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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로를 거닌 사람] 생활 속 목소리가 되다
  • 지민선 기자, 박승환 기자
  • 승인 2017.08.28 20:29
  • 호수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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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안효민

 우리 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피나는 노력 끝에 대원극장 성우 3기에 합격한 안효민 동문. 그는 현재 성우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고 최근 대학생들이 즐겨하는 게임 ‘오버워치’의 젠야타와 ‘리그오브레전드’의 리메이크 워윅 등의 목소리를 담당해 화제가 됐다.

 이에 안효민 성우를 만나 그가 성우가 되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으며, 그의 우리 대학교 재학 시절 모습은 어땠는지 등을 알아봤다. 또한 성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을 들어봤다. 

 우리 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한 번 이 세상을 바꿔보자’는 거창한 꿈이 있었어요. 그렇기에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했죠. 그 당시 정치외교학과는 위계질서나 악습 등이 전혀 없는 학과였어요. 그렇기에 더욱 애정이 많이 갔었어요. 성우 준비와 ROTC 활동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학과 생활이랑 멀어지긴 했지만 학과 공부도 굉장히 재밌었어요.

 대학교에 재학 중 성우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입학 당시 4월에 다소 우연한 계기로 성우에 대한 꿈이 생겼어요. 그 후 5월에 성우 학원에 대해 찾아봤어요. 성우를 준비할 수 있는 학원은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어 찾기가 힘들었죠. 그러다 대구에서 유명한 성우 학원을 하나 찾았어요. 그 길로 성우 학원을 가 테스트를 본 후 성우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죠.

 우선 말투를 고치는 것부터 난관이었어요. 태생부터 대구 사람인 저는 대구 사투리가 꽤 심했었어요. 그래서 성우학원 선생님에게 “사투리를 고치려면 우예야 합니꺼”라고 질문했죠. 그 질문에 선생님은 서울에서 사는 것을 추천하지만 그럴 여건이 아니라면 서울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라는 조언을 해 주셨어요. 그래서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죠. 마음이 맞는 성우 지망생들과 함께 연락하고 매달 한두 번은 무조건 서울로 올라갔어요.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아마추어 더빙도 하며 사투리를 고치기 위한 노력을 했어요. 실제로 1년 반 만에 사투리를 고칠 수 있었죠.

 대학교 4학년 때는 서울에 있는 학원을 다녔어요. 학과 수업과 월, 금요일마다 있는 학군단 훈련을 모두 마치고 곧장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어요. 금요일 저녁 수업과, 토요일 수업까지 끝낸 후에야 대구로 내려오는 생활을 일 년 동안 반복했죠. 

 대학교 재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남들보다 특별했던 부분은 있어요. 보통 발표에 앞서 자기소개를 할 때 “안녕하세요. 몇 학번 누구입니다”라고 말을 하는데 저는 거기에 성우를 준비한다는 것을 덧붙였었어요. 예를 들어 “안녕하십니까 정치외교학과 05학번 안효민입니다. 저는 성우 준비생입니다”하고 성대모사를 이어서 했었어요. 그 당시에는 무릎팍도사의 내레이션을 주로 따라 했죠. 그러면서 소위 깡을 키웠어요. 성우는 많은 사람 앞에서 목소리로 연기를 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깡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미리 키우기 위해 대학생 때부터 노력을 많이 했어요.

 대원방송 성우극회 3기로 합격하셨는데, 합격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남자 성우는 군필만 뽑기 때문에 전역을 한 이후부터 한정을 짓자면, 전역한 후 집에서 한 달가량 쉬다가 서울로 올라갔어요. 상경 후 학원으로 갔죠. KBS아카데미의 성우 과정을 수료했고,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나미 성우이신 정미숙 선생님께 교육을 받았어요. 또한 보이스마루라는 네이버카페를 7년간 운영하며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스터디도 진행했어요. 긴 준비 끝에 결국 합격을 할 수 있었죠.

 성우 동기 중 가장 친한 동기는 누구인가요?

 다 친하게 지내요. 굳이 꼽자면 성우가 되기 전부터 알았던 김혜성 성우가 있어요. 지금은 오버워치 ‘겐지’의 목소리를 담당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 만나서 지금까지 10년 넘게 알고 지냈어요. 대원방송 3기를 지원했을 때도 서로 응원하고 같이 모의 면접을 하며 연습했었어요.

지난 19일, 이원석 쇼호스트아카데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안효민 동문의 모습


 성우가 된 후 어땠나요?

 좋아하는 일을 실제로 할 수 있게 돼서 정말 좋았어요. 또한 어린 시절에 TV로만 봤던 애니메이션 주인공들과 나란히 서서 더빙을 할 때는 감격스러웠죠.

 성우가 되고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주일에 열다섯 작품을 더빙했던 적이 있어요. 성우는 배우와 달리 연기하는 모습이 화면에 나오지 않아요. 하지만 성우도 마이크 앞에서 똑같이 온몸으로 연기해요. 그렇기에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죠. 전속 성우 시절에는 성대결절이 왔던 적도 있었어요. 목이 엄청나게 부어서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 일을 했죠.

 김혜성 성우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악당 혹은 괴수 역할을 자주 연기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 악당이나 괴수 역할을 가장 잘하고 싶었어요. 악당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거기서 시작되는 드라마가 악당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역할들을 할 수 있어서 재밌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안효민 성우의 출연작


 한 방송 매체에 따르면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리메이크 워윅을 연기하는 것이 세 손가락 안에 들 만큼 힘들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체력적으로 힘들었죠. 리메이크 워윅은 미친 늑대캐릭턴데 굉장히 거친 목소리를 내야 했어요. 소리를 자주 질러야 하는 부분이 힘들었죠. 괴수나 악당들은 대부분 큰 덩치를 가지고 있는 만큼 큰 목소리를 내야 해요. 그렇기에 목에 무리가 자주 가고 연속적으로 녹음을 진행할 경우 컨디션이 안 좋아지기도 하죠.

 그럴 때는 목을 어떻게 관리하나요?

 연기할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 줘야 하기에 목을 아끼지 않아요. 대신 평소에 관리를 열심히 해 주죠. 수분섭취를 굉장히 자주 하는 편이에요. 750ml 접는 물통을 항상 가방에 넣어 다니며 물을 계속 마셔요. 30분짜리 더빙을 세 개 녹음한다고 하면 그동안 2L가 넘는 물을 섭취해요. 또한 목소리는 몸의 건강과 직결되기에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오버워치’의 영웅 젠야타를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블리자드에서 저를 캐스팅했죠. 지원을 하는 방식이 아니었고, 블리자드에서 여러 작품을 보고 성우를 선정하는 형식이에요. 그렇게 젠야타를 만나게 됐어요.

 ‘젠야타’의 특징 중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드나요?

 젠야타는 모든 것에 초월한 로봇 수도승이에요. 저는 주로 착한 인물을 짓밟고, 괴롭히고, 소리치는 역할을 맡았었는데, 그에 반해 젠야타는 굉장히 신선했어요. 첫 경험 같은 느낌이 들었죠. 오버워치 플레이어로서 젠야타에 애정을 가지고 있어요.

 다른 매체의 인터뷰에서 연기할 때 콧구멍을 키우거나 눈을 감을 때가 많다고 한 적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콧구멍을 키우는 것은 녹음할 때 조금 더 캐릭터에 맞는 소리를 내기 위해서예요. 공명을 위해서지 의식적으로 콧구멍을 키우는 것은 아니에요.

 눈을 감는 이유는 캐릭터에 집중하기 위해서예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캐릭터의 상황을 그려 캐릭터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그러한 행동이 캐릭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죠.

 성우로서 활동할 때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 음색 등을 잘 파악해야 해요. 그것들을 잘 분석해서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죠. 한 캐릭터의 목소리를 맡게 됐다면 그 캐릭터의 성장배경, 행동, 성격, 캐릭터 간의 관계들을 분석할 줄 알아야 해요. 비슷한 배역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책 등을 보는 것도 이러한 노력 중 하나죠. 꾸준한 발성 연습은 무조건, 필수예요.

 마지막으로 성우 지망생들에게 성우가 될 수 있는 팁을 주자면 어떤 것이 있나요?
 
 많이 따라 해야 해요. 몇몇 사람들은 흉내를 내는 것은 안 좋은 습관을 가지는 지름길이라고들 말해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일단 많이 따라 해 봐야 늘어요. 많이 보고 많이 따라 하고 많이 연습해야 해요. 그렇게 해서 데이터베이스를 많이 쌓는 것이 좋아요.

 어린 시절 글씨 쓰기 연습 노트를 사용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공책엔 가나다를 적는 곳에 점선이나 음영으로 돼 따라 적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것처럼 내가 보고 유사하게 따라 할 수 있는 모델이 있어야 해요. 그게 없으면 캐릭터를 이해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거예요.

독자들의 '나도! 나도!'

 오버워치 게임을 하실 때 젠야타 캐릭터를 자주 하나요?

 젠야타를 이번 경쟁전 시즌만 56시간 플레이했어요. 젠야타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젠야타를 가장 자주, 오래 했죠. 조합을 맞추기 위해 우리팀을 치유해 주는 힐러를 선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젠야타 대사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젠야타는 우선 평온한 말들을 자주 해요. 감정이 잘 드러나는 대사도 없고요. 또한 조화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죠. 그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우리는 모두 조화를 이룬다오”예요.

 연기하지 못해 아쉬운 캐릭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굉장히 많아요. 꼽기가 어려울 정도예요. 제가 원한다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요. 지금 생각나는 캐릭터는 일본 애니메이션 <내 이야기!!>의 타케오예요. 타케오는 고등학교 1학년이고 엄청난 거구의 유도부 캐릭터예요. 다른 애니메이션과는 조금 다른, 재밌는 설정이죠. 그 캐릭터의 오디션을 회사에서 봤었어요. 복면가왕식으로요. 별명을 앞세워 목소리만을 보는 오디션이었죠. 아쉽게도 떨어졌어요. 저보다 더 잘 어울리시는 선배님이 그 배역을 맡으셨죠. 


인터뷰를 마친 기자들의 이야기

 안효민 동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성우 준비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었다. 벽 너머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열정적으로 강의를 상상할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처음 마주한 그는 힘든 모습이 아닌 즐거운 모습이었다.

 안효민 동문은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자신감이 넘쳤다. 처음에는 그가 본래부터 자신감 있는 성격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가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한 사례로 학부생 시절에 발표 전 자기소개를 할 때면 자신이 성우 준비생임을 말하고 사람들 앞에서 다른 성우의 목소리를 따라하며 자신감을 키웠다고 했다. 만약 내가 성우를 준비한다고 했어도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할 정도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노력을 할 만큼 그는 성우가 되고 싶었고, 현재 성우란 직업에 만족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안효민 동문과 밥을 먹으며 편하게 얘기를 나눴다. 그와 함께 보낸 약 3시간 동안 취재를 하러 왔다는 느낌보단 편한 선배를 만난 느낌이었다. 다음에 안효민 동문과 그가 좋아하는 게임을 같이 하며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기대한다.

지민선 기자, 박승환 기자  jms5932@ynu.ac.kr, sh90822@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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