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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독립하지 못했는가?
  • 김달호 준기자, 손한원 준기자
  • 승인 2017.10.10 20:35
  • 호수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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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일할 의욕이 없어요

 본지에서는 니트족으로 살아가는 우리 대학교 학생 A 씨를 만났다. 그를 만나 자신이 니트족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학생 A 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한 내용이다.

 10대 때 내가 꿈꿨던 20대는 부모님의 품을 떠나 독립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대학 졸업과 동시에 공무원에 쉽게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 흔한 아르바이트조차 구할 수 없었다. ‘알바×’과 ‘알바천×’등의 여러 구직 사이트를 돌아다니고 닥치는 대로 면접을 봤다. 하지만 단 한 곳도 나를 찾아주는 곳이 없었다. 이에 큰 좌절감을 느꼈다. 동시에 ‘사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란 자책이 계속됐다. 스스로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깎아내렸다. 더 이상 일을 하거나 일을 구하는 것에 대한 의욕이 없어졌다. 이렇다 보니 아무 일도 하기 싫어졌다.

 그저 부모님 뒤에 숨어 현실을 마주치고 싶지 않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으면서까지 직업을 갖고 싶지 않다. 직업을 갖지 않더라도 부모님은 나를 도와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독립하지 못했는가?

 ‘OO족’은 공통된 특성, 성격 등을 가진 집단을 뜻하는 단어이다. 최근 사회·경제가 변화함에 따라 캥거루족, 니트족과 같이 독립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선 우리나라의 사회상을 반영해 독립하지 못한 청년들을 일컫는 말에 한정지은 청년 ‘OO족’(이하 ‘OO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독립하지 못하는 청년의 등장=독립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비유한 캥거루족, 니트족 등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지나친 교육 열풍으로 인해 생겨난 말이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기독교상담복지학과)는 “당시 부모들의 지나친 자식보호가 아이들의 독립성 성장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독립성을 제대로 기르지 못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독립해야 할 나이에도 부모에게 계속적으로 의존하게 되면서, 이런 청년들을 가리켜 캥거루족, 니트족 등과 같은 용어가 등장했던 것이다.

 우리 대학교 학생 280명을 대상으로 ‘‘OO족’에 속한 단어를 알고 계십니까?’라는 앙케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안다’고 응답한 학생이 60.7%(170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또한 우리 대학교 학생 342명을 대상으로 ‘본인이 ‘OO족’에 속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앙케트 조사를 진행한 결과 57.3%(196명)가 자신도 ‘OO족’에 속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호선 교수는 “자신을 ‘OO족’이라 말하는 청년들은 자신이 성장할 가능성을 그 단어에 묶어버릴 것”이라고 인식의 위험성을 당부했다.

 어쩔 수 없는 의존=청년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원인은 크게 사회적, 심리적으로 나눌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의 양극화 문제로 인해 청년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청년들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을 선호하게 되고, 많은 청년이 대기업 취업을 위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높아진 경쟁률에 청년들이 번번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게 되면서 청년 실업률은 점차 높아지게 됐다. 실제로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 실업률 결과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이 9.4%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현국 교수(경제금융학부)는 “기업 간 임금, 노동 환경 등 여러 부분에서 격차가 발생하자 청년들이 더 좋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무리한 취업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은 다시 부모에게 의존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에 김은하 아주대학교 교수(심리학과)는 “연이은 취업 실패가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줄 수 있고, 일부는 자존감이 낮아져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는 문제로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는 부모에게 의존적인 청년들의 의식이 ‘OO족’이 증가하게 된 심리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은하 교수는 “과거부터 우리나라 청년들은 직업을 얻기 전까지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성향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그들은 자신이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아도 부모가 자신을 보호해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에서 20~30대 청년 1,7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고 답한 청년이 50.2%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가운데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이유를 ‘정신적인 의존이 필요해서’라고 답한 청년은 31.3%(271명)였다.

이젠 자립할 수 있는 청년으로

 연어, 상어, 바다거북. 이 동물들은 집을 떠났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회귀동물’이다. 그런데 최근 사람들도 이런 현상을 보인다. 많은 청년은 다양한 이유로 독립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만 동물들은 회귀하면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사람들은 회귀하면서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나도 모르는 새 사회에 영향을=전문가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독립하지 않거나 혹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날수록 비혼과 저출산 문제가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월 열린 ‘한·일 사회정책포럼:저출산·고령화 충격과 대응’에서 일본의 스즈키 도루 박사는 “경제적 자활능력이 떨어지는 청년의 수가 늘어나면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을 피하는 등의 사회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는 청년들이 자립하지 않는 경우가 증가할 시, 생산성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생산성 문제는 청년들의 경력 단절현상과 미흡한 업무 숙련도 등의 문제로 이어지며, 최종적으로는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부모에게 의존하는 청년들이 증가하면 부모세대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과 ‘집단상담프로그램’은 취업에 실패하거나 아직 진로를 설정하지 못한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는 자신감과 근로의욕이 부족한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개설됐다. 최혜리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청년들의 근로의욕 및 직무 수행능력을 높이고 취업을 도와 무기력해진 청년들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사회복지관협회는 전국 11개 사회복지관을 통해 희망플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각 지역사회를 연계하고 프로그램을 신청한 사람들에 한해 아동, 청소년기부터 현재 사회 현안과 경제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교육을 진행한다. 이다솜 한국사회복지관협회 희망플랜중앙센터 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형성해 청소년 및 청년을 교육함으로써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도 청년들이 실질적인 복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여러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성남시는 청년들의 복지향상과 취업역량을 강화하는 ‘청년배당’ 정책을 실시해 207명의 취업유발효과, 192억 원의 생산유발효과, 113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등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인천광역시는 지난 5월부터 고용노동부와 연계해 저소득층 청년들의 구직활동비를 지원해주는 ‘청년사회진출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적극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해=하지만 일각에서는 독립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청년들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청년들이 ‘OO족’에 속하는 기간이 비교적 짧았지만, 현재는 다양한 원인으로 ‘OO족’에 속하는 기간이 길어졌다. 하지만 청년을 위한 복지정책은 여전히 과거 인식에 머물러져 있어 현재의 ‘OO족’에는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또한 복지 대상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이다솜 사회복지사는 “노인, 장애인만이 복지대상이 아니라 청년도 복지대상이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사회진입과정에서 청년이 겪는 시간과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정책보다 진로 설계와 취업 준비 등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지난 8월 말, 미취업자에게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정기국회에 발의됐다. 해당 법률을 발의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시)은 청년실업 문제 해소는 우리 사회를 튼튼하게 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청년과 관련한 ‘OO족’

 캥거루족: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지만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20~30대를 뜻하는 용어
 

 연어족: 독립했으나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연어처럼 원래 살았던 집으로 회귀하는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을 뜻하는 용어

 

 니트족: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로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용어

 

 프리터족: 프리 아르바이터(Free Arbeiter)의 줄임말로 직장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청년층을 뜻하는 용어

김달호 준기자, 손한원 준기자  kdh1102@ynu.ac.kr, shw1130@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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