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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사드 보복 하에서 한중관계 회고와 새로운 한중관계를 대비하며
  • 백권호 교수(경영학과)
  • 승인 2017.05.15 14:03
  • 호수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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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관계 회고: 1980년대 ‘關門不上鎖’ 政經分離로 시작한 한·중관계=한·중수교 사반세기(1992년 8월 24일)가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큰 갈등 없이 정치·경제 사회·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급속한 발전을 거듭해 온 한·중관계가 사드보복으로 좌초를 맞고 있다. 사드 배치와 보복을 둘러 싼 한·중간 갈등은 G2로 부상한 중국과 이를 견제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을 둘러 싼 갈등과 충돌이 그 본질이다. 필자는 중국 연구자로서 먼저 중국의 입장에서 한·중관계를 회고하여 정리하고 사드 보복에 대하여 그들 입장에서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우리 대안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1948년 8월 한국과 구 중화민국(현 대만)이 수교하고, 1949년 10월 북한과 중국이 수교하면서 미수교상태에 들어갔던 한·중관계는 1980년대 ‘關門不上鎖(문은 닫혀있으나 빗장은 열린 상태)’의 정경분리 시기를 거쳐, 1990년대 한·중수교와 함께 ‘朝貢(조공)2.0’ 체제구축 시기를 지나 2010년을 전후하여 ‘水煮靑蛙(끓이는 물속 청개구리)’ 의 전략 카드가 전면에 나타나고 있는 갈등 국면에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우선 1980년대 한·중관계가 첫 단추를 끼우게 된 것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포하던 1978년부터 한국수출품들이 홍콩을 통해 간접수출 형태로 중국시장에 흘러 들어가면서 비공식적으로 경제교류가 시작되면서 비롯되었다. 미수교 상태이나마 한·중간에 보다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교류가 시작된 것은 1988년 중국이 서울 올림픽 참가 계기를 명분삼아 '정경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한국과의 경제교류와 인적교류를 개방하면서 부터이다. 양국간에는 1991년에야 비로소 한중간 코트라(KOTRA)-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간 무역대표부가 설치되고 이어서 1년 후인 1992년 8월 24일 한·중수교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졌다.

 수교협상에서 가장 큰 난관은 한국동란의 적대적 교전 당사자로서의 역사적 한·중관계를 정리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하나의 중국’과 ‘2개의 한국’이라는 모순적 상황을 수용해야 한국의 입장이었다. 결과적으로 한·중수교 공동성명에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3조)하고 ‘한반도가 조기에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한민족의 염원임을 존중하고, 한반도가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5조) 방식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한·중관계는 중국식 표현으로 ‘문은 닫혀있으되 빗장은 열려있는(關門不上鎖) 상태’였다. 중국 초대 유엔대사를 역임한 외교부장 황화가 1980년 재임당시 북한과 소련이 급속히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북한에게 ‘소련카드’가 있다면 중국에게는 ‘남한카드’가 있다고 환기시키며 중국 외교부 직원들에게 외교정세에 대하여 강연하며 한 말이다. 당시 중국의 대한국 접근 전략은 기본적으로 동북아정세의 역학구도에 의하여 결정되는 ‘종속변수’였고 이러한 구조는 사반세기가 지난 현재도 기본적으로 유효하다. 1961년 체결된 북·중 우호협력 상호원조 조약은 쌍방의 민주적 합의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강조하면서(6조), 외교·군사적 참여의 정당성을 담보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 외교서류의 법적 구속력은 설사 최근의 북·중 갈등 심화로 조약 파기까지도 언급될 정도로 북·중관계가 악화되고 있지만 동 조약이 유사시 한반도 문제에 중국이 직접 간여할 수 있는 국제적으로 유효한 근거문서라는 점에서 중국의 한반도 정책 및 전략, 전술에 긴밀하고도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중간 국제정치·경제적 비대칭성의 조성: 중국의 朝貢2.0 전략적 관점=한편 한·중수교가 이루어지면서 우리가 중국에게 보낸 시그널은 당시 노태우 정권의 ‘북방정책’이 통일정책의 일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철저히 경제실리 위주의 대중국 접근 정책을 중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중국은 '국제대순환론'이라는 이론에 기초한 적극적인 대외개방 정책을 채택했다. 1986년~1988년 사이에 동부 연해지방 전역을 개방하여 외국인직접투자 위주의 임가공기지를 건설하는 야심적인 외자유치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이러한 전면개방 전략은 적어도 2002년 중국의 WTO 가입 발효시기까지 계속된다.

 이러한 중국의 대외개방 정책 환경에 조응하여 1992년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공포하던 해 한·중수교가 체결되자 한국인과 한국기업 그리고 한국제품과 자본의 중국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필자는 중국 입장에서 한·중경제관계를 ‘朝貢貿易’적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설이 분분하나 중국의 역대 조정에서 ‘주변국의 조공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항상 비등했다. 그 이유는 조공무역으로 중국이 지불하는 대가가 너무 커서 자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경제적 시혜’를 통하여 정치·외교적 관계의 안정을 도모해 온 것이 중국의 전통적 주변국 외교전략의 특성이다. 왕지스(王緝思)는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2011. Mar.-Apr.)에서 이러한 전략이 아직 유효함을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1992년 한·중관계의 새로운 시작은 소위 ‘朝貢2.0’의 시작이나 다름없다. 한국인들의 중국내 거주를 유연하게 허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는 임가공 생산기지의 중국 연해지역 이전을, 그 이후는 한·중 FTA까지 중국 내수시장을 개방하는 형식으로 진화되었다. 그 결과 양국간 교역규모는 2016년에 2,114.1억 달러로 수교하던 해를 기준으로 25년간 33.2배 증가하면서 중국은 한국의 무역상대 1위국으로 부상하였다. 이러한 한·중간 교역 규모는 한국의 제2, 제3위 무역 상대국인 미국 및 일본과의 무역규모를 합한 규모를 무려 295억 달러 초과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기업의 대중 직접투자 총액은 1988년~2016년간 총 556.4억 달러(누계 투자액 기준)로 전체 한국기업 해외직접투자 총액의 16% 비중을 차지하여 1위 대상국인 미국에 대한 투자누계 총액 770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 규모이다. 불과 25년 만에 이룩한 이러한 한·중간 교역 및 투자 규모 확대 속도는 단지 양국 경제구조의 보완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중국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의 관점에서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교류촉진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사드보복과 중국의 딜레마: ‘水煮靑蛙’ 전술과 중국의 한반도정책 전환 가능성=정리하면 한국경제의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중국의 그것에 비하여 비대칭적으로 너무 커졌다. 게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수출임가공산업 억제라는 중국의 정책전환이 몰고 온 정치적 위험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미흡한 상황에서 한국기업들은 뒤늦게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올인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사드사태로 상징되는 한·중간의 정치·외교·국방적인 잠재적 갈등이 표면으로 분출된 것이다. 한국기업들이 한류를 바탕으로 화장품, 드라마, 엔터테인먼트 등 한류상품 위주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사태가 터진 것이다.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한·중FTA 협정이 2015년 12월에 발효되었으나 그 실질적 효과는 한·미, 한·EU FTA처럼 품목기준 90%~95%가 개방되는 시점인 2025년 빨라도 2020년 이후에나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은 이미 중국의 4차 산업 산업혁명이 기본적으로 완성되어 그 골격을 갖춘 다음이다. 한국제품이나 기술의 경쟁력 우위가 상당부분 사라진 다음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작금의 중국의 사드보복은 이처럼 한·중경제가 보완관계에서 경쟁관계로 구조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발발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사드보복은 전 방위적이다. 예컨대, 관광금지, 화장품 등 수입불허, 전세기 취항 불허, 복수비자 발급억제, 한류 콘텐츠 제한, 한국산 자동차 배터리 사용제한, 롯데마트 영업정지, 한국산 식품 통관불허, 한국 모바일 게임 수입금지, 보아포럼 초청중단, 중고등학교 학생 대상 혐한 교육 등이 그것이다(마중가, 월간조선, 2017년 5월호). 2010년 천안함 사태이후 중국인 지인들은 종종 한국이 ‘끓이는 물속 청개구리(水煮靑蛙)’ 신세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곤 하였다. 중국이 보여주는 작금의 사드보복 사태를 예고한 것이었다. 한국경제의 중국경제에 대한 시장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고 자유로운 시장 진출입이 쉽지 않은 높은 퇴출장벽 하에서 사드 보복은 일종의 ‘인질전략’이다. 중국은 드러난 사드 보복조치 이외에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한국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카드와 한·중 FTA를 통한 시장개방을 조절(주로 비관세 장벽 활용)하는 카드 심지어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카드 등 3가지 시장개방 및 개입이라는 경제 관련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앞서의 2가지 카드는 현재 사드갈등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과연 중국이 의도하는 사드 보복의 본질은 무엇이고 전략적 목표는 무엇일까? 본질은 미국이 카자크스탄과 파키스탄에 이어 한국에도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대하여 중국은 자국을 포위하는 MD 체제 구축의 최종단계로 간주하는 데서 비롯된다. 하지만 중국도 천안함 폭침으로 남북 긴장이 고조되던 2010년 전략미사일부대의 사거리 1800킬로가 넘는 둥펑-21 미사일과 이를 운영하는 북두 레이더망을 이미 백두산 주변에 다수 배치하였고, 오키나와까지 사정권에 두고 있다. 헤이룽장성 쌍아산에 있는 대형 전략경보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5500km이다. 그리고 2000년도에 전개한 중국군의 5대 전구(戰區) 중 북부전구와 중부전구의 1200기 미사일은 전부 한반도를 향해 설치했다. 그 사격통제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모두 1000km를 넘는다(마중가, 월간조선, 2017. 5월호).

 따라서 동아시아의 군사적 불균형을 명분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만, 북한의 핵무장 강화를 저지하지 못하는 한 결국은 어쩔 수 없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도 상정할 것이다. 문제는 1.사드가 어떻게 운영되고 2.중국과는 어떠한 상호협의나 묵인 하에 추진될 것인가 하는 절차 및 소통에 관한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다시 말해서 ‘전반적 협력동반자 관계’인 한국이 사드 배치가 중국에 가하는 안보적 위협에 대한 어느 정도 책임 있는 행동을 담보해 줄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향후 한반도 문제를 상호 긴밀히 협의해 가야 하는 상황에서 미래 비전을 공유할 ‘전반적 협력동반자’로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사드배치 과정에서 발생하였다고 중국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 당면한 사드 보복 문제의 핵심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여기에 중국의 최고지도자인 시진핑이 3번이나 사드배치 불가를 공식적으로 한국 측에 밝혔는데도 이에 대한 적절한 외교적 소통이나 대응전략 없이 사드배치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듯 공식적 입장을 밝힌 뒤 전격적으로 사드배치를 발표함으로써 중국 최고지도자의 체면(‘面子’)을 여지없이 무시했다는 의전적 결례와 정서적인 분노가 뒤섞여 있다. 중국이 사반세기동안 구축해온 우의와 신뢰에 기반한 한·중간 소통 채널이 완전히 두절됐다는 당황함이 분노로 이어지지는 않았을까?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이제 과연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차기정부는 대중 외교전략의 실패와 착오를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장기적이고 자국 주도적인 외교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 꼬일 대로 꼬여가고 있는 한·중관계와 한·미관계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우선, 제 1단계는 중단기적 과계로서 전통적인 중국식 情·理·法적 접근에 따른 소통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중간에 발생한 사드배치를 둘러싼 소통의 난맥상에 대하여 이를 인정하고 한·중간에 정치·외교적 소통채널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한·중간 공식적/비공식적, 정부차원/민간차원, 다양한 전문가간 네트워크 차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소통채널의 신속한 복구와 회복을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심각한 내상을 입은 한·중간 소통 채널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 고민을 넘어서서 실질적인 추진전략과 행동이 필요하다. 
 
 제 2단계는 중장기적 과제로 중국이 내세우는 ‘핵심이익’ 프레임을 극복하기 충분한 정당성을 갖고 국제사회에서도 설득력을 갖는 우리의 대응논리, 대체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사드 배치가 중국의 ‘핵심이익’을 해친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핵심이익’ 개념은 2009년 제1회 미·중경제전략회의에서 미·중 정상 간에 합의한 소통방식이다. 그리고 사드보복을 몰고 온 중국 측의 ‘핵심이익’ 논리는 ‘환구시보’에 ‘한반도가 중국의 핵심이익지역’이라는 기고문이 실리면서 구체화되고 정당화되었다. 중국의 핵심이익은 3가지 논리로 집약된다. 첫째는 security(중국 국가체제, 정치체제 및 정치적 안정, 즉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체제의 유지), 둘째는 sovereignty(주권 보호 및 영토 보전, 국가 통일), 셋째는 development(중국 경제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하는 외부환경의 안정)이다.

 따라서 우리의 입장에서 중국의 사드보복에 대한 대응은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논리가 전혀 정당성을 갖지 못하며 국제적 규범에서 벗어나는 경솔한 조치임을 논 리적으로 엄정하게 지적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공론화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국의 ‘핵심이익’ 논리에 대해서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받고 있는 ‘전쟁위협’의 엄중성이라는 논리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북핵위협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 탈북 귀화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도 ‘북핵은 한국군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표’라고 확인해주고 있다(세계일보, 2017. 1. 22. 인터뷰). 그리고 중국의 ‘한반도가 핵심이익’이라는 주장의 논리적 허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작금의 사드배치가 과연 중국의 어떤 핵심이익을 어떻게 해치는 중대한 도전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객관적 논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컨대, 왕지스(王緝思) 북경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앞에 언급한 ‘중국의 그랜드 전략을 찾아서(China’s Search for Grand Strategy)’라는 제하의 ‘Foreign Affairs’ 기고문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을 대만, 티벳, 신장으로 명시하면서, 일부 북한, 이란을 포함시키는 중국내 논리를 오히려 경계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드비용 부담 합의를 뒤집는 엉뚱한 주장이 중국의 ‘핵심이익’ 주장의 정당성에 대한 부담감을 회피하기 위한 차원의 사업가적 ‘꼼수’라면 이 부분에서 중국을 안정시키는 옵션 개발이 가능할 수도 있다.

 보다 냉철한 한·중관계 시대를 준비하며=2013년 한·중간 미래비전 공동성명이후 한·중 양국 관계는 냉전체제 붕괴이후 가장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하지만 6.25 전쟁의 적대국이었던 한·중관계가 미봉된 채로 잠재하다가 사드배치로 드디어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갈등과 모순의 표출을 정면으로 대처해야 할지도 모른다.

 작금의 상황은 미 트럼프 정권의 선제적인 외과수술적 군사전략(surgical attack)이 감행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전술은 자칫 잘못 관리하면 동북아지역의 불행한 사태로 번질 수도 있는 무모함이 내포되어 있다. 미국의 북핵협상 관련한 노회한 비즈니스 BATNA일 수도 있지만 이미 협상 테이블에 전술적 옵션으로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4월 위기설’은 아직 진행 중이다. 다만, 최근 펜스 미 부통령의 방한을 기점으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고, 중국의 막후 대북 압박협상의 성과도 기대된다. 정권을 초월한 대선주자들의 대북정책에 대한 대 합의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고 절실하다. 강대국의 압박에 대해서는 미국의 선제적 대북 타격이든 사드 보복이든 우리 내부의 단단한 결속만큼 효과적인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동아시아지역에서 한·중·일 경제협력 구조가 보완적 협력구조에서 경쟁적 협력구조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드 보복은 우리로서는 매우 안타깝고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중국이 밀어붙이는 사드 보복 조치는 전형적인 ‘水煮靑蛙’ 전략으로 한·중간 소통과 교류에 심각한 내상을 입힐 수 있는 극약조치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향후 사드 보복이 지속적으로 확산, 강화될 경우에 대비하는 컨틴전시 플랜도 필요하며, 근본적으로 새로운 한·중관계 정립을 고민해야 한다.

 결국 ‘균형외교’는 균형 있는 국제경제관계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성립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이번 사드 보복이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의 사드 보복을 계기로 장기적으로는 뼈를 깎는 시장 다변화 전략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아울러, 한국, 싱가폴, 대만, 베트남이 참여하는 ‘4마리 용2.0 포럼’ 같은 국제포럼을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이들 4개국(지역)은 중국과의 정치·경제적 교류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강대국간 ‘핵심이익’의 중국식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한 대응전략 개발노력에 협력할 유인이 존재하며 일정한 효과가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주도하는 RCEP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국경문제로 민감한 아세안, 일본, 인도 등과 공동으로 동아시아 메가 FTA 형성의 전제로서 ‘정경분리’ 원칙을 관철시키는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백권호 교수(경영학과)  pressyu@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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