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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책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 정정순 교수(국어교육학과)
  • 승인 2017.11.27 13:52
  • 호수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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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철학자와 하녀』

 고병권은 거리의 철학자 혹은 현장 인문학자로 통한다. 그는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정확히는 그의 강의를 요청하는 곳이면) 그곳이 대안학교이든, 교사 재교육의 장이든 혹은 심지어 감옥이든 가리지 않고 어디든 달려간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부딪히는 곤혹스러운 상황들을 철학의 이야깃거리로 풀어낸다. 책의 표지에 씌어진 문구가 이러한 그의 철학적 지향성 혹은 실천을 정확하게 설명해 준다. “철학은 지옥에서 가능성을 찾는 일이다. 절망하는 하녀에게 필요한 건 좀더 참으라는 위로가 아니다. 삶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생각과 작은 변화이다. 땅만 보던 하녀가 별을 보게 된다면, 세상에 대한 감각은 달라진다. 그것이 내가 철학을 권하는 이유다.”

 ‘땅만 보던 하녀’는 당장 눈앞의 현실적인 문제들에만 매몰되어 살아가는 대다수 우리의 모습을 의미할 터이다. 철학사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어느 날 철학자 탈레스는 별을 보며 걷다가 우물에 빠지고 말았다. 이를 본 하녀가 깔깔대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탈레스는 하늘의 것을 보는 데는 열심이면서 발치 앞에 있는 것은 알지 못한다.” 고병권은 철학자들이 싫어한 이 하녀를 재치 있는 총명한 하녀라 치켜세운다. ‘발치 앞’ 현실에 무감한 철학을 물론 질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동시에 ‘당장의 이익을 위해 능수능란하게 말하지만 결국에는 옳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대다수 하녀들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각성을 요구한다.

 철학이 ‘박식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깨움’에 있다는 사명감이다. 많은 철학책들을 지니고 있지만, 이 책을 여러 번 다시 넘겨보게 되는 것은 이러한 고병권의 철학함의 태도가 일상의 많은 장면들과 밀접하게 닿아 있어, 가끔씩 나에게도 죽비로 내려치는 것 같은 각성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책을 넘기다가 예전에 밑줄을 그어둔, 초조함에 대한 루쉰의 답변을 옮긴다. “당신이 길을 걷다가 난관에 봉착했다면 한숨 자는 것도 괜찮다. 애초에 먼 길을 갈 것이라고, 좀처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면 말이다.”

정정순 교수(국어교육학과)  pressyu@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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