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원인에 대해 김영미 연세대학교 교수는 “결혼 적령기 여성들이 전통적인 성 역할을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결혼적령기 여성 중 고학력자가 많으며 그들은 삶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 일과 가족을 병행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런 욕구는 성 평등이 완전하지 않은 현실에서 실현되기 힘들다. 또한 단순히 결혼 비용이나 주거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달라진 선호를 수용할 수 있는 결혼 파트너나 직장을 찾기 힘들어 많은 여성이 비혼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비혼을 결심하다=우리 대학교 학생 432명을 대상으로 ‘당신은 비혼을 선택할 의향이 있나요?’에 대해 앙케이트를 진행한 결과 ‘있다’로 대답한 학생이 52%(225명)로 절반을 넘었다.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결혼은 하나의 제도일 뿐 그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등 결혼 제도에 대한 달라진 인식이 두드러졌다. ‘일과 가정에 모두 완벽하길 바라는 풍조가 만연하다’ 등 성역할에 따른 회의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며, ‘나 같은 자식을 낳을까 봐’라는 자조적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비혼’을 선언하는 비혼주의자들이 늘어나면서 싱글웨딩 촬영이나 비혼식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싱글웨딩은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젊을 때 웨딩드레스나 턱시도를 입은 사진을 남겨놓기 위한 것이며, 비혼식은 평생 독신으로 살 것을 선포하며, 그동안 내왔던 축의금을 회수하는 행사를 의미한다. 비혼주의자 A 씨는 비혼을 선택한 이유를 “결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지금 누릴 수 있는 자유를 결혼 후에도 영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고 밝혔다. 또한 비혼의 장점으로 “뭘 하든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고, 자유롭게 먼 미래를 상상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미리 움직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비혼(非婚)으로 살기 힘들어요

 전 세계적으로 1인 가구와 비혼이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혼을 맞이할 준비가 부족하다. 특히 비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으며, 비혼을 포함한 1인 가구를 위한 제도가 잘 마련돼 있지 않다. 1인 가구와 비혼이 늘어가는 사회에서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 지 알아보자.

 아직은 낯선 비혼=지난해 9월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는 전국 만 19세~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분석해 ‘비혼 트렌드 관련 인식 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비혼족(중복%)에 대해 ‘이해가 된다’가 68.3%, ‘남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가 63.6%로 비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반면 ‘안타깝다’ 15.9%, ‘걱정된다’ 11.5%, ‘답답하다’ 3.4% 등 비혼족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비율도 적지 않았다. 또한 우리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20대가 비혼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박서현 씨(정치외교3)는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므로 사회의 요구에 떠밀려서 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A 씨는 “지금은 비혼을 주장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결혼할 여건이 갖춰지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에 이광동 교수(국제개발협력원)는 “비혼의 증가는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기 때문에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혼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 예로 최근 대구광역시교육청은 저출산 해소를 위해 출산을 한 교원에게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는 ‘출산교원 승진가산점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됐다. 이에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비혼을 줄이기 위한 제도보다는 결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흡한 비혼 관련제도=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7.2%에 달하며, 2030년에는 32.4%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비혼주의자의 비율은 1인 가구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예정이다. 2012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서울시에 거주중인 25세~49세 1인 가구 비혼여성 5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 비혼여성 1인 가구 정책지원방안 수립’ 결과에 따르면 조사자의 24.4%가 ‘개인적, 경제적 조건의 변화가 있어도 비혼을 유지할 것’이라 답했다. 이는 혼인 장려정책의 개선에도 1인 가구의 비율 감소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결혼 및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인식에 대해 46.5%가 ‘동거, 사실혼 등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가정법은 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뤄진 ‘정상가족’에 대한 내용이 대다수다.

 2015년 한국법제연구원에서 발표한 ‘1인 가구 사회의 법제연구’에 따르면 현행 가족법상 제도는 혼인과 출산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1인 가구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준우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족공동체적 요소를 대신할 수 있는 국가의 보호 및 지원 확충 ▲1인 가구의 재산 및 생명의 보호 문제 등에 관한 법의 보완 ▲혼인 및 혈연 없이도 가족공동체에 준하는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 방안을 확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19대 대선 후보들은 1인 가구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1인 가구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입주 자격을 다양한 형태로 확대하고, 1인 가구를 위한 식사·영양 문제 해결방안 및 혼자 사는 여성들을 위한 방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조영태 교수는 “국가는 비혼족을 포함한 1인 가구의 요구에 맞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혼을 말하다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비혼 등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결혼이나 비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20대가 보는 결혼과 비혼은 어떤 것일까? 강해윤(정치외교2), 장우석(정치외교2), A 씨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결혼은 꼭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하는가?

 장우석: 과거엔 결혼은 집안과 집안이 연결고리였다. 지금은 개인과 개인으로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개인의 만남이기 때문에 결혼을 강요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강해윤: 비슷한 의견이다. 과거엔 양 집단이 만나 결혼했다고 한다면, 요즘은 개인의 사랑으로 결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족이 생기면 본인을 희생하는 것은 불가피한데, 굳이 자기희생을 하면서까지 결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A 씨: 과거엔 결혼이 불가피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비혼주의자들이 증가하는 것 같다.

 결혼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이러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씨: 과거는 가부장적인 사회였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힘들었다. 지금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이 이뤄졌고, 여성의 능력에 따라 결혼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결혼 후 임신을 하고 휴직을 하면 경력에 단절이 생겨 많은 여성이 피해를 입는다. 이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어떤 기업에서 여성 직원이 결혼한다고 하니까 퇴사를 종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장우석: 최근에 육아휴직 후 복직했을 때 본인의 자리가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많이 들었다. 육아휴직 동안 통상임금의 40% 정도의 임금을 받는 것이 법적제도인데, 회사 측에서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여성 입장에선 결혼을 쉽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비혼은 자발적으로 결혼을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우석: 미혼은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고, 비혼은 결혼할 수 있어도 안 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고 비혼을 선택하는 데에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군대에 있을 때 후임이 비혼주의자였다. 옛날보다 남자의 지위가 낮아지고 있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는 외국에서 혼자 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런 것을 봤을 때 남성의 지위가 전과 달라졌기 때문에 비혼을 결심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A 씨: 결혼하지 않으면 나에게 좀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비혼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다. 나는 나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결혼하게 되면 시간, 비용 등 낭비되는 것이 많은데, 비혼은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비혼주의자들을 위해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강해윤: 본인 행복을 위해 결혼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혼자 먹고살기도 힘든 사회이기에 금전적인 문제로 결혼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 구조를 해결할 방안이 마련 돼야 한다.

 A 씨: 비혼으로 인한 모든 결과는 그 사람이 선택한 것이다. 굳이 국가가 개입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비혼 등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A 씨: 사회 분위기가 개인주의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요즘은 혼밥족도 늘어나는 등 개인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오히려 사생활이 더 존중받는다고 생각한다.

 장우석: 예전에는 가족이나 다른 사람 눈치를 많이 봤는데, 요샌 덜한 것 같다. 이 변화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혼자서 생각하면서 여행가고 싶을 때가 있다. 예전엔 혼자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수군거리곤 했는데 요새는 그런 시선이 줄어들어 편해진 것 같다.

곽미경 기자, 박승환 기자  hd32222487@ynu.ac.kr, sh90822@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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