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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논단] 200세의 젊은 교육현자
  • 김상섭 교수(교육학과)
  • 승인 2017.10.10 16:32
  • 호수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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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 언젠가 엽기적인 뉴스로 나를 불러 세울 때까지, 그는 내게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저크버그! 물론 그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라는 것도. 하지만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여느 신동과 천재가 그러하듯 그저 경박한 청년이겠거니 생각했다.

 저크버그가 딸을 얻은 기념으로 자기 소유의 주식 99%를 사회에 기부했다는 소식이 나를 엄습하자 모든 게 달라졌다. 나는 99%에 놀랐고, 52조라는 액수에 또 한 번 놀랐다.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건 그가 밝힌 기부의 변(辯)이다. “우리는, 다른 모든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딸이 오늘보다는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 다른 모든(!) 아빠들이 느끼듯이, 이 말은 정말 아름답다. 그도 자기 딸의 미래와 행복을 사랑한다. 이 말도 또한 아름답다.

 그걸로 놀람의 끝이 아니다. 그가 딸의 행복을 바라는 방식은 내게 더욱 놀랍다. 그는 자신의 딸이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세대의 모든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 딸의 미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은 그 아이가 살게 될 미래세대 전체를 사랑하는 것뿐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솔직히 저크버그의 나이를 의심했다. 우리 딸이 더 나은 미래에 살 수 있게 하려면, 우리 딸을 잘 키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가 살게 될 세계도 함께 잘 가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못난 세상에서 못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당연하지만, 정말로 훌륭한 생각이다. 일찍이 독일의 교육철학자 훔볼트도 그렇게 주장했다. “교육은 내 아이와 함께 그가 살아갈 환경을 훌륭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 말은 곧 내 아이만이 아니라, 그 아이가 더불어 살아가게 될 미래세대 전체를 훌륭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뜻이다. 저크버그라는 젊은이는 200년 전 훔볼트가 애써 도달했던 철학적 사유를 현실로 구현해내고 있다. “우리 딸의 미래를 위한 염려와 노력은 반드시 다음 세대 전체를 위한 염려와 노력으로 완수되어야 한다.” 그러한 훔볼트의 교육이념은, 저크버그의 결행이 있기까지는, 그저 이상이자 신비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이젠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일이자 필연적인 일로 드러났다. 그러니 저크버그를 가리켜 ‘200세의 젊은 교육현자’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미래세대의 교육을 위한 기부는 정말로 어렵고도 고귀한 일이다. 그런데도 딸의 미래에 대한 사랑의 전부일 수는 없다. 미래세대를 제대로 육성하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제대로 교육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돈이 있는데도 마찬가지일 때가 많다. 미래세대를 훌륭하게 가꾸는 일은, 기부에 더하여, 고단하고 지속적인 교육일상으로만 이룩될 수 있다. 미래를 가꾸는 교육이야말로 사랑하는 딸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선 이 좁은 땅엔 미래세대를 훌륭하게 키워내는 딸 바보 교육자들이 많다. 일일이 거명하지는 못해도, 난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돌린다. 아울러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 온 천하를 품고 사랑하고자 결심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그들에겐 교육이라는 위대한 기적에 동참하게 되는 행운이 깃들기를 빈다. 저크버그 당신! 앞으로 더욱 훌륭해지리라! 아니다. 당신은 이미 그리고 충분히 훌륭하다! 그래서 감사하다.

김상섭 교수(교육학과)  pressyu@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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