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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다이어트
  • 박승환 기자, 김달호 준기자, 손한원 준기자
  • 승인 2017.08.28 20:56
  • 호수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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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다이어트

 과거에는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며 친해지는 과정이 즐거웠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인맥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굳이 내가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나?’란 생각이 커지면서 점점 사람을 만나는 일이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학과 단체 채팅방에서 여행 가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불편해 가기 싫다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 외톨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좋아하는 선배가 생겨 친구에게 고민 상담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학과에선 내가 그 선배를 좋아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 이후 고민이 있어도 누구에게 털어놓지 못했다. 그때부터 내 인스타그램에는 ‘친한’ 사람의 얘기가 아닌 ‘아는’ 사람 얘기로 가득해져 갔다. 카카오톡도 형식적인 연락을 읽지 않아 ‘1’이 줄지어 있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하루하루 지쳐가다가 마침내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선 기존의 SNS 계정을 삭제하고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다. 새로운 계정은 가족과 몇몇 ‘친한’ 친구들에게만 알려줬다. 전화번호도 바꾸고 갖고 있던 연락처도 정리했다. 막상 인간관계를 정리하니 그들이 나를 쳐다볼 시선이 걱정됐다. 하지만 걱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들에게 난 단순히 ‘아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한 후 마음이 편해지고, 친한 사람들과 더 깊은 관계를 가질 수 있었다.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사람들

 최근 영국의 유명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 옥스퍼드대 교수는 페이스북 내 대부분의 친구가 ‘허수’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 친구 수는 평균 155명이고, 그중 실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는 3~4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넓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비해 깊은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 이에 최근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필요한 인간관계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인맥 다이어트’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끼는 우리=최근 들어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끼고 인간관계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 대학교 학생 A 씨는 “복잡한 인간관계를 억지로 유지할 때 정서적 피로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상의 주원인을 SNS의 발달이라 주장한다. 과거는 현대보다 인간관계를 시작하긴 힘들지만 연락 수단이 많지 않아 연락의 빈도가 관계 유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SNS가 발달함에 따라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는 쉬워졌지만,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 않으면 그 관계를 발전시키기 힘들어졌다. 정봉교 교수(심리학과)는 “SNS로 인해 피상적 관계가 증가하며 그에 따라 인간관계에 답답함을 느끼는 현대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맥을 유지하기 위해 “연락을 자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인간관계로부터 피로감을 느끼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교 학생 170명을 대상으로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낀 적 있습니까?’에 대해 앙케이트를 실시한 결과 ‘있다’고 대답한 학생이 85%(145명)로, 다수를 차지했다. 또한 ‘인맥 다이어트를 할 의향이 있습니까?’에 대해 응답자 130명 중 68%(88명)가 ‘있다’고 답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형식적인 인간관계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인이 늘어나며, 양적 인맥이 아닌 질적 인맥을 중시하는 인식변화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일부에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승원 교수의 말에 따르면 현재 부모가 자녀를 감싸며 양육하는 방식으로 인해 확대된 개인주의가 인간관계의 고립을 초래한다. 이에 교육기관에서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해 말하는 등의 인간관계 기술을 가르치고, 단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다이어트는 ‘독’=정용교 교수(사회학과)는 “적절한 인맥 다이어트는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도한 인맥 다이어트는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일본에서는 인간관계 리셋 증후군을 앓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인간관계 리셋 증후군은 기존에 쌓아왔던 모든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이로 인해 생기는 심리적 불안감과 사회적 고립 상황이 범죄의 요인으로 작용하며,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승원 교수는 인간관계 리셋 증후군은 자신이 처한 불합리한 상황의 원인을 본인이 아닌 주위 사람에게서 찾는 회피 심리에 기반을 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관계는 컴퓨터 데이터와 달리 리셋 후 복구가 불가능하다며 주의를 가했다. 이에 정용교 교수는 “인간관계를 정리하기에 앞서 타인과 조화롭게 생활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단순히 질적 인맥만 중시하면 오히려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학에선 인맥은 사회적 자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뇌가 사회 속에서 발달하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만남 자체가 목적인 인간관계와 이익을 위한 인간관계 중 상황에 따라 개인이 적절히 판단해 인맥을 쌓아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봉교 교수는 쌓여 있는 인맥을 관리하는 것보다 인간관계를 맺는 과정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끼는 대학생들에게 “적절한 음식섭취와 운동을 통한 건강한 다이어트처럼, 인맥 다이어트를 할 때도 적정 수준의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건강한 인맥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맥 다이어트, 제대로 알고 하자

 소위 ‘인맥 왕’보다는 ‘인맥 거지’를 자초하는 사람들이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그들이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지쳐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효과적인 인간관계 정리를 원하는 것에 반해 대부분 그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일방적으로 팔로잉을 끊는 등의 어설픈 인맥 절연은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에 윤선현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 황지영 학생상담센터연구원, 신우준 보딕 대표를 만나 효율적인 인맥 다이어트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윤선현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
 
 
인간관계 정리는 단순히 인맥을 끊는 행위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인맥을 지속하고 발전시키는 노력도 포함한다. 사실 본인이 갖고 있는 인맥 중 어떤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각자가 판단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시작이 막막한 사람들을 위해 나만의 인간관계 정리 방법 4단계를 알려주겠다.

 첫 번째로 본인이 좋아하는 것, 가치관 탐구 등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두 번째로 오프라인 모임, 연락처, SNS 등 어떤 부분의 인간관계를 정리할지 선택해 보자. 세 번째로 하루에 한 명, 한 달에 5명 등 인간관계를 정리할 구체적인 시기와 범위를 정해 보자. 마지막으로 인맥 다이어트를 하기 전후를 비교해 보자. 만약 인맥 다이어트를 하고 나서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관계일기’도 추천한다. 관계일기란 오늘 누굴 만났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그 사람과 만날 때 어떤 감정이 들었고 앞으로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지 등을 간단하게 적는 것이다. 관계일기를 적다보면,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황지영 학생상담센터 연구원

 학생상담센터에는 인간관계 자체에 대한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다. 그들은 어떻게 사람을 사귀어야 하고 어떤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어려워한다. 특히 SNS가 보급화되면서 그런 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더욱 많아진 것 같다. 그럴 땐 자신이 처음 SNS를 시작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이로 인해서 자신의 삶이 피해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보자. 가장 좋은 방법은 SNS로 인한 인간관계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 스스로가 노력하고, 직접 사람들과 교류하며 서로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신우준 보딕 대표

 예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1,000개의 연락처에서 함께 밥을 먹을 사람을 찾다가 쉽사리 연락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었다. 그때부터 ‘아, 인간관계를 정리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인맥을 관리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마리엘스’라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게 됐다. 이 앱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앱 설치자의 연락처에 저장된 번호를 가족, 친구, 직장 등 그룹으로 묶어 한 장의 지도처럼 만들어 주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각 그룹 안에서 연락이 잦은 순서대로 연락처를 분류해 준다. 그룹으로 묶이지 않은 연락처는 소통이 적다는 의미여서 그들을 우선적으로 정리하면 된다. 이렇게 앱이 시키는 대로 하다보면, 효율적으로 인맥을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룹마다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지 미리 정한다면 더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박승환 기자, 김달호 준기자, 손한원 준기자  sh90822, kdh1102, shw1130@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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