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7.12.16 토 17:34
상단여백
HOME 인물
[천마로를 거닌 사람] 내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삼일문고를 만나다
  • 김채은 준기자
  • 승인 2017.09.11 19:41
  • 호수 1638
  • 댓글 0
사진 이남영 기자

 우리 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기중 동문(경영학과92)은 ‘책과 사람이 만난다’는 목표를 가진 삼일문고의 대표다. 그의 책과 문화를 함께 만날 수 있는 서점, 지역 시민들과 함께 운영해나가는 서점을 위한 노력이 화제가 됐다. 이에 김기중 대표를 만나 서점을 열기까지의 과정과 현재 서점 운영을 위한 노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 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학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제 스스로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학에 입학해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싶었죠. 그래서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책을 계속 읽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입대하기 전까지 500권에 가까운 책을 읽었으니까요. 또한 저는 경영학과지만 문화인류학과, 국어국문학과, 철학과 등 다양한 학과의 개론 수업을 들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특히 수업에서 만난 유홍준 교수님, 이동순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며 얻었던 인문적 소양이 어떻게 보면 지금 서점을 운영하기까지 제 생각에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아요. 그 때 채웠던 인문학적 소양은 지금의 서점을 운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어요

 대학시절에 굉장히 다양한 책을 읽으셨던 것 같습니다. 주로 어떤 종류의 책을 읽으셨나요?

 문학, 인문학, 사회과학에 관련된 책을 주로 읽었어요. 인문학 책은 주로 사서 봤고, 문학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봤어요. 자전거 타고 밤하늘을 보면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많은 책 속의 인물들과 이성적인 생각을 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죠. 하지만 제가 희귀 난치병에 걸린 후에는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어요. 친구들과 만나서 걷는 것조차 할 수 없었거든요. 희귀 난치병을 미국에 가서 치료를 해야 했지만 그 때도 책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으려 노력을 많이 했죠.
 특히『전태일 평전』이란 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대학교에 입학해 읽은 첫 번째 책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그 책을 읽고 깜짝 놀랐어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는 삶이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거든요. 제 자신을 굉장히 부끄럽게 여기게 했던 책이었어요. 특히 그 책의 ‘우리는 바보처럼 살겠다’는 말이 서점을 열 때도 큰 가르침이 됐어요.

 현재 서점을 운영하시는데, 대학 다닐 때 서점을 열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나요?

 아니요. 대학시절엔 서점에 대한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오히려 ‘사업을 해도 서점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당시에는 ‘도서 정가제’와 같은 정책도 없었던 상황이어서 서점은 비인기 사업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재작년 구미에서 가장 큰 서점이 문을 닫았을 때, 서점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어요.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됐다고 생각하자 아쉬웠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지역서점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고 ‘서점을 해볼까’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삼일문고에서는 책을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책 큐레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큐레이션을 하기 위해선 책의 내용을 다 알아야 할 텐데 힘들진 않으신가요?

 사실 힘들죠. 삼일문고 기준에 맞는 책을 찾아 서가에 진열하는 것은 어렵고 힘든 과정이죠. 하루에도 신간이 100권 가까이 나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하루에 50~60권씩 되는 책을 모두 읽어봐야 해요. 독자들이 이 신간을 모두 읽어볼 순 없잖아요. 그래서 요즘엔 수박 겉핥기 식으로 책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워요. 책을 깊이 읽지 못하니 과거에 받던 책의 감동을 이전보다 받기 힘들어요. 하지만 독자들이 다양하게 책을 접할 수만 있다면 제가 감동을 많이 받지 못해도 괜찮아요. 저는 독자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서점에서 책을 보면서 또 다른 책을 찾아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저는 매일 어떤 책이 좋은지 선별해서 신간들을 정하고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고전 같은 책, 본질적인 것들을 담는 책을 사람들에게 큐레이션 하려 해요. 이러한 큐레이션을 통해 독자들이 서점만 둘러봐도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 주고 싶어요. 또한 제가 큐레이션한 책을 읽고 독자들이 다양한 경험을 접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어요.

 삼일문고는 분위기가 좋아서 ‘분위기에 취해서 책을 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삼일문고가 지방서점에서는 특이하게 전시장, 공연장, 카페 등의 문화공간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요?

 서점 안에서 독자들을 만난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삼일문고가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어요. 그런데 삼일문고가 생기기 전부터 서점 아래 층엔 문화 사업을 운영하던 소극장이 있었어요. 그리고 서점 2층에는 갤러리가 있었죠. 이러한 점이 삼일문고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희는 서점 안에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열려는 노력을 많이 해요. 개인적으로는 지역서점이 책을 판매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는 것이 앞으로의 서점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삼일문고에서는 더욱 많은 문화 행사를 할 것 같아요.

 서점에서 여러 가지 문화 활동을 운영하다보면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요?

 일단 시간을 많이 뺏겨요. 서점의 본질은 책을 판매하는 것인데 문화행사를 진행하니 책에 신경 쓸 시간을 뺏기는 거죠. 문화 행사보다는 서점에 좀 더 시간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요. 특히 문화행사 진행으로 인해 흐트러진 서가를 보면 ‘문화행사보다 서가를 꾸미는 데 시간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서점에서 문화행사를 병행하지 않다가 갑자기 서점에서 문화행사를 하게 되면 서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문화 활동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문화행사를 같이 해 나가면서 서점을 꾸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금 힘들긴 하지만 서점과 문화행사의 균형을 맞춰가며 여러 가지 문화 행사를 해 나가려고 노력해요.

 삼일문고가 ‘바이백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들었습니다. ‘바이백 서비스’는 삼일문고에서 구매한 책을 1년 안에 다시 팔 수 있는 서비스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 서점에서는 시행하지 않는 서비스인데,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희 입장에서는 좋은 제도인 것 같아요. ‘서점을 차리겠다’는 생각을 한 후, 많은 서점을 다니며 알게 된 점이 있어요. 사람들이 책을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새로운 책을 파는 일반 서점이 아닌 중고서점이었어요. 실제로 제가 책을 살 때도 새 책값이 부담돼 중고서점을 자주 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서점을 운영할 때 중고서점도 같이 하는 것이 좋을 거란 생각했어요. 실제로 독자가 중고서점을 원하는 모습도 봤고, 또 제가 갖고 있는 책이 많아서 일부를 팔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우리 쪽에서 선별한 중고 책도 판매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 서점의 ‘바이백 서비스’를 시행하게 된 거죠. 물론 품질이 좋지 않은 책은 팔지 않고 삼일문고에서 산 책 중 1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다시 팔아도 괜찮은 상품만 재판매를 하고 있어요.

 현재 삼일문고의 모토는 ‘책과 사람을 잇다’입니다. 삼일문고를 어떤 서점으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서점을 열 때 제 가장 큰 목표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처음에는 서점의 아름다움을 외관적인 부분에서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좋은 건축과 인테리어가 있는 서점이 아름다운 서점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많은 서점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서점의 아름다움은 표면적인 것에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다니면서 ‘책의 진열만으로도 서점이 아름다울 수 있구나’라고 느꼈어요. 표면적으로 예쁜 건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다니면서 ‘책의 진열만으로도 서점이 아름다울 수 있구나’라고 느꼈어요.  책을 어떤 마음으로 부르고 어떻게 전하려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걸 느껴서 그런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서점을 만들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리베카 솔닛’이라는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가느냐’보다는 ‘도착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까봐 두렵다”고 말했어요. 이 문장은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두렵다는 뜻이에요. 개인적으로 행복은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옆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이라 생각해요.
또한 요즈음 사람들은 인생을 즐기는 것을 많이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저는 희귀 난치병을 겪으며 제 삶이 언제든지 멈출 수 있다는 걸 경험했어요. 언제든지 멈출 수 있는 삶이라면 지금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여러분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보세요.

인터뷰를 마친 기자들의 이야기

 삼일문고는 마치 미술관 같았다. 치열하게 책을 팔려고 노력하는 서점이 아닌, 잔잔한 음악이 나오고 책 냄새가 나 괜스레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처음 김기중 대표를 만났을 때 인자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또한 김기중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가까운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오프라인 서점의 필요성과 서점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사실 나 역시 온라인 서점이 책을 찾기에도 편리하고 가격까지 저렴했기에 서점에 가야 할 필요성에 대해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 삼일문고를 둘러보니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레 생겼고, 삼일문고 같은 서점이 우리 대학교 주변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서점을 둘러보았는데 저마다 다른 서재나 제목이 아닌, 종류별로 꽂은 책을 보고 김기중 대표가 책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 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삼일문고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좀더 서점을 둘러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컸다.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우리 대학교 구성원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서점이라고 생각하며 삼일문고를 떠났다.

김채은 준기자  kce0504@ynu.ac.kr

<저작권자 © 영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